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전두환도 '야당'에 붉은 덧칠 안했다.

등록 2012.06.21 19:50수정 2012.06.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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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자 <한겨레> 1면 머리기사. <한겨레>는 군 당국이 "제1야당에도 종북세력이 존재한다"는 '종북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김동수


"군이 통합진보당을 '종북세력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제1야당에도 종북세력이 존재한다"는 등 야권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논리를 앞세워 각급 부대별로 대대적인 '종북 정신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야권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편향적 정신교육이 군 부재자투표 등에 끼칠 영향과 관련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2012. 06. 21 <한겨레> 군 "야당은 종북세력" 대선앞 수상한 교육

대한민국이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누리당은 "간첩출신까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 "종북퇴치법도 있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공동정책 합의문에 대한 분석도 잘 돼 있다(이한구 원내대표),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죠. 옛날에 천주교가 들어와서 사화를 겪으면서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한기호 의원)라는 말로 종북사냥을 하더니 이제는 군까지 나섰다.

21일 <한겨레> 보도는 군이 정치개입까지 나섰다는 의혹을 살만했다. <한겨레>의 이어진 보도를 보면 "제1야당에도 종북세력이 존재한다"거나 "종북세력 6만명이 암약하고 있다"는 강연을 했다고 한다.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이 이런 교육을 계속한다면 50만명이 넘는 군부재자 투표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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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부터 1989년까지 군 복무 당시는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이었지만 야당이 빨갱이라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 ⓒ 김동수


그런데 군이 정신교육에서 "야당은 종북세력"이라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교롭게도 나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다시 되찾은 대통령 직선제 투표를 군에서 했다. 당시 선거도 12월이었다. 대통령이 전두환이었음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전두환이 누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미국만 아니었다면 '빨갱이'로 몰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야당 후보로 나선 김대중 후보를 '붉은덧칠'로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에서 단 한 번도 정신교육에서 야당과 김대중 후보가 붉은 물이 들었다는 정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그 때는 '종북세력'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빨갱이'라는 더 강력한 사상 사냥을 할 수 있는 단어가 있었다. 군을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정신교육은 한 달에 2~3번은 받는다. 북한을 주적으로 교육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야당(김대중)=북한동조세력'으로 연결짓지 않았다.

야당은 붉은 세력이라는 정신교육을 받았는데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아니 그런 정신교육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민정당 후보인 노태우를 지지하라는 그 어떤 압박도 없었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2012년에 야당을 종북세력이라며 정신 교육을 시키다니.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1980년대로 되돌렸다고 비판받았는데, 군은 1987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도때도 하지 않았던 "야당은 종북세력"이라는 정신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군 당국이 야당을 종북세력 운운하는 정신교육을 시킨다면 새누리당이 '하나회' 출신을 국회의장 후보로 뽑았다는 교육도 시켜야 한다. 하나회는 대한민국 군대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불온도서'를 선정해 군인들 사상의 자유까지 침해하더니 이제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정치적 자유까지 빼앗려하고 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그 군대는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 군대가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야당은 종북세력이라는 정신 교육 멈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 #종북세력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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