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와 KBS 새노조, YTN 노조가 공정언론 사수를 요구하며 17일 여의도 공원에 텐트를 치고 '희망캠프'를 진행했다.
유성호
MBC 파업이 다섯 달째 접어들었고, KBS 파업도 90일이 다 되어간다. YTN과 <연합뉴스>도 여러 차례 파업을 해왔다. 사상 초유의 이런 동시다발 장기 파업사태를 보면서, 그리고 최근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장님, 제발 나가세요"... 간 큰 신입사원들>(5월 20일)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파업 중인 KBS, MBC, <연합뉴스>의 '막내기자'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40년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40년 전, 서슬 퍼런 유신독재 정권이 아예 언론자유를 근원적으로 말살해버린 그때, 편집국에는 수시로 정보기관 요원들이 드나들었고, 유신 독재정권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기사가 나가면 어김없이 정보부 등에 붙들려가 치도곤을 당했다.
결국 기자들은 '언론인 영혼의 죽음'인 자기검열을 하기에 이르면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더니, 끝내는 취재현장에서 '개와 기자는 접근 금지'라는 팻말과 마주하게 되었다. 언론의 핵심 기능인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견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언론을 시민들은 언론으로 보지 않았고, '개와 동일한 존재'로 보았다. 그 팻말 앞에서 나는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40년의 세월이 지나 파업에 참여 중인 막내기자들의 이야기와 모습에서 나는 40년 전의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막내기자들의 나이도 40년 전 나와 비슷하고, 기자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비슷했다. 한 막내기자는 "저는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 독자들과 취재원, 같이 일하는 동료,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40년 전, 선배들은 부끄러워 했는데...40년 전과 다른 점도 있다. 그때는 언론자유를 압살한 군부 독재정권의 탄압에 굴종을 하면서도 다수의 선배들과 간부들은 함께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언론자유 투쟁에 앞장서는 후배들 목을 치거나 정직·감봉·지방유배 등의 불이익을 주는 일에 적극 나서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이 심어놓은 사장뿐 아니라 그 주변의 친위세력들, 그들의 추종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나서 후배들을 핍박하고, 집권세력의 충직한 종노릇을 하고 있다. 기자생활을 하다 언론학 교수가 된 미국 인디애나 대학 허버트 알철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언론은 '권력의 요원'(Agents of Power)이 되고, 기자라는 이름을 가진 집단이 또한 '권력의 요원'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을까. 이런 무리들이 정권보다 더 직접적으로 후배들을 핍박하고, 그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다. 권력이 무한한 것처럼 그렇게 오만하고 방자했던 정권의 핵심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권력 무상'을 느끼지 못하는 몽매한 무리가 아닌가.
막내기자들의 '죽비'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