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검찰은 민정수석실 전면 수사로 윗선 밝혀내야

권력 사유화, 정치공작 차원에서 사찰 진행된 정황 드러나

등록 2012.05.15 16:18수정 2012.05.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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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민간사찰 관련자의 압수수색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초기부터 민간사찰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박영준 전 국무차장의 개입 정황이 담긴 보고서는 물론,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과장의 외장하드를 확보해 2009년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이석태 의원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친박계 현기환 의원 등을 사찰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직무감찰로 볼 수 없는 "따라붙어 잘라라", "날릴 수 있도록" 등의 표현이 담겨 있어 표적·기획 사찰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사찰 사건이 권력의 사유화 및 정치공작 차원에서 진행된 것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고 이제까지 드러난 것 이상의 윗선이 있다는 것도 더 확연해졌다.

그러나 박영준 전 차장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 외에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검찰 수사가 윗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정수석실이 수사 선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경락 전 과장이 작년 2월 중앙징계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와 교도소 수감 당시의 접견기록, 최근 검찰조사 과정에서의 진술내용 등을 볼 때 민정수석실이 민간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진 전 과장의 주장은 일관성이 있다.

검찰은 진 전 과장과의 대질신문을 포함하여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증거인멸 지시 여부와 민간사찰의 전말을 밝혀냄으로써 윗선이 누구인지 규명해야 한다. 더 이상 민정수석실 수사를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 검찰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전현직 공직자들을 소환하여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민정수석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장관 등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여야와 시민사회단체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권재진 장관을 유임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하여 검찰수사 대상인 이강덕 전 서울경찰청장을 해양경찰청장에 임명하기까지 하였다. 이 대통령은 진상을 규명할 의지도 없고 이를 바라지도 않으며, 윗선이 드러나지 않도록 참호를 파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이 분명한 만큼, 대통령 및 측근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아니면 민간사찰 사건의 진상은 결코 밝혀질 수 없다. 검찰은 더 이상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정수석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검찰 수뇌부때문에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거나 특검의 몫으로 미루고자 한다면 희대의 불법 민간사찰 사건을 검찰이 또다시 덮었다는 비난과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홈페이지(www.peoplepower21.org)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여연대 홈페이지(www.peoplepower21.org)에도 실렸습니다.
#불법사찰 #민간사찰 #박영준 #진경락 #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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