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는 마늘만 있다? 완전 틀렸습니다

[의성여행-마지막회] 의성을 찾는 이들을 위한 '추천' 여정

등록 2012.06.05 18:20수정 2018.02.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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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면의 5층석탑. 분황사탑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모의전탑으로 당당한 국보이다. ⓒ 정만진

의성군 일대를 철 따라 여행한다면, 봄에는 국보인 금성면 탑리의 5층석탑을 찾는 것이 좋다. 그렇게 여정을 선택하면 사곡면 산수유마을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일석이조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랗게 만발한 산수유꽃이 찾아온 이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제오리 공룡발자국(천연기념물)도 함께 보면 좋다. 만약 5월 말이라면, 하늘 가득 날아다니는 왜가리를 보러 신평면 중율리를 찾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여름에는 춘산면 빙계계곡이 최고의 답사지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꽁꽁 얼고, 동굴 속에서는 손이 시리도록 찬 바람이 팍팍 불어대는 빙혈과 풍혈이 있는 곳이니 누군들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얼음처럼 찬 계곡수에 들어가 물놀이도 하고, 보물인 빙계사터 5층석탑도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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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계곡의 이 탑은 탑리5층석탑의 '아우'에 해당되는 국가 '보물'이다. 탑 바로 뒤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빙혈이 있다. 역사문화유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탑을 지나지 않고는 빙혈에 갈 수 없으니 빙혈은 '빙산사지 5층석탑'의 훌륭한 안내자인 셈이다. ⓒ 정만진

가을에는 황금빛 안계평야를 봐야 한다. 물론 경상북도 내에서 가장 넓은 들판인 안계평야의 전경을 한눈에 보려면 단밀면 만경산과 구천면 청화산에 오를 일이다. 안계평야를 가로질러 걸으며 아득한 삼한 시대를 떠올려 보고, 위천 맑은 물에서 잠시 노니는 재미도 괜찮다. 위성교 넘어 구천면으로 들어가 메뚜기를 잡는 체험학습도 가족들을 더 가깝게 해주는 좋은 놀이이다.

겨울에는 단촌면 고운사의 눈 내린 풍경을 찾아서 떠날 일이다. 물론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문까지 이어지는 금강송 아름드리 길은 당연히 걸어야 한다. 그리고 옥산면 금봉지에도 아니 갈 수 없다. 이곳의 겨울낚시는 대도시 사람에게는 아주 '낯선 하루'를 안겨준다. 두 곳 사이에 있는 사촌마을 천연기념물 숲과 만취당은 오가는 길에 공짜로 줍는 불로소득이다.

최고의 역사유적 답사지는 탑리5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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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에서 가장 넓은 들판인 안계평야.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지리 교과서에서 이 안계평야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 정만진

흔히 하는 방식대로 대표 답사지를 뽑아 '의성 9경'을 정한다면? 역사유적지 혹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단연 금성면의 탑리5층석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분황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축된 모의전탑이다. 국보인데, 더 무엇을 말하리. 게다가 중요민속자료인 소우당 등을 거느린 선운마을이 있고, 조문국 유적인 고분군, 공룡발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은 제오리 공룡화석지, 의성군이 자랑하는 명산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화산인 금성산까지 인근에 있다.


두 번째로는 춘산면의 빙계계곡을 꼽을 수 있겠다. 빙계계곡에는 있는 빙산사지 5층석탑은 탑리 5층석탑을 본떠 만든 문화재로, 한때 국보였다가 지금은 보물로 지정돼 있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이곳은 최치원과 이여송의 발자취도 남아 있고, 빙계서원, 빙혈, 풍혈, 계곡의 물놀이 등 보고 즐길 만한 것들도 많다.  

최치원이 지었다는 가운루... 마음이 맑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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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의 설경. 의성군은 이곳의 설경을 대단한 자랑으로 여기는 듯, 안동군과 경계선인 성황고개의 '어서 오십시오, 여기부터 의성군입니다'라는 안내판에도 고운사 설경 사진을 게시해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름다운 설경은 절집이 나오는 이 풍경보다도 금강송이 울창한 가운데로 황톳길과 백설이 어우러진 광경이다. 하지만 기자는 아직 그 사진을 못 찍었다. ⓒ 정만진

단촌면의 고운사도 의성을 대표할 만한 중요 답사지 중 한 곳이다.

거대 사찰로서는 아주 보기 드물게 인근에 식당, 술집 등이 일절 없어 경관이 티끌 하나 없다 싶으리만큼 말끔하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줄곧 이어지는 눈부신 천년 금강송의 아름다움은 찾아온 이들을 단숨에 압도한다.

