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님, '백일 떡' 같이 먹읍시다

[현장] MBC 노조의 '파업 100일 기념식'

등록 2012.05.08 20:25수정 2012.05.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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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파업 기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 드리고 공정방송 회복을 기원하며 100번의 절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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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노조원들이 공정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장실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유성호


"파업 1일, 우리는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총파업투쟁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최현정 조합원의 구호에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들은 MBC가 아닌 시청자들을 향해 100배 사죄의 의미를 담은 절을 했다. 또한 MBC를 망쳐놓은 김재철 사장에게 100배로 갚아 주겠다는 의미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100배의 다짐도 100번의 절에 담았다.

MBC 노조가 8일 주최한 '파업 100일 기념식'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100번의 절을 하는 동안 지난 파업 기간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은 지난 1월 30일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딱 100일이 되는 날이다.

전날부터 여의도 광장의 '여의도 희망 캠프'에서 노숙을 하고 있던 서울 본사와 지역 계열사 노조원 200여 명은 오후 3시 30분 여의도 MBC 남문 광장에 모였다.

최 조합원은 지난 100일을 되짚어 하루하루를 세며 파업 기간 중 있었던 일을 조합원들에게 상기시켰다. 최 조합원이 "37일째, 조합이 김재철 사장을 남부지청에 고발했다", "50일째, 입사 20년차 고참 선배들이 연좌농성을 시작했다"며 지난날 투쟁의 기록을 되짚자 조합원들은 절을 하는 와중에도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금은 지친 기색도 보였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정성스럽게 절을 했다.

김정근 조합원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기념식에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파업이 시작된 지 100일이 되었다"며 "지난 100일의 시간 동안 파업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 하나하나의 피와 땀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100일간 함께한 조합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일구 전 앵커 "역경 앞에서 담대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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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최일구 전 앵커가 27기 이상 보도부분 참여한 노조원들이 작성한 성명서를 낭독하며 "역경속에서 담대해지자"며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이어 최일구 전 앵커가 '오라누이'의 대표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오라누이'는 오라버니와 누이가 합쳐진 말로 파업에 참여한 20년차 이상의 선배 조합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 전 앵커는 27기 이상 보도부분 참여자들이 작성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공정방송을 되찾기 위해 후배들의 투쟁이 100일이 되었지만, 김재철 사장과 회사는 MBC 구성원의 공정방송 염원을 외면하고 무차별 징계와 고발, 가압류도 모자라서 가정통신문까지 보내 가족을 협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최 전 앵커는 성명서에서 전횡을 일삼으며 노조의 공정방송 의지를 외면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과 그의 측근들을 비난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으로 MBC에 투하된 뒤 공영방송을 마치 자기의 개인 회사인 것처럼 사사로이 주무르며 즉흥적 조직 개편과 선심성 인사와 특혜 등 온간 전횡을 일삼았다"고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이어 "사장의 비리가 드러나면 허접한 변명으로 점철된 특보를 발행하느라 동분서주하다가 어느새 김재철 사장의 아바타가 되어 (본부장) 발탁의 영광을 누린 이진숙 본부장은 측은하기까지 하다"며 지난달 19일 홍보국장에서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한 이진숙 본부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본부장의 승진은 김재철 사장의 대표적인 보은인사라며 노조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보직을 내려놓고 일반 조합원이 된 선배의 외침을 듣던 조합원들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최 전 앵커는 성명서 낭독이 끝난 뒤 후배들을 향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머리 쓰지 말자"며 "역경 앞에서 담대해지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송출 담당 인력·수습 끝난 '새내기' 조합원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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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공정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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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김재철 사장실 앞에서 파업 이후 해고된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이 파업 100일 기념 떡을 김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이어 이날부터 파업에 참여한 송출 담당 인력 10여 명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이들은 방송 송출이라는 역할의 특수성 때문에 파업인력에서 열외가 되었다.

TV 송출부의 한 조합원은 "(지난 파업기간 동안) 주간 교대를 하며 퇴근할 때 차마 파업하는 동지들을 마주할 수 없어서 중앙 통로로 나오지 못하고 둘러서 다녔다"며 "모든 참담함과 마음의 부담을 걷고자 함께하게 되었다"고 파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올해 입사한 신입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지난 2월 1일 입사한 그들은 그동안 수습교육을 받아오다 수습이 끝남과 동시에 파업 대열에 참여했다. 총 14명의 신입 중 필수인력 1명을 제외한 13명이 파업에 동참한다.

한 신입 조합원은 "지금 파업이 아니었다면 각 부분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 전에 파업에서 이기는 법을 꼭 배우고 열심히 일 배우겠다"고 파업에 참여하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날 저녁 7시에는 여의도 공원에서 '끄떡없어 마봉춘'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를 보는 이 행사에는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 등의 공연과 100일 정리토크, 시민과의 대화 등으로 2시간가량 꾸며진다.
#MBC노조 #파업 100일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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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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