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보드 붙이기 단열재를 넣은 후 석고보드로 벽을 가렸다.
홍광석
하지만 더 지켜보기 힘들었던 일은 내벽에 붙이는 합판이나 석고보드를 제대로 재단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창문 하나 정확하게 설치 못하는 사람, 집의 특성에 맞는 미적 감각을 발휘하기보다 다른 집의 사례만을 들먹이며 뒷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한 엉성한 사람도 있었다. 건축자재를 야무지게 관리하고 자투리 자재를 활용하여 자재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한 기술자 아닌 기술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전문적인 기술력 제고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공업자의 자격 요건, 그리고 목수와 실내 인테리어만이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면허제도라를 검토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노동자의 기술력 제고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사안일 뿐 아니라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비록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건축 현장은 선량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는 곳이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대접해 주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인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도 쉽게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건설현장이다. 그런 현장에서 노동자의 기술력을 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내 집을 지어줄 사람을 선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좋은 기술자를 만나는 일은 집주인의 복불복(福不福)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지난 두 달 동안 현장을 지켜보면서 건축 현장에서 사람을 믿어야할 존재냐 믿어서는 안 될 존재냐 하는 시비를 가리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기술적으로 빈틈없고 깔끔한 사람이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우선 말 잘하고 인상 좋은 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감시하는 것 같지만 지근거리에서 일하는 사람의 자세와 솜씨부터 살핀다. 정확한 치수와 각도에 맞추어 재단을 하는지, 단열재는 빈틈없이 채우는지를 살핀다. 집을 짓는 일이란 겉보기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확하지 않으면, 그리하여 집에 하자가 발생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