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검증과 네거티브의 차이

민주당 경선, 포지티브한 검증으로 감동의 드라마 연출해야

등록 2012.07.13 11:37수정 2012.07.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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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예비후보들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이야 뻔한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우수한 후보의 경선 참여로 벌써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당내경선이 흥행에 성공하면 대선 승리가능성도 높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모아져 집권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격으로 얼룩진 치열한 경선을 치르게 되면 경선후유증으로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박근혜의원이 당 내외 비판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기존의 경선규칙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당내 경선에서 최고 득점자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작을수록, 즉 경선이 치열할수록 본선에 패배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2007년 직후부터 박근혜후보가 흔들림 없이 2012년에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누가 봐도 당이 두 동강 날 정도로 치열했다. 게다가 다 이긴 경선을 말도 안되는 여론조사 때문에 패배한 박근혜후보의 경선불복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후보는 기꺼이 결과를 받아들였고 18대 총선에서 친박의 무더기 공천탈락도 감내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경선의 제도화를 이룬 정당다운 정당으로 자리매김했고 그것이 2007년 대선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박후보의 이러한 기여 때문에 현재 수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 경쟁력, 후보선호도 1위를 달리는 것이다. 부모의 후광으로만 이룬 실적이 아니다.

민주당의 당내경선이 시작부터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상대후보에 대한 공격이 검증을 넘어서 네가티브로 흐르고 있다. 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후보에게 네거티브가 집중되면서 대선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후보들이 네거티브는 피하고 포지티브한 검증을 통해 감동적인 경선이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에 포지티브 검증과 네거티브의 차이를 살펴보자.

비판이 구체적이면 검증이고 총체적이면 네거티브이다. 정책이나 공과에 대한 건 검증이고 삶 전체나 실존에 대한 건 네거티브이다. 증거가 뒷받침되면 검증이고 근거 없는 비난은 네거티브이다.

가장 대표적인 검증은 구체적 정책의 허실에 대한 비판, 가령 등록금 폭등에 대한 책임론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검증의 궁극적 목적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실패했던 정책분야에서 누가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포지티브하게 겨루는 데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어차피 모든 후보가 나눠져야 할 공동책임으로 유권자에게는 비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내탓 네탓을 해봐야 민주당만 망가질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네거티브는 참여정부실패론과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부나 공과가 있다. 참여정부는 선거공약이었던 새정치를 이루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양극화해소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극화해소를 위해선 이익투표 즉, 계층투표가 필수적이다. 즉, 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이 자신을 위한 정책과 후보를 지지해야 그들을 위한 정책이 실행됨으로서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의 서민이 죽으나 사나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면 무슨 수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는가.

저소득층은 2002년에도 2007년에도 이명박정부 5년을 경험한 지금도 새누리당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러나 여기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으니 2008년에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최초로 계층적 지지가 나타난 것이다. 노대통령의 당선은 중산층, 고학력자에 의해 가능했으니 한국정치에 엄청난 변화가 온 것이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지역주의에서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계층정치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공은 뭐니 뭐니 해도 지역정치에 균열을 내고 계층투표를 촉발한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이 5년 내에 양극화해소에 성공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계층투표의 초석을 놓았으니 진보진영 정치인이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계층정치의 등장으로 참여정부와 노무현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았다. 즉, 노무현을 지지했던 다수의 중상층이 이탈했지만 중하층의 유입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는 세대교체에 의해 점진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완전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계층투표가 나타나게 되면 진보진영은 소수로 전락하게 된다. 2012년 대선에도 계층투표에만 의지한다면 진보진영의 선거 승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층, 중상층, 저소득층의 새누리당 지지는 압도적인데 비해 중산층, 중하층의 민주당 지지는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역사상 최초의 계층투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등장했다. 민노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계층투표의 수혜자가 된 의미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MB심판 덕분이다. 중상층이 MB심판을 위해 야당으로 이탈한 것이다.

4.11총선에서도 계층투표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MB심판의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지역정치에서 이익정치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고 박근혜의 선거지휘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4.11총선이 결코 민주당에게 쉬운 선거가 아니라는 경고를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해왔다. 상류층은 이익정치에 민감한 반면 서민계층은 계층투표 비율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때문에 이명박이 당선되지 않았듯이 이명박 때문에 박근혜가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대 대선에서 많은 논평가의 주장과 달리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작동한 적이 없다. 김대중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 19%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당선되었고, 2007년 대선에서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이명박을 찍었다. 즉, 4.11총선의 시기가 중간선거가 아니라 대선을 코앞에 둔 대선전초전이라는 이유로 MB심판이 실종된 것이다.

