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7시 50분쯤 충북 A초 4학년 교실 복도. 불빛이 환하다.
윤근혁
한 6학년 남학생의 말이다. 6월 26일은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있는 날. 사실상 교육청 평가와 학교 평가에 반영되는 이 시험 때문에 학교는 골을 싸맨 끝에 국영수 문제풀이에 나섰고 학생들은 골병이 들고 있었다. 이 학교는 사설업체에서 만든 문제집도 사줬다.
이 학교 한 6학년 학부모는 "이전에는 방과 후에 한 과목을 3시간 동안 시험 대비 학습을 시키더니 5월 들어서는 아예 우열반으로 나눠 밤 8시까지 공부시키고 있다"면서 "학교 가기 좋아하던 우리 아이가 공부하기가 싫다며 너무 힘들어 한다"고 털어놨다. 이 학부모는 "야간 학습이나 토요 등교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안내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학부모 동의를 받고 한 일"이라고 해당 학부모의 발언을 부인했다. 교감은 "저녁에 학생들이 늦게 간다고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눔활동 등으로 자연을 충분히 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초등학교가 야간 보충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교과부가 보내준 돈 4000만 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이 학교 등 전국 289개교를 전원학교로 뽑은 뒤 3000∼6000만 원의 돈을 보내줬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 구입비, 학생 저녁 식사비 등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제고사 1위 석탑, 동심이 사라졌다 이날 오후 8시 5분쯤. 정규수업 6교시와 보충수업 6교시, 모두 12시간가량을 학교에서 보낸 학생들은 어둠을 뚫고 교문을 나섰다. 개 짖는 소리가 나는 학교 근처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이 시각 이 학교 본관에 걸린 대형 LED 전광판에 다음과 같은 글귀는 여전히 번쩍번쩍 빛났다.
"꿈을 키우는 어린이, 미래를 여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