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이 임신을 하다니... 어떻게 된 거죠?

여주 아우네 들렀다 기이한 걸 봤습니다

등록 2012.06.25 15:04수정 2012.06.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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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재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소재한 도공 김원주의 전시실인 지우재 ⓒ 하주성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사는 아우는 늘 바쁘다. 사람들이 찾아가면 바쁜 시간에도 반갑게 맞이하고, 그저 막걸리 한 잔이라도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요즈음은 지난 해 심어 놓은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땀을 빼고는 한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기에, 이 집을 가끔 <오마이뉴스>에도 소개한다. 6월에 찾아가는 이 집은 정말 좋다. 말로만 좋은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모습들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넓은 평수에 초호화 주택을 좋다고 하겠지만, 그런 곳은 사람 사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다. 누구는 없는 자의 자기 합리화라고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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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전시실 앞에 마련한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피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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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환경이 오염되지 않은 이 집에는 개구리 등이 살고 있다 ⓒ 하주성


청개구리가 살고 어리연이 피는 집

지난 23일 여주 아우네 찾아갔을 때, 전시관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아침햇살에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런데 어리연 잎에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가만히 보니 요즈음 보기 힘든 토종 개구리 몇 마리가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 녀석들, 사람이 가까이가도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아마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품성을 다 읽을 듯하다.

작은 연못 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이 집에는 딴 곳에서 보기 힘든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한라산수국'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물론 그것을 보고 평안하다고 느끼는 것도,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블루베리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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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파랗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익어가는 것만 보아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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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수국 작은 연못 옆에는 한라산수국이 피어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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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향이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 이들 부부는 유난히 꽃을 좋아한다 ⓒ 하주성


블루베리를 몇 개 따먹어 본다. 새콤한 맛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만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먹다 보니, 익은 것을 다 따먹은 듯하다. 미안한 김에 곁에 있는 꽃을 손으로 슬쩍 건드려본다. 향내가 코를 간질인다. 백리향이다. 향이 짙어 백 리까지 향기를 보낼 수 있다는 이 꽃.

"마늘이 임신을 했나? 날씨 탓인가?"


아우 부부가 마늘밭으로 올라간단다. 지난해에 심어 놓은 마늘을 수확해야 하는데, 날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미쳐 수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 장갑 하나를 주워들고 작업실 뒤편, 마늘밭으로 갔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해, 먼지만 풀풀 날리는 마늘밭. 마늘이라고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호미로 먼지가 나는 땅을 파 하나씩 마늘을 캐본다. 잘 자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마늘은 여느 마늘과는 다르다. 한 마디로 완전 무공해 마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늘대를 자르다가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마늘대에 또 마늘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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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마늘대에 또 다른 마늘들이 자라고 있다 ⓒ 하주성


"마늘이 임신을 했냐? 왜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냐?"
"마늘이 무슨 임신을 해요."
"이것 봐.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잖아,"
"정말 이상하네. 왜 그러지. 그러고 보니 임신한 마늘이 꽤 있네. 환경이 바뀐 탓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다. 나야 마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이런 경우를 알 턱이 없다. 그저 마늘이 임신을 했다는 말 밖에는. 그 말에 모두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란 매사가 즐겁다. 그래서 생활에 활력소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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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대 마치 임신을 한 듯한 모습의 마늘대. 왜 이런 기형이 자라는 것일까? ⓒ 하주성


마늘의 임신사건. 그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여주를 자주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는 잠시나마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름을 함께 아파해 줄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주는 6월 23일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주는 6월 23일에 다녀왔습니다.
#여주 지우재 #마늘 #생태계 #임신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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