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0시간씩 진행되는 주야 맞교대를 8시간씩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고, 부족한 물량은 공장을 신설해 3500명을 신규 채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 누리집 갈무리
언론들이 왜 현대차라는 한 회사의 노사 간의 분규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무분규'가 깨지지 않기를 기대하는 걸까요?
'분규'라는 말은 '이해나 주장이 뒤얽혀서 말썽이 많고 시끄러움'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노사 간 분규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쟁의'는 '서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며 다툼'이라는 뜻이고, '지주나 소작인 또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의 이해나 주장의 차이가 가장 큰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노조는 10시간씩 진행되는 주야 맞교대를 8시간씩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고, 부족한 물량은 공장을 신설해 3500명을 신규 채용하자는 주장입니다. 회사는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따른 부족한 물량을 신규채용 없이 노동강도를 높여 채우자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에 대해 노조는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는 대법원의 판결 정신에 따라 업무, 근속연수, 입사 연도 등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회사는 대법원 판결이 개인 판결이기 때문에 요구를 수용할 수 없고, 불법파견을 하고 있는 공정을 공정분리나 블록화를 통해 합법화하자는 것입니다.
이렇듯 분규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현대차 노사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했고, 노조는 법에 따라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거쳐 7월 13일과 20일 파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사 간의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는 무분규와 무쟁의는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차 "주식 받고 싶으면 파업하지 말라"<조선일보>가 '국내 최대, 최강성 노조'라고 보도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무쟁의를 했습니다. 노사 간에 이해관계의 충돌도 있었고, 사실상의 파업인 잔업이나 특근 거부도 있었지만, 명시적인 파업을 하지 않고 타결했다는 뜻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무쟁의는 200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현장발의로 그해 6월 말 한미FTA 반대 총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회사 내의 임금과 단체교섭을 대상으로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쟁의를 달성했다며 조합원들에게 무상주 30주를 지급했습니다.
'14년째 연속 파업'이라며 현대차노조를 공격하던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들은 이때부터 대대적으로 '무분규'를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와 언론들은 마치 현대차의 '무분규'가 한국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생계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무쟁의가 계속됐고, 조합원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차 주식 135주를 무쟁의의 대가로 받았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평균 주가(주당 23만 원·6일 기준)로 계산한다면 주식의 현재 가치는 무려 3105만 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회사가 지급한 주식 35주는 현재 805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금속노조 누리집에 한 조합원은 "올해 현자지부 하는 꼬라지 보니 주식 받기는 요원한 것 같다"며 "한해 주식 받아 1000만 원 현금화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틀 후인 4월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임태순 공장장은 조합원 부인들의 행사에서 "지금까지 지급된 주식은 무쟁의의 보상 차원"이라며 "주식을 더 받고 싶으면 올해 파업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지부는 "조합원들을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지 말라"며 공장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무쟁의의 대가 '돈잔치'가 질식시킨 계급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