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비례대표 후보 사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남소연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들고 온 비례대표 후보 사퇴서에는 "정치발전을 위한 충정의 표현"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유 전 대표가 써 넣은 사퇴 이유였다.
유 전 대표는 29일 오전 중앙선관위를 찾아 직접 사퇴서를 제출했다. 유 전 대표는 선관위 직원과의 간단한 문답을 끝으로 비례대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가 사퇴서를 접수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유 전 대표는 정치 발전을 사퇴를 이유로 든 것에 대해 구 당권파의 패권주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총선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불거진 구 당권파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대해 당무 거부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민주주의 제도는 정당 정치이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정당이 헌법에 맞게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우리 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비례대표들이 사퇴하는 것을 통해서라도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큰 교훈으로 삼아 통합진보당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당으로 발전함으로써 오늘의 잘못을 갚을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대의 따라야"... 이석기·김재연 사퇴 압박유 전 대표가 중앙선관위에 사퇴서를 접수하는 바로 그 시간, 국회에서는 김수진·나순자·노항래·문경식·박김영희·오옥만·윤갑인재·윤난실·이영희 후보 등 9명의 비례대표 후보가 공식 사퇴 선언을 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유 전 대표의 "충정"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상으로만 따지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비례대표 사퇴 문제를 놓고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혁신비대위(위원장 강기갑)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숙·황선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를 끌어낼 현실적 수단은 없는 상태다.
유 전 대표는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들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당내 정파간 정치적 협상을 통한 중재안 도출 필요성에도 비판적이었다. 정치적 거래를 통해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사퇴시키는 식의 해법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당원 개인이 어떤 동기에서 어떤 일을 했든 당 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한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례대표 사퇴 문제가 나왔다"며 "작은 이익을 버리고 대의를 가지고, 때로는 부당하다고 여기는 짐도 지고 가는 자세가 모두에게 있어야 국민들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당의 혁신과 비례대표 사퇴를 추동해 가는 당원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무엇 때문에 정당에 들어오고 정치를 시작했는지를 생각하면서 사태를 본다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자신의 사퇴로 인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석수가 1석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만들어주신 230만 유권자들에게 죄송하고 우리 당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진보당이 잘 발전하길 원했던 많은 유권자들에게도 송구하다"며 "우리 당이 자성하고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자청해 받는 벌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