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강제동원' 해결에 무관심

지역구 당선자 대상 설문에 39%만 답변... 새누리당 응답률 '꼴찌'

등록 2012.05.30 15:08수정 2012.05.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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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쯔비시 정신근로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 사회보험청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1인당 99엔(한화 1290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1엔을 2천원씩 계산해 19만8000원씩 보상하겠다고 밝혀 반발을 샀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당시 미쯔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 모습이다. ⓒ 강성관(자료 사진)


지난 24일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일본 기업이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가운데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부 관료가 '강제징용자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등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의원 당선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응답률이 40%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의원 지역구 당선자 61%는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 구제 등을 묻는 시민단체의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29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시민모임이 지난 3월부터 5월 26일까지 지역구 당선자(후보자 538명) 2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겨우 95명(38.61%)만이 응답했다.

시민모임이 조사하고 '일제 강제동원 & 평화연구회'가 분석한 결과, 민주통합당 당선자 107명 가운데 61명(57%), 통합진보당 6명 중 5명(83.3%), 무소속 3명 중 2명(66.7%), 자유선진당 3명 중 1명(33.3%)이 설문에 응했다.

새누리당 지역구 당선자들의 응답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체 127명 중 겨우 27명(21.3%)만이 조사에 응했다. 이는 총선 이후 탈당한 김형태·문대성을 포함한 것으로 채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제동원 피해해결 설문에 지역구 당선자 61% '무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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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3일 비 내리는 도쿄 한복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 회원들. 이들은 시나가와역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까지 '일본과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했다. ⓒ 이주빈


하지만 응답자들은 강제동원 피해와 근로정신대 문제 대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관련 위원회 존속 등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 응답자 95명 중 90명(94.73%)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3명은 입장을 유보했다. '특위 구성은 필요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김태호(김해을·새누리당)·전정희(익산을·민주통합당) 등 2명이었다.

미쯔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피해 해결 문제를 한일 정부 간 정식 외교적 의제로 삼는 것과 국회 차원의 외교적 채절 가동에 대해 95명 전체가 '찬성'한다고 했다.

특히 미쯔비시와 시민모임 등이 벌이고 있는 협상의 진전을 위해 일본 항의방문과 국회 결의문 채택 등 국회 차원의 지원 활동에 대한 질문에 90명(94.73%)가 '적극 동참한다'고 답했고 반대는 5명, 유보 입장은 3명으로 조사됐다.

또 정부가 2005년 4월부터 가동해온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올해 말 폐쇄되고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할 예정인데 대해 89명(93.68%)은 '입법을 통해 기관을 존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위원회 폐쇄 계획에 대해서는 60명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 91명(95.78%) 찬성· 반대 1명(김태호)으로 조사됐고, 재단의 형태에 대해서는 75명(78.94%)이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재단'을 선호했으며 민간재단에는 8명(8.42%)이 찬성했다.

한편 응답자 95명 중 91명(95.57%)은 '한국정부가 식민지 잔재 청산에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지난 3월부터 수 차례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서 설문에 답해 주기를 요청했다"며 "많은 당선자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해 아쉽지만 응답자 대부분이 국회 특위 구성 등에 찬성하고 있어 19대 국회의 적극적으로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하라" 대법 판결에도 정부는 '한일협정' 핑계만...

태평양전쟁 피해자 및 유족들로 구성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 소속 회원들이 2003년 8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통의동 한 식당에서 '일제 강제 연행 피해자들의 집단 국적포기 사퇴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원들이 국적포기서를 작성하고 있다. ⓒ 권우성

24일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최초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등은 "사법적 독립의 날"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정부 관료의 입장은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이 주장하고 있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인식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청구권협정 합의 의사록 제2조 대일 요구 8개 항목에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명시돼 있다"며 "사법부나 국회 등에서 질의가 제기되면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제피해자공제조합과 시민모임은 29일 성명을 내고 "도대체 어느 나라 외통부 관리자이며 독립국 대한민국의 외교부인지, 아니면 일본 외무성의 한국지부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시민모임 등은 특히 "대법의 판결은 일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권리구제에 앞장 서 오기는 커녕 오히려 일본정부의 방패막이 노릇을 자처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정부에 대한 준엄한 채찍이나 다름없다"며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에 판결을 능멸하는 망언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사법부 판결 결과를 능욕한 이번 망언의 당사자를 즉각 해임하라"며 "이 같은 일이 또 다시 재발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얻어낸 값진 판결 결과를 한국 정부 관료가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소리나 하고 있으니 말이 안 나온다"며 "오죽했으면 지난 2003년 피해자들이 국적포기 운동을 벌였겠느냐,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모임과 일제피해자공제조합 등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에 외교적 노력에 나설 것과 국회의 특위 구성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특위 구성 필요성을 묻는 설문에 '필요없다'고 답변했던 전정희 의원 측은 '총선 당시 사무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전정희 의원실의 황훈영 보좌관은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선거캠프에 있던 선거사무원이 전 의원(당시 후보)에게 보고 없이 자의적으로 답변한 것"이라며, "여성운동가 출신의 전 의원은 당연히 특위를 구성해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강제동원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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