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방문단'이 2011년 10월 17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대문에 내건 현수막.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
권우성
그랬던 검찰이 이번 내곡동 배임사건과 김재철 사장 배임사건에서는 어찌 이리도 온순하고, 너그럽고, 이해심 많고, 친절한지.
내곡동 사저 사건을 한번 보자. 의혹의 핵심은 ▲ 내곡동 땅 매입 시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이름으로 매입한 집터 대금을 6억여 원 덜 부담하게 하여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면서 그만큼의 청와대(국가) 예산을 더 지출하여 국가에 손해를 입혔고 ▲ 이명박 대통령이 살 집을 아들 이름으로 매입하여 부동산 실명제 위반 혐의가 있으며 ▲ 수입이 별로 없는 아들 이시형씨가 땅값 12억 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그 이자 등을 어떻게 갚아왔는가 하는 점이다.
이 가운데 배임 관련은 이시형씨 명의의 집터 매입과정에 국가예산으로 6억여 원을 대신 내준 것이다. 집터 감정평가액은 17억3000여만 원인데, 이시형씨의 실제 부담액은 11억2000만 원으로, 차액 6억여 원이 청와대 예산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사저 건립으로 국가가 누리게 될 땅값 상승 이익을 이 대통령 쪽과 나누려 했다'는 청와대 쪽의 해괴한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 이익'의 일부를 미리 이시형씨에게 떼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설명을 국민들이 그냥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니, 정치 검찰의 지적 능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들의 맹목적 충성심으로 인한 '멘붕' 상태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맹물 수사'로 끝낸 내곡동 사건실명제 위반혐의에 대해서도 청와대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점을 보더라도 이번 내곡동 사건은 아예 처음부터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건 핵심인 이시형씨에 대해서는 소환통보 한 번 없이, 한 번의 서면진술로 조사를 끝냈다.
김재철 MBC 사장의 경우에도 배임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되었음에도 아직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었다. 법인카드 유용 등의 혐의에 대해 김재철 사장이 지난 4월 영등포경찰서에 자진해서 출두하여 조사를 받은 것 외에는 그 뒤에 불거진 여성 무용인에 대한 20여억 원의 특혜 의혹 등과 관련된 조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