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 노동자 또 사망... 벌써 56번째

LCD 천안공장 근무 윤아무개씨 2일 사망... 삼성 LCD에서만 8번째 죽음

등록 2012.06.03 11:55수정 2012.06.03 23:47
0
원고료로 응원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로 쓰러져 투병해오던 윤아무개(31)씨가 2일 오후 9시 58분께 숨을 거두었다.

윤씨는 군상여상 3학년 때인 지난 99년 6월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 입사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5개월 만인 11월, 일하던 도중 쓰러졌고,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재생불량성빈혈이란 골수세포의 기능 등이 저하되고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하는 등 조혈기능 장애를 나타내는 질환이다.

윤씨는 스크럽 공정에서 LCD 판넬을 자른 뒤 육안검사를 실시하거나, 완전히 잘리지 않은 판넬을 다시 자르는 업무를 맡아왔다. 이렇게 잘라진 판넬은 다음 공정으로 옮기기 전까지 그의 옆에 쌓아두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윤씨는 바로 앞 공정에서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독한 화학물질을 LCD 판넬에 바르면 스크럽 공정에서 판넬을 자르는 역할을 했다"며 "앞공정과 스크럽공정 사이에 칸막이가 있지만 출입문이 열려있어 수시로 들락거렸다"고 전했다.

반올림은 "특히 윤씨는 면장갑만 끼고 근무했으며, 검은색 유리판넬을 자르는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가루가 날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입사할 당시 윤씨의 혈액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가족 중에도 관련 질환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12월 퇴사한 윤씨는 발병 후 13년간 수혈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왔다. 지난 5월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돼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지난 2일 오후 9시 56분 폐출혈과 장출혈으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전북 군산시 월명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오는 5일 이루어진다.  


앞서 지난 7일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으로 쓰러졌던 이윤정(32)씨도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이렇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CD공장 등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등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는 이제 56명에 이른다. 

특히 삼성전자 LCD 사업부 기흥·천안·탕정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이 발병했다고 제보한 노동자는 16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한 이는 8명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LCD #윤슬기 #반올림 #재생불량성빈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