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생명평화기독연대가 주최했던 <2012 생명평화 월례 포럼> 기념사진 모습. 정동근씨는 왼쪽 상단에서 네번째. 정 씨 오른쪽 두 번째가 이번 펀드 모금 행사의 발기인 대표를 맡은 정세일 생명평화기독연대 대표.(사진출처.정동근 페이스북)
이정민
일명 '영야'라 불리는 한 재야노동자가 있다. 그는 요즘도 매월 각 시민단체의 주요일정을 정리해 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이면 동암역 앞에 부스를 펼치고 '행동하는 시민모임 판넬' 홍보활동을 이끌고 있다. 6월에 그가 펼칠 주제는 바로 '나꼼수방송-조중동반대-4대강중단-한미FTA폐기-미국산쇠고기수입중단-일제만행규탄' 등이다.
그는 지난 4·11총선에 부평갑 지역구 문병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시민사회특보 역할을 자처했다. 이 때문에 그는 고된 택시영업을 하다가도 사무실에 들러 수화기를 들곤 했다. 그러며 항상 웃는 모습과 겸손한 마음으로 주위사람들을 격려하곤 했다.
근 30여 년을 인천에서 현장 노동자로써, 재야 운동가로써 묵묵히 자신의 소명을 다해온 그는 바로 인천의 택시노동자 정동근씨다. 인천에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잔뼈가 굵은 사람은 웬만하면 그를 다 안다.
"정동근 형은 20대 젊은 시절부터 지금 오십대 후반까지 근 30년을 가난하고 핍박받아 어려운 노동자, 서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대변하며 오직 그들만을 위해 함께 싸워왔습니다."정씨의 지인인 '솔향'씨는 위와 같이 그를 언급하며 형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최근 정 씨의 지인들인 정세일 '생명평화 기독연대' 대표, 안재환 '인천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집행위원장, 이세구 '운동초심' 총무, 이종우 '갈매기의 꿈' 대표 등이 그를 위한 개인택시 증정 모금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형의 운동초심 순수성...우리가 지켜내자"개인의 삶은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정동근 형의 경제적 형편 역시 무척 팍팍하고 어렵습니다. 본인 개인과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정동근 형은 운동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더 어려운 이웃과 동지를 위해 나서기에 선배 후배 동료들은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한 지인이 정 씨를 위한 개인택시 모금활동에 참여하며 남긴 메시지다. 정 씨는 최근까지 택시노동자로 일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또한 틈틈이 재야운동의 지속성을 지켜왔다.
대부분의 택시노동자가 그러하듯 정 씨 또한 팍팍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턱없이 부족한 수입에 만족해야했다. 장성한 자식을 둔 정 씨는 하지만 운동과 일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불행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 씨는 그의 오랜 꿈이었던 개인택시 발급 자격을 상실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그는 천신만고 끝에 최근 꿈에 그리던 개인택시 발급(매입)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실제 개인택시 발급은 자격 취득자가 너무 많고 10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이미 발급받는 사람의 개인택시를 매입, 인수받아 운영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정 씨는 5천만 원이 넘는 개인택시 구입자금을 해결하기위해 전세자금 5천만 원을 빼서 구입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나이 예순이 다 된 시점에 전셋집을 빼는 것은 대단한 무리일 뿐더러 향후 삶의 무게를 더 이상 버텨낼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린 셈이다.
"'희망택시 영야 펀드'를 만들고자 하여 뜻을 모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정동근 형에게 작은 정성을 모아 희망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3천만원입니다."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된 지인들과 후배들은 그를 위해 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말이 3천만 원이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돈을 구한단 말인가. 그래서 고민 끝에 기부가 아닌 펀드라는 이름으로 상호부조하기로 했다. 이는 그에게 상환 기회를 주어 정정당당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살려주기 위한 방편이었다.
희망버스, 희망택시, 희망철도로 이어지기를지인들이 제안한 방법은 이렇다. 년 이자율 1%, 10만원을 단위로 하여 개인 형편에 따라 한 단위에서 최대 10단위까지 참여의 문을 열어 놓은 것. 정 씨의 상환 방법은 62개월동안 월 50만원씩 원금을 되갚는 조건으로 진행된다. 이자는 최종 상환시 일괄지급할 계획이다.
온라인 제안자 '솔향'씨는 이번 펀드 모금 취지에 대해 "택시 운전을 하며 지역 활동을 하는 인천의 모범적 민주화ㆍ노동활동가인 정동근님에게 개인택시 구입기금을 마련, 저금리로 대여하여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이루게 할 것"이라며 "향후 인천지역 상호부조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작이 반이라 했지만 언제 이 펀드가 완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또 다른 희망버스의 시작점으로 인천에서도 희망택시의 기운이 몰아치기를 기대할 뿐이다.
희망버스를 타면서 함께 연대했던 정의로운 사회, 살기 좋은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이번 인천의 희망택시 펀드도 좋은 취지의 희망의 물결로 아름다운 불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희망 버스를 넘어, 희망 택시, 희망 철도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으면 하는 소망을 염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 대표 발기인 : 정세일(생명평화 기독연대 대표)
공동 발기인 : 안재환(인천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집행위원장) 권병기(의사) 강병수(인천시의회 의원) 이세구(운동초심 총무) 이종우(갈매기의 꿈 대표) 이만재(노동운동가) 이한구(인천시의회 의원) 윤경세(운동초심 회원).
<연락처> 대표 발기인 정세일(010-4711-0220), 총무 : 이종우(010-5386-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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