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를 통해 법륜스님을 알고 그분의 저서들을 읽으며 삽시간에 그분의 철학과 신념에 빠져들었다. 마치 나의 과거를 꿰뚫어 보시고 법문을 해주시는 것처럼 명쾌한 조언에 가슴 깊이 감동을 느꼈다. 그런 법문스님의 역사강의를 들으며 함께 7박 8일 여행을 갈수 있는 기회라니. 무료한 여름방학에 큰 활기를 넣어 줄 것만 같았다. 글 솜씨가 부족해 도전을 망설였지만 '인연을 지어야 과보를 받는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한번 해보기로 작심했다.
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섰다. 나는 통일에 대해 관심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정적인 편이었다. 북한에 이산가족이 있는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먹고 살만해진 80년도에 태어나 말로만 우리민족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라와 북한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질감마저 들었다. 북한이 우리민족이라는 사실을 어떤 부분에서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통일이 되면 상대적으로 잘사는 우리가 북한을 도와줘야 하니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언뜻 들은 얘기도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했다. 인생 상담이라는 실질적이고 가벼운 주제가 아닌 통일이라는 관심도 없는 주제의 책을 읽고 깨닫는 바가 있을까. 책을 읽어도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독후감이 진정성을 갖기 어려울텐데.. 하는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태에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용이 어려울거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술술 읽혀졌다. 스님은 학식을 뽐내지 않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생각지도 못한 비유로 유쾌하게 통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무지한 중생들도 모두 이해하기 쉽게 하시는 스님의 글 솜씨, 말솜씨는 따라올 자가 없다 라는걸 새삼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문구이다. 스님은 이것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기 위해 역사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야기의 쟁점은 과거의 역사에서 실패한 것은 본보기로 삼아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성공했던 점은 본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역사는 돌고 돌며 늘 변화한다. 우리의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역사에도 절대 우위란 존재 하지 않는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이지만 불과 200년 전에는 영국이 세계를 쥐락펴락했다. 스님은 늘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의 상황을 읽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정세 상황은 어떨까. 중국이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우리의 뒤를 봐주고 있는 미국은 눈에 띄진 않지만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주세력이 변화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우리가 중국과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통일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셨다.
대부분의 민중들은 한민족이라는 미명하에 우리가 손해를 좀 볼지라도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생각 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우리도 힘든데 누굴 돕겠냐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우리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만 갖더라도 통일은 꼭 이뤄져야할 문제다. 과거부터 외세의 침략에 취약한 한반도를 굳건히 하고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북한의 영토를 개발함으로써 경제성장의 정체를 극복해 낼 수 있다. 초기개발비용이 들겠지만 몇 백배로 돌려받을 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서로의 단점을 극복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데 그 단점을 미국이나 중국의 도움을 받아 메우려고 한다. 받은게 있으면 그만큼 돌려줘야 하고 이러다보면 자주력을 잃고 끝내는 그들에게 종속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스님이 들려주시는 우리민족의 역사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에 나는 역사 배경에 어두워 역사책 한권을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도서관의 역사책 코너에 가보면 어떤 책을 집어 들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었다. 그런데 스님이 해주시는 역사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기본 배경이 없어도 역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짧은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고대사부터 근대 현대사까지 몇 천년 역사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우리 역사 속에 항상 열등의식을 갖으며 살아온 중국보다 우리의 역사가 천년을 앞섰다니. 현재 우리가 열등감을 갖는 일본의 뿌리가 조선이라니. 게다가 우리의 조상이 세계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평화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나라를 세우니 그 총명함에 그 후손이라는게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결코 열등감을 갖을 이유가 없는 우리 문명의 뿌리 깊은 역사와 정통성을 알게 되니 자긍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우리의 문명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니 우리도 현재 잘 먹고 잘 사는것에만 치중할게 아니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물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역사를 알고 나니 6000년 역사에 우리는 그저 100년 정도만을 차지할 뿐이고 5950년을 함께 살아온 한 뿌리의 민족끼리 헐뜯고 싸우는 형국이 정말 개탄스러웠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되짚어 평가하거나 사극을 볼 때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 우매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조상들을 보며 분노한다. 하지만 역사상 지금처럼 한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지는 비극은 없었다. 시대가 지날수록 역사가 발전을 해야 하는게 이치인데 오히려 지금의 우리는 역사를 후퇴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스님께서 단순히 북한의 굶어죽는 동포들을 구제하기 위해 통일을 염원하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통일이 됨으로써 자연히 얻어지는 긍정적인 한 현상일 뿐이었다.
책을 읽고 통일에 대한 스님의 방대한 지식과 심도 있는 통찰력을 알고 나니 경외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스님은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생각해야할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고민하고 연구하신 분 같았다. 통일이 되고 나아가 일본과 협력하여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여기에 중국까지 힘을 합쳐 동북아시아가 세계를 이끄는 주도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스님의 원대한 미래 계획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새로운 100년>이라는 책을 읽고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간절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감히 확신할 수 있다. 스님은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바뀌게 하시기 때문에 스님의 말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존재한다.
2012년은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일어나는 해이고 새로운 100년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책을 읽고 통일의 적기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이 든다. 하루 빨리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의 눈을 떠야겠다. 스님은 법문 중에 '어리석으면 괴로워진다' 라고 말씀하셨다.
책을 읽고 나에게도 하나의 꿈이 생겼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찌릿해지고 역사적인 통일의 순간을 꼭 우리세대의 힘으로 만들어 내겠노라고. 스님과 함께 통일을 위해 정진하는 통일의병이 되어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