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금빛 모래밭을 조각 재료로 삼아 온갖 예술품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친환경축제로 불리는 ‘해운대 모래축제’가 열린다
해운대구
그해 유월 오후너 나 사랑 가로지르는 수평선 치우기 위해 해운대 하늘과 바다에게 욕지거리를 했다수평선 마빡에 조약돌 수없이 던졌다 시퍼런 멍 박힌 하늘 부채질하는 갈매기 한 마리 내 욕지거리 쪼며 힐끗 비웃었다 피멍 든 바다 또 때리는 파도 서넛쌩 날아가는 조약돌 통통 튕기며 울었다 수평선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날이 흐리고 마음마저 흐려 눈물이 빗방울로 송송 돋아날 무렵 수평선 저만치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포장마차촌에 갔다오륙도란 이름이 붙은 그 집에 들어서자거기 우렁쉥이 눈 흘기고 있었다나는 수평선이 담긴 소주 부르고너는 우렁쉥이 되어 내 속으로 들어왔다그때 소나기 후두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하늘과 바다가 수평선 치우고 너 나에게 욕지거리 하며 조약돌을 던졌다 -이소리, '해운대, 모래밭에 앉아' 모두 바다와 모래,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지구촌 명품 도시 해운대. 저 수평선 너머 새 세상을 여는 파도가 쏴아아 밀려와 닳고 닳은 헌 세상을 하얀 물방울로 잘게 잘게 부수며 금빛 모래밭을 감로수처럼 적시는 그곳. 그 눈부시도록 짙푸른 바닷가에서 해운대가 모래에게, 모래가 해운대에게 살짜기 속삭이는 귓속말은 무엇일까. '모래야 나랑 놀자'일까, '해운대야 나랑 살자'일까.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고, 밟고 또 밟아도 밟고 싶은, 그 바다와 그 모래를 품고 있는 도시가 해운대다. 여름이란 문이 마악 열리는 유월 들머리에 그곳에 가면 그대는 "모래 위에서 펼쳐지는 잊지 못할 역사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그 순간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모래가 온갖 예술품으로 거듭 나는 그 순간을 놓치면 1년을 또 기다려야 그 아름다운 순간을 겨우 맞이할 수 있다.
그대, 나랑 손에 손을 맞잡고 그 멋진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가. 그 기막힌 순간을 품는 그 자리, 우리 사랑도 더욱 깊어지지 않겠는가. 그대와 나, 그래야 이 눈물겹도록 힘겨운 이 세상을 더불어 살을 섞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대와 나, 그래야 저 수평선에 뜨거운 몸을 식히는 저 모래처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