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매달려 온 강정... 조중동과 조현오가 해결했다"

지난 30일, 조계사 앞에서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가 강연해

등록 2012.05.31 18:09수정 2012.05.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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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해군 간의 갈등 때문인 싸움은 10년에 이른다. 강정만 해도 5년 1개월 이상을 싸워 오고 있다. 정작,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외지 사람들(외부세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그 세월 동안 해군기지 싸움을 취재해 온 기자가 있다.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를 펴낸 <오마이뉴스>의 이주빈 기자다. 지난 30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이주빈 기자에게 강정의 속살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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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오마이뉴스 기자 7년 동안 해군 기지 문제를 파헤친 이주빈 기자가 이야기 손님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이명옥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이 몇 분이든 상관없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지난 10년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문제를 청와대와 가까운 조계사 앞마당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턱밑이니, 턱밑을 치고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이주빈 기자가 해군기지 문제를 다뤄 온 세월은 7년이다. 2002년 화순항 해군기지 후보 선정, 2007년 4월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결의 이후부터 해군기지 문제를 기사로 썼다. 그가 서울과 광주 그리고 제주를 오가며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문제를 기사로 썼지만,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조현오와 조·중·동 때문에 뜨다

"사람들이 자연을 보면서 '영혼이 쉼터'니, 뭐 그런 말들을 하잖아요. 하지만 정작 그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요.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 자연유산 3관왕인 섬은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그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제가 서울과 광주 그리고 제주를 비행기로 넘나들며 쓴 기사가 클릭수 몇천 명 안 되었죠. <오마이뉴스> 기사는 클릭수로 말해요. 그러자 '왜! 이슈가 안 될까'하고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느 날, 서귀포에서 남의 집 고치는 것을 도와주다가 머리를 다쳐서 꿰맸어요. 머리가 띵한 상태로 구럼비 바위에 누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멘붕 상태인데 옆에서 태라라는 동네 꼬마와 동네 아저씨, 평화 지킴이 등이 깔깔깔 장난을 치며 즐겁게 이야기 하는 것이 보였어요. 그 긴 싸움의 와중에 무엇이 저리 즐거울까 생각하다가 '맞다! 바로 저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본부에 연락해서 기사의 콘셉트를 바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정현 신부님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자, 클릭수가 10만 이상 나오면서 사람들이 강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이제 됐다 싶었는데, 그것을 조·중·동이 놓칠 리가 없지요. 조·중·동이 국가 안보 국책사업을 겨우 30명의 좌경파가 들어가 방해를 하고, 좌경 신문이 들어가 기사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이어 국가 안보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진압한다며, 당시 경찰청장 조현오와 경찰이 강정마을에 들어왔죠. 마을 사람들이 다치고, 구속되면서 외딴 섬마을이 이슈가 됐어요. 진실이 알려질 기회도 생긴 것이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했을 정도입니다. 제가 7년 동안 고민하던 문제를 조·중·동과 조현오가 단숨에 줬어요. 고맙다는 의미로 흑산도 홍어라도 한 마리 선물하고 싶어요. 제가 흑산도 출신이라 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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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 기지 추진 10년 제주번대위는 10년동안 제주이 평화를 지키내기 위한 싸움 중이다. ⓒ 이명옥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긴 싸움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5년이 넘는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2천 명이 채 안 되는 마을 주민 중에 200명이 전과자가 됐고, 체포된 사람만 700명에 이른다. 거기다 2억 7천만 원에 이르는 벌금 폭탄과 2억 9천만 원의 손해배상이 주민에게 청구된 상태다. 이 기자는 "한 마을에서 200명의 전과자가 생겨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외지 사람이 본격적으로 강정마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이다. 2011년 3월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이 강정마을을 찾았을 때, 강정 주민은 마을에 머물면서 강정의 소식을 외부에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순례단은 100일 동안 강정마을에 머물렀다. 또, 외부 인사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강정의 소식을 알렸다. 알음알음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찾기 시작했고, 입과 입을 통해 강정의 싸움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강정 주민의 외로운 투쟁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까지 강정 주민은 그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긴 싸움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강정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상처를 안게 됐다. 대대손손 오순도순 살아오던 마을 주민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마을 주민의 75%가 상담 치료나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우울증. 자살 충동, 적대감 등의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강정 주민 중 절반에 가까운 43.8%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8.1%인 일반 통계에 5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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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마을 주민의 바람 강정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켜내기를 원한다. ⓒ 이명옥


강정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그 어렵고 힘든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해 온 것일까. 이주빈 기자는 세 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한다.

첫번째로는 마을 주민은 정당하게 행동하고 있다. 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라는 중대 사안을 마을 주민 87명이 결정한 코미디 같은 일이 강정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주민 1970명 중 해군기지 건설 찬성자는 87명이다. 급조된 주민 총회에서 토론 없이 만장일치를 강요해, 해군기지 찬성이 통과됐다.

마을 총회 규정을 위반한 채, 총회를 주도했던 마을회장은 해임됐다. 새로 마을 회장이 선임된 후 마을 주민 1970명 중 725명이 참석해, 94%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군사시설 무효 소송이 시작됐다.

두번째는 비폭력 평화 행동을 하고 있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잡혀가면서 지금까지 싸움을 이어왔다. 때린 사람은 때리고 마음이 불편했겠지만, 맞은 사람은 평온한 마음으로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번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스타 한 사람 없이 10년 싸움을 이끌고 있는 '제주범대위'가 마침내 외부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비폭력 평화행동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 가져다 준 결과다.

결과가 어떠하든 강정은 이기는 싸움

"기자님, 이 싸움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 기자가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다. 기자로 7년간 해군기지 싸움에 함께하다 보니,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웃으면서 "그건 저도 잘 모르죠"라고 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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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평화는 모든 사람의 평화 평화로운 삶을 살아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는 싸움은 없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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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토크를 준비하는 사람들 자리를 깔고 평호의촛불을 밝히며 토크쇼룰 준비하고 있다. ⓒ 이명옥


끝으로 이 기자는 당부했다. 조계사 앞마당에서 '강정 문제'를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전이다. 강정 문제에 대해 알리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 문제를 알려야 한다. 많이 알게 하는 것이 힘이다. 실질적인 압박도 병행돼야 한다. 대선에서 강정 문제를 '평화 어젠더'로 삼고, 국회도 강정 문제를 상정할 수 있도록 10만이 청원 서명을 받아야 한다. 현재 2만 5천여 명이 서명을 한 상태다.

덧붙이는 글 |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 토크는 6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조계사에서 저녁 8시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 토크는 6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조계사에서 저녁 8시에 있습니다.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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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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