반면, 유권자는 두 정당을 비교할 때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분열적이고 불안하고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전망적 투표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패한 것이다. 대대적인 회고적 투표는 지방선거나 임기 중간의 총선과 같은 집권당 평가가 가능한 시기에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MB의 실정 때문에 민주당에게 유리한 총선이 될거라는 논평가들의 예측은 대부분 틀렸다.

필자가 총선 직후 민주당이 참패하지 않았다고 썼던 이유도 애초에 선거구도 자체가 민주당에게 불리하다고 필자는 분석했기 때문이다. MB심판은 총선구도에 중요변수가 아니며 새누리당의 견고하고 안정된 지지기반과 민주당의 불안한 지지가 선거구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보았다. 구도 자체가 민주당에는 불리한 선거였으니 선거결과를 참패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의 4.11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이유는 2007년 대선패배의 원인을 잘못 파악한 데에 있다고 본다. 필자가 2007 대선에 대해 여러 차례 글을 쓰며 진보진영 지식인들의 선거분석이 틀렸다고 주장할 때마다 필자는 자신이 참여했던 참여정부나 노대통령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심지어는 참여정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며 통합에서 빠지라는 폭언도 들었다.

자신의 지식을 겨우 자신의 행위를 옹호하는데 쓰는 졸렬한 지식인이 있는지는 몰라도 필자는 오로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리고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글을 쓴다. 필자가 2007년 대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이유는 그래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패배의 결정적인 이유도 2007년 대선에 대한 분석 실패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대표적으로 비판하는 정책이 한미FTA이다. 4.11총선 직후 실시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명박정부의 한미FTA 날치기에는 국민 다수가 반대(64%)하지만 이미 국가 간에 체결된 조약을 재협상 노력도 없이 폐기부터 말하는 정당이라면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는 아직도 53%에 달한다. 진보진영의 의견을 받아들여 폐기를 말하면 중도층이 등돌릴 것이  뻔하다. 무조건 노무현과 차별화해야 이기는 게 아니라 노무현이 어떤 점에서 지지를 받았고 어떤 점에서 지지를 잃었는지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에서 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후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후보에게 5백만표의 큰 차로 정권교체를 당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필자가 이미 여러 번 오마이뉴스에서 제시한 바 있지만 얼마 전엔 필자에 이어 친이계로 분류되는 명지대 김형준교수도 노무현평가와 이명박당선이 무관하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보다 직접적인 증거는 앞에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임기 중 추진했던 대부분의 정책에서 재벌개혁(41%)과 언론개혁(47.5%)을 제외하곤 과거사청산작업(62%), 국토균형발전(60%), 탈권위주의 행보(71%), 자주국방 및 자주외교(62%), 이라크파병(61.1%)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했다는 응답은 42%이며, 당시 열린우리당의 정치행태에 실망했다는 응답은 66%에 달한다. 반면, 이명박후보의 경제살리기 공약에 마음이 끌렸다는 응답은 53%, 이명박후보의 업적이 마음에 들었다는 응답은 49% 뿐이다. 즉, 노무현의 실정이나 이명박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동영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패배한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2007년 대선은 물론이고 4.11총선 패배의 원인도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를 공격해 보수언론에 이용당해 신뢰를 잃었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정당내부의 분열이다. 논객들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승리했다고 떠들어댔지만 실제로 4.11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천이 새누리당에 비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정우택, 김형태, 문대성, 이자스민 등 다수의 부적격자에 견줄만한 의원이 민주당엔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문제는 당지도부가 팀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서로 분열하고 최고위원이 언론에 나와 당대표를 공격하는 등 난장판 정당을 보여줌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과정에서 다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곤란하다. 경선후보로 나선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상호비방으로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외면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곧 펼쳐지게 될 민주당의 경선이 정책대결과 장점 경쟁으로 신나고 손에 땀을 쥐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blog.daum.net/leadershipstory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blog.daum.net/leadershipstory에도 실렸습니다.
#민주통합당 경선 #포지티브 검증 #네가티브 #문재인 #김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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