욕 좀 먹더라도 이 책은 소개해야겠습니다

[책동네 새얼굴-5월 첫째 주] <새로운 100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등록 2012.05.05 12:27수정 2012.05.0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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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새로운 100년>
법륜·오연호 씀, 오마이북 펴냄, 2012년 5월, 336쪽, 1만5000원

"오마이 기자가 지네 책 선전하는 꼴 봐라" 하는 댓글이 달릴 게 뻔하지만, 욕 좀 먹더라도 이 책은 소개해야겠다. '통일'이란 말, 이제 좀 촌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잊고 살려고 해도 '분단국가'란 현실은 지워지는 게 아니다. 이 책은 법륜스님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통일의 새로운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대담집이다.


인권·평화·통일운동가이자 '즉문즉설'을 통한 인생 멘토로도 유명한 법륜. '통일을 왜 해야 하냐'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오연호와 법륜이 석 달 동안 머리를 맞댔다. "통일은 우리의 독립, 성장, 민주화를 완성하는 시대적 과제"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새책②]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씀, 쌤앤파커스 펴냄, 2012년 5월, 272쪽, 1만4000원

'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은 반갑고도 걱정스런 일이다. 모든 독자가 이렇게 날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본다면 한 글자 쓰는 데도 얼마나 긴장이 될까. 이 책은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뉴스의 홍수' 속에서 뉴스를 똑바로 읽고 제대로 소통하는 법에 대해 말하는 '뉴스 사용설명서'다.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요즘. 쏟아지는 뉴스 속에는 사실을 조작하는 '검은 손'이 존재한다. 저자는 뉴스 속의 논리적 오류와 '편가르기'를 의심하는 법을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정공법'을 알려준다. 기자 지망생이라면 글쓰기 세미나보다 이 책을 정독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새책③] <토지의 경제학>
전강수 씀, 돌베개 펴냄, 2012년 4월, 352쪽, 1만6000원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커피집이라도 동네마다 커피값은 다 다르다. 그것은 동네마다 다른 '땅값' 때문일 것이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땅값이 들어 있는 걸 보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은 '토지공개념' 사상을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의 본질과 해법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애초에 아무도 만들지 않았고 비용이 지불되지도 않은 '땅'. 하지만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은 '하는 것 없이' 이익을 누리고 있다. 저자는 130년 전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통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조명하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선택'을 제안한다. 진도가 술술 나가는 책은 아니지만 그만큼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새책④]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강명관 씀, 휴머니스트 펴냄, 2012년 4월, 396쪽, 2만3000원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그림을 그린 이의 '시선'을 이해하고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옛 시대의 그림을 볼 때는 더 그렇다. 조선시대 그림 속에는 어떤 이의 시선이 담겨 있을까. 이 책은 조선시대 그림 속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남성들의 욕망과 유교 이데올로기를 추적한 책이다.

신윤복의 <미인도>에는 여성에 대한 놀라운 관찰력과 함께 가부장제의 욕망 또한 들어 있다. 저자는 150여 점의 조선시대 그림 속에서 여성이라는 대상에 드리운 사대부 남성의 욕망을 읽어내고, 숨겨진 조선 여성의 진짜 모습을 복원해냈다. <삼강행실도>에서 '춘화'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쫓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책⑤] <꽁당보리밥>
경남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64명 씀, 구자행 엮음, 보리 펴냄, 2012년 4월, 348쪽, 1만3000원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럿 나왔다. 하지만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하는 자식의 입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의 입으로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한 '투박한' 글에 먼저 눈이 갔다. 이 책은 늦깎이 여고생이 된 '방통고'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 생활글 모음집이다.

배움의 때를 놓쳐 어머니 나이가 돼서야 여고생이 된 이들. 꽁당보리밥이 부끄러워 도시락을 열지 못한 기억, 공납금을 못 내 스스로 중퇴 서류를 내고 학교를 떠난 기억 등, 바로 내 어머니가 들려주던 가슴 저린 기억들을 모았다. 어렵게 꺼내놓은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한 글자 한 글자 무거운 감동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8


#새책 #신간 #책소개 #오연호 #김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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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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