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독재' 발언, 회의록에서 뺐다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인데... 인권위 "요점만 정리"

등록 2012.07.09 16:31수정 2012.07.09 16:31
0
원고료로 응원
 6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09년 제24차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결과 및 회의록 55쪽 일부 내용. 본래 상황대로라면 4번째 발언 다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와야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 위원장의 발언 일부가 빠진 이 회의록은 2011년 국정감사 참고자료로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6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09년 제24차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결과 및 회의록 55쪽 일부 내용. 본래 상황대로라면 4번째 발언 다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와야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 위원장의 발언 일부가 빠진 이 회의록은 2011년 국정감사 참고자료로 제출됐다"고 설명했다.이주영

국가인권위원회(현병철 위원장)가 '용산참사'관련 회의에서 현 위원장의 발언 일부를 회의록에서 누락했으며, 이 회의록을 18대 국회에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09년 12월 28일 인권위 제24차 전원위원회 결과 및 회의록을 보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현 위원장이 발언이 빠져 있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18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수정한 회의록을 제출했다.

현 위원장 '독재발언'... 회의록에는 말없이 퇴장한 것으로 기록

제24차 전원위 회의에서는 '경찰의 강제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용산참사' 관련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자는 안건을 논의했다. 당시 현 위원장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다음번에 안건을 다시 제출해달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안건이 가결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급히 폐회를 선언했다. 자리에 있던 인권위원들이 항의하자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회의장에 있던 전 인권위 직원은 "한 인권위원이 '왜 위원장 마음대로 독단하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현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갔다"며 "회의장에 있던 인권위원 및 인권위 직원들이 그 발언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록에는 현 위원장의 퇴장 전 발언이 없다. 회의록 54쪽을 보면, 현 위원장이 갑자기 "그 얘기는 많이 나왔으니까 충분히 알겠다"라며 폐회를 선언하고 의사봉을 3번 두드린다. 몇몇 위원들은 현 위원장의 독단적 진행에 항의했다. 한 인권위원이 "왜 위원장 마음대로 독단하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현 위원장은 대답하지 않고 오후 6시 34분 퇴장한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현 위원장의 발언이 빠진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발언의 뜻이 잘못 전달될 것을 우려해 위원들이 회의록 수정요청을 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현 위원장 체제에 들어 조금 심해졌다, 말 자체를 없애는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첫 전원위 회의에서 전년도 회의록 수정요청을 받는데, 2010년 1차 회의 때는 2009년 회의록 수정요청이 없어 현 위원장의 (독재) 발언 기록이 그대로 확정됐다"며 "그때 첨부된 2009년 제24차 회의록을 보면 독재 발언이 포함돼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후 회의록을 보니 그 발언이 빠져있었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도 수정된 회의록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의 발언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됐다. 그런데도 회의록에서 그의 발언을 누락한 이유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발언을 공식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며 "외부에서의 정보공개청구 요청도 고려해 그 발언을 뺐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2011년 국정감사 당시 몇몇 의원이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고, 인권위가 관련 자료를 각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의 독단 처리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 빼면 문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7월 20일 오전 현병철 신임 국가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7월 20일 오전 현병철 신임 국가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청와대제공

인권위 측은 회의록 성격상 일부 발언이 누락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설아 언론홍보담당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09년 당시 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후 보도자료를 통해 그 발언의 맥락을 이미 해명했다" "회의록에서는 요점 위주로 정리하다보니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폐회를 선언한 이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포함 안 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의록 54~55쪽에서는 의사봉을 3번 두드린 이후 현 위원장의 발언이 4차례 더 나온다. 

현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맡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발언을 누락하고 보고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19대 국회 운영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문제에 대한 국민적 질타를 숨기려 했을 것이다"라며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같은 당 송호창 의원은 "한 발언을 빼도 전체 발언의 취지가 다 들어있으면 상관없다"며 "그러나 (독재 발언은) 현 위원장이 회의를 독단으로 처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 그 발언이 빠져있으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 현 위원장 연임에 문제제기 했다"

한편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사청문회가 다음 주에 열리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논의된 상황은 아니"라면서 "일부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제기' 내용에 대해서는 "현 위원장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들이 사실이라면 문제 아니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도 이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현 위원장에 대해 "당내에 의견이 다양하다"며 "사람마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지, 꼭 찬성해줘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병철 #인권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2. 2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3. 3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4. 4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5. 5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