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구청장, 관할 선관위 부위원장이 변호?

"중립·공정 의무 위배" 도의성 논란... 선관위 "선관위 고발사안 아니라 관계 없어"

등록 2012.06.01 14:42수정 2012.06.0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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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추재엽 양천구청장(새누리당)의 변론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추 구청장은 지난 4월 13일 자신이 보안사에 근무하던 당시 고문가담 여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위증·무고·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 기소된 상황이다.

문제는 추 구청장의 변호를 맡은 강아무개 변호사가 양천구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점이다.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선관위원이 관할 지역 구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론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지역 시민단체인 '양천구를 만드는 사람들(양만사)'는 지난달 23일 양천구 선관위와 중앙선관위에 "타 지역도 아닌 같은 지역 내에서 발생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현재 선관위에 속한 위원이 법률대리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진정서를 보냈다. 즉, 강 변호사가 정당·정치활동에 가입하거나 관여한 것은 아니나 관할 지역 정치인과 이해관계로 묶이게 된 것이 해임 사유가 아니냐는 질의였다.

"법 필요 없을 만큼 상식적으로 잘못" VS "정치공세, 정상적 직업활동"

그러나 선관위의 결론은 "관계없다"였다. 양천구 선관위는 지난 30일 진정서 회신에서 "선관위가 해당 사건을 고발하거나 조사에 관여한 적이 없고 강 변호사는 명예직 선관위원으로 직업으로 변호사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임 선관위원이 아닌 명예 선관위원으로 선관위로부터 일당·여비 기타의 실비 보상만 받는 만큼 본래의 직업활동을 수행하는 것에 이상이 없단 얘기였다.

선관위는 이어, "추 구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변론을 수행한다는 사실만으로 선관위원으로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저해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선관위가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위원에게 사직을 권고하기 위해선 해임사유 외 법령위반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하나 그런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사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이 선관위 명의로 행하여진 경우가 아닌 이상, 변호사법의 수임제한 사유에도 위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진정 내용은) 변호사의 사건 수임제한 여부에 관한 사안"이라며 "변호사법에 관한 해석은 우리 위원회의 소관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순환 양만사 대표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선관위원 해임사유로 이 같은 상황이 법 내 마련되지 않은 것은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이 어떻게 타 지역도 아닌 같은 지역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변론을 맡을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법무부에도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보내고 그에 대한 답변을 얻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도의적 문제점을 계속 짚어나갈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강 변호사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선관위에서 고발하거나 조사한 사건도 아니고 선거관리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 같은 지적 역시 정치공세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한 쪽의 논리라면 빵집을 운영하는 선관위원은 구청장에게 빵도 팔아선 안 된다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직업 활동을 정치적 행위로만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재엽 #선거법 위반 #선거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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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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