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박정호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강남권 투기·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 '양도세 세제 완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경기에 가장 민감한 강남3구를 투기 지역에서 해제한다면 DTI,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취득세 완화로 주택 거래가 늘어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되레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전·월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5.10 부동산 정책이 총선 승리를 안겨준 강남3구에 대한 보은 정책이라는 비난. 웃고 넘길 수 없는 날카로운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우스 푸어 150만 가구의 시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하우스 푸어가 적게는 108만4000가구(374만4000명)에서 많게는 156만9000가구(549만1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8~11%의 국민들이 하우스 푸어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하우스 푸어 계층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정부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수입의 30% 이상을 쓴다는 하우스 푸어 계층. 이 계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이후의 일이었다. 무려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민 주거권 안정은 명분일 뿐 돈 빌려 집사라는 사탕발림만 끊임없이 반복했으니 하우스 푸어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실질 소득 증가 없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대출을 알선해 왔던 이명박 정부. 하우스 푸어 150만 가구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저금리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원금 상환은 유예한 채 이자만 내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세계적 추세이고, 국내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저금리 기조는 언제든지 고금리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 대부분은 1, 2년 안에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은 하우스 푸어 계층을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100가지 정책보다 '인식 전환'이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