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메신저, KT는 로봇...'어정쩡한 경쟁'

[월드IT쇼] '스마트 컨버전스' 주도권 다툼... 이석채 KT 회장 '무임 승차' 경고

등록 2012.05.16 08:16수정 2012.05.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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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삼성전자 부스에서 스마트TV 피트니스 기능을 시연해 보고 있는 참관인들 ⓒ 김시연


"여기가 통신사야? 가전사야?"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 기기로 연결되는 세상에 통신사와 가전사간 '벽'도 없었다. 이는 네트워크(망) 이용과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양 진영의 본격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2 월드IT쇼'는 국내외 IT기업들이 신제품-신기술을 뽐내는 자리다. 특히 통신업계 맞수인 KT와 SK텔레콤, 글로벌 가전시장을 놓고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경쟁은 늘 관심거리다. 하지만 올해 스마트 컨버전스(융복합) 서비스를 둘러싼 통신업계와 가전업계간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이석채 "스마트TV는 무임승차... 해적 행위 공동 대응해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로 서로 공생해온 양 진영이 갈등 조짐을 보인 건 2010년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삼성, LG 모두 자체 스마트TV 플랫폼을 토대로 TV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시장과 VOD(주문형 비디오), 클라우드, N스크린 등에 뛰어들면서 통신 3사가 장악한 IPTV 시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서버 접속을 차단한 건 그 전초전일 뿐이다.

이일로 최근 방통위에서 '경고'를 받은 이석채 KT 회장은 이날 코엑스에서 함께 열린 '국제방송통신컨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선 안 된다"며 또다시 '무임승차론'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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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이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통신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이 회장은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15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스마트TV, 구글TV, OTT(훌루,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VOD 서비스), SNS 등을 대표적인 '무임승차 단말기'로 지목한 뒤 "강력한 글로벌 ICT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선 네트워크 무단 사용 문제와 해적 행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비용으로만 인식할 뿐 네트워크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모든 네트워크가 끊기는 '블랙아웃'이 실제 일어날 수 있고 모든 산업이 문을 닫게 돼 가상재화 시장과 제3의 산업혁명도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런 우려에도 국내 스마트TV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4일 방통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 판매한 스마트TV는 29종 75만 대였지만 이 가운데 삼성 서버에 한 번 이상 방문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9만 명에 불과했다. '삼성 앱스' 홈페이지 가입자도 5만4000명에 그쳤고 유료 서비스 이용자는 단 2700명이었다. 70%가 넘는 가정에서 스마트TV는 '일반 TV'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TV 보급 늘었지만 70% 이상 활용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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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LG전자 부스에서 펜터치TV로 참과인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 김시연


삼성-LG에서 최근 스마트TV 기능을 갖춘 신제품들을 주로 내놓는 탓이 기기 보급은 확산되고 있지만 스마트 기능을 활용할 만한 '사용자 경험'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사는 이날 전시장에서 신제품보다는 다양한 스마트TV 기능과 콘텐츠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LG전자가 이날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55인치 OLED TV를 내놓은 것 외에 신제품 경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경쟁 제품을 출품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제품 자체가 1000만 원대 고가여서 아직 보급화되기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 빈자리를 N스크린 서비스인 '올쉐어'를 비롯한 스마트 서비스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톡에 맞선 모바일 메신저 '챗온' 서비스를 선보여 이통사 먹거리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밖에 3D 스마트TV에 제공되는 3D 무료 VOD 서비스, 네이버 뮤직, 티빙과 같은 콘텐츠 제휴 서비스도 이통사 서비스들과 충돌하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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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챗온' 서비스. 카카오톡처럼 삼성전자 단말기뿐 아니라 모든 제조사, 운영체제를 아우르는 범용 서비스로 이통사 MMS, SMS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 김시연


삼성전자 '메신저 서비스'... 통신사는 가정용 로봇 시장 공략

LG전자 역시 스마트폰과 노트북, TV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N스크린 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게임, 피트니스 등 3D 콘텐츠를 선보였다. 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를 활용해 참관인들 초상화를 그려주자, LG전자는 '펜터치 TV'로 맞불을 놨다.

이에 맞서 SK텔레콤과 KT는 교육용 로봇인 스마트로봇과 키봇2를 각각 앞세워 가전사 영역까지 공략했다. 또한 KT는 뮤직 클라우드 서비스 '지니'를 비롯해 N스크린 서비스인 '올레TV나우', 소셜 매거진인 올레 Pub 등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로 가전사들과 일전을 예고했다.

물론 이런 '어정쩡한 경쟁' 관계가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이날 이석채 회장이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은 스마트기기 자체는 '바보 기계'"라고 표현했듯 가전사로서도 망을 움켜쥔 통신사와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랜 동거를 마치고 모처럼 경쟁에 나선 양 진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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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KT 부스에서 교육용 로봇인 '키봇2'를 살펴보고 있는 참관인들. ⓒ 김시연

#월드IT쇼 #KT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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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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