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올려주세요, 강정 그리고 구럼비를...

[인터뷰] 강정마을 알리는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

등록 2012.05.11 15:22수정 2012.05.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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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씨가 강정마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명옥

"강정은 참 특별한 곳이에요. 지금 동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스트레스와 그 긴 싸움에서 단 한 사람도 죽지 않고 씩씩하게 싸우잖아요. 그것은 싸움의 중심에 문화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4월 4일부터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 강정마을의 싸움을 알리기 위해 천막을 친 박용성(39.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의 말이다. 10일 조계사 앞마당 천막에서 만난 박용성씨는 환경단체 활동가로 운동을 하다가 생명평화 순례단에 결합했다. 이후 '생명평화결사'야말로 사람의 생명과 자연의 생명을 살리는  진정한 생명운동과 평화운동의 시작이 된다고 여겨 조직국장을 맡게 됐다.

"생명평화결사는 조직이라기보다 순례단의 성격이 더 짙어요. 2011년 3월 1일 생명평화결사는 '전국 100일 순례' 일정으로 제주 강정마을에 들렀어요. 그때 강정마을 분들이 '강정의 소식을 외부에 알려 달라, 함께해달라' 부탁을 하셨어요. 그래서 6월까지 강정에 머물며 외부 인사 초청 강연도 하고 주말마다 마을 사람들과 '생명평화축제'도 벌였어요.

그때 강정마을은 아주 힘든 시기였거든요. 마을의 동력은 떨어지고 군은 공사를 강행하려고 준비 중이었고요. 우리의 활동으로 4월 말부터 활동가들과 일반시민들의 순례가 이어졌고 강정 주민의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조직의 성격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자연그럽게 모여들기 시작한거죠."

박씨는 강정에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의 면모가 놀라웠다고 말한다. 강정마을엔 문화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방법과 목소리로 평화를 말한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 난장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은 투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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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 구럼비 할망물. 구럼지 할망물을 재현해 만들었다. ⓒ 이명옥


현재 강정마을은 가장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박씨는 구럼비 폭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구럼비가 다 폭파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강정 싸움은 끝났다'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구럼비 발파는 부분적이다. 강정 싸움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재차 당부했다. 박씨는 강정마을이 지닌 독특한 에너지와 동력을  어찌하든 다시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강정엔 문화예술인, 평화운동가, 환경단체 활동가, 생명운동가, 공직자, 종교인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뭐랄까 항상 부글부글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고나 할까요? 강정만이 지닌 에너지, 바다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 생태 환경 등이 일반 시민의 힘을 끌어 모을 동력이 된다고 봐요. 강정은 경제적으로 그리 부유한 곳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은 경제보다 그들이 이어온 삶의 방식과 자연을 택하고 싶어해요. 그 이유는 강정에 가서 살아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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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자발적 연대가 구럼비를 살리는 힘이 된다. ⓒ 이명옥


현재 강정마을엔 활동가가 30여 명 남짓 남아 있다. 작년 12월 80~100명의 활동가가 활동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적은 숫자다. 작년 3월부터 시민단체와 정치인이 결합해 예산을 삭감하는 데 성공햇다. 12월 여론은 해군기지 건설이 중단된다고 판단했지만 군은 여전히 남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구럼비가 발파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활동가들이 모여들어 100~200명이 상주했다. 주말이면 300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구럼비는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비폭력 평화활동에도 불구하고 무차별 연행과 폭행이 이어지면서 활동가들이 지쳐갔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야권의 총선 패배도 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구럼비 파괴와 공사 강행, 총선 패배 후 해결 방안에 회의를 느낀 것이 동력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사실 지난 11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에너지가 빠졌어요. 12월 이후 강정 문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 싶어 지난 4월 4일 조계사에 천막을 치게 됐어요. 5월 30일까지 이곳에 머물며 강정을 알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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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헤서 1일 캠페인을 벌인 시민이 할망물 앞에서 함께했다. ⓒ 이명옥


박용성씨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조계사 앞마당에서, <오마이뉴스>와 함께 시와 노래가 있는 이야기 마당 '평화광장, 이야기 콘서트'를 열 것이라고 한다. 이 콘서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강정마을 싸움을 다시 상기시키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후에는 7월 한 달 동안 서울-인천-수원-용인-천안-청주-대전-전주-광주-목포를 순례하며 길거리 평화 강좌 등을 열 계획이다. 23, 24일에는 전국의 순례자들이 목포에 집결하고, 7월 30일 제주 강정마을로 들어간다. 이후 강정마을 사람들과 8월 10일까지 열흘간 제주 일대를 순례하며 강정마을의 평화와 제주의 평화를 기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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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저녁 조계사로 오세요 ⓒ 이명옥


박씨는 "강정마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를 시작으로 노동자 농민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 흐름을 한 곳으로 집중해 사람의 문제, 자연의 문제를 순리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이 말처럼 우리가 잊고 있을 뿐 강정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강정마을 #생명평화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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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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