최치원이 지었다는 가운루 등 유서깊은 건물들과 국가지정 보물인 불상 등 문화재도 많다. 게다가 설경 또한 대단하여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마음이 맑아지는 곳이다.

사찰로는 다인면의 대곡사도 빼놓을 수 없다. 대웅전, 범종각, 명부전, 다층석탑이 모두 문화재인데다, 건물들이 하나같이 고색창연한 빛을 자랑하여 답사자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든다. 따라서 건축에 관심이 많은 답사자는 이곳 대곡사를 의성 최고의 방문지로 손꼽을 법하다. 그런가 하면, 대곡사에서 안계면으로 가는 도중의 비릿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계평야 일대의 풍광 또한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며, 재 아래 삼분교회 앞에 서서 '신라의 광개토대왕'이라 칭송받는 진흥왕이 이 고개를 넘기 전에 '번쩍' 들었다가 내려놓았다는 142kg짜리 돌을 '나도 한번 들어볼까' 하며 호기도 부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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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사의 대웅전(왼쪽 사진)과 범종루 ⓒ 정만진


그 외 경상북도에서 가장 넓은 안계평야를 거닐며 자연의 광활함도 느껴보고, 삼한 시대부터 이곳에 나라의 5대 저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리는 유허비도 찾아볼 일이다. 그 다음에는, 안계평야의 구천면 일대로 들어가 일찍이 1959년에 준공되면서 경북 도내 최대의 저수지로 이름을 날렸던 조성지의 맑은 물과 청정 공기도 즐기고, 백운동과 청운동을 산발치에 거느린 청화산 꼭대기까지 등산도 한 번 감행할만 하다. 아도화상이 백련사라는 사찰을 창건한 유적지인 산 정상에 오르면 안계평야 전역은 물론 의성군의 절반이 눈에 들어오니 어찌 그냥 지나칠 것인가.

흘러가는 낙동강부터 의성마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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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지역 최대의 나루터였던 관수루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오른쪽 사진)이 그 바로 아래에 낙단보(왼쪽 사진)가 생기면서 아주 무너져버렸다. ⓒ 정만진


조선 시대에 상주, 문경, 구미, 위성, 예천, 군위 일대의 18개 역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가 낙동나루였다. 낙동나루 인근에는 유곡역이 있었는데 근무자가 552명이나 됐다. 인구 비례를 생각해보면, 552명이라는 '공무원'의 숫자는 낙동나루가 얼마나 대단한 곳이었던가를 상징적으로 증언해준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나룻터의 기능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관수루가 남아서 버티고 있는 곳, 그곳을 아니 찾을 수 없다. 단밀면과 상주시 낙동면을 잇는 관수루 정자 아래에는 '문득' 낙단보까지 생겼으니 이래저래 '역사 유적지'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천연기념물인 가로숲, 만취당이라는 이름의 멋진 고택 등을 거느린 점곡면의 사촌마을도 꼭 찾아볼 만한 곳이다. 이순신을 발굴한 '영의정'의 상징 류성룡의 외가마을이니 여러 채의 고택들이 예스런 멋을 자랑할 것은 자명한 일이고, 넓고 긴 만취당 마루에 누워 한석봉 선생의 명필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예삿일이 아니다. 또한 늦가을에 동쪽의 옥산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면 온통 사과향기 가득한 청풍에 온몸을 내맡기게 되니 이 또한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즐길 수 없는 '드라이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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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마늘을 생산하는 의성, '의성마늘'이라는 고유명칭이 생겨난 것도 그 덕분이다. 그래서 버스정거장도 마늘 모양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또 봉양면 소재지에는 마늘 먹인 소를 가리키는 '마늘소' 먹거리타운도 조성되어 있으며(사진 오른쪽 위), 마늘소먹거리타운 바로옆에는 유황성분이 뛰어난 탑산온천이 있다. ⓒ 정만진


마지막으로, 꼭 역사유적과 문화유산만 둘러볼 수는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의 체면도 세워줄 일이다. 봉양면 마늘소 먹거리 타운과 탑산온천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의성 마늘, 전국 최고의 유황온천수를 자랑하는 탑산온천이 봉양면 소재지에 있다. 먹고 쉬는 일 또한 여행자가 누리는 즐거움의 하나가 아니던가.
덧붙이는 글 2011년 10월말부터 2012년 5월초까지 경상북도 의성군 전역을, 어떤 곳은 여러 차례 반복 답사하기도 하면서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46회에 걸쳐 쓴 '의성여행'을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의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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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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