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 특별전 '불교가 온 길 - 실크로드 탐험의 여정'

등록 2012.07.16 11:38수정 2012.07.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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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코쿠뮤지엄은 입구가 지하 1층에 있고, 전시실은 2층과 3층에 있습니다. 지하 일층 입구에서 학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입구가 지하 1층에 있고, 전시실은 2층과 3층에 있습니다. 지하 일층 입구에서 학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현국

14일 토요일 오전 류코쿠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불교가 온 길 - 실크로드 탐험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특별전(4.28-7.16)이 열리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간다라, 중앙아시아, 중국, 한반도, 일본에 올 때까지 거쳐 온 여러 지역의 불상, 문자기록, 벽화, 조각 미술품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언어가 6천 개 정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같이 사라지고 맙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산업 개발과 온난화에 따른 수면상승으로 많은 소수민족들이 살 곳을 잃고 있습니다.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특정 소수 민족이 살 곳을 잃으면 그들이 사용하는 말도 같이 사라지고 맙니다.


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몇 천 년을 두고 쌓아온 삶의 지혜와 문화 환경에 적응해 온 인류의 지혜가 담겨있는 보물이기도 합니다. 금세기가 지나기 전 지금의 말 가운데 반쯤이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말이 없어지는 속도는 지구상에 있는 동식물이 없어지는 속도보다도 빠르다고 합니다.

그동안 없어진 말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살아온 여러 민족들이 사라지면서 그들이 사용하던 말이나 글도 같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여 중앙아시아 탐험대가 찾아서 보관해온 언어 자료를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산스크리트어 반야경

   산스크리트어 반야경
  산스크리트어 반야경박현국

이 사본 조각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인도 고유의 브라후미 문자(Brāhmī script)입니다. 브라후미 문자는 BC. 6세기 전후 인도에서 사용된 글자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몽고, 티베트 문자의 조어에 해당됩니다. 한글 제작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자작나무 껍질에 쓴 것은 산스크리트어 반야경(般若經)의 일부입니다.

반야는 완전한 지혜를 뜻합니다. 반야경은 남을 위해서 정성을 다하며 깨달음을 찾아서 노력하는 많은 보살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살 행위는 남을 위해서 철저히 보시를 행하는 보시바라밀을 비롯하여 완전한 실천 방법 여섯 가지 즉 육바라밀을 말합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설교와 공사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반야경을 쓴 산스크리트어 사본은 1931년 처음 파키스탄 북쪽 기르깃트(Gilgit)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본 조각 역시 같은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비슷한 시대, 7세기 무렵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

2. 도카라어(Tocharian languages) 사원 출납 문서


   도카라어(Tocharian languages) 사원 출납 문서
  도카라어(Tocharian languages) 사원 출납 문서박현국

도카라어 사원 출납 문서 도카라어는 현재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동 투르크스탄)의 타림 분지 북쪽 지역에서 8세기 무렵까지 사용되었고 브라후미 문자로 쓰인 언어입니다. 인도 유럽 어족에 속하고, 독자적인 도카라 어파를 형성하고 교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서에는 10-11월 무렵 보리의 출납 상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대가 쓰여 있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록 내용으로 보아 8, 9세기 무렵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3. 소그드(Sogd) 문자 알파벳 표

   소그드(Sogd) 문자 알파벳 표
  소그드(Sogd) 문자 알파벳 표박현국

소그드 문자는 아케메네스죠 페르시아의 공용어였던 아람어를 표기하는 아람문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그드 문자는 자음 22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이란 여러 곳에서는 기록하는 습관이 남아있어서 아람 문자로 적었습니다.

소그드에서도 아람 문자를 사용하여 소그드어를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소그드 문자의 기원입니다. 소그드어는 발음되는 소리를 중심으로 기록하였고, 아람어 알파벳의 순서나 글자 수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료는 8세기 이후의 것으로 투루판(Turfan)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투루판(Turfan)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중동부에 있는 분지입니다.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로서 천산산맥 남쪽 실크로드의 요충지로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해발 마이너스 150미터 지점에 있습니다.

소그드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지역을 말합니다. 소그드 사람들은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무역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독자적인 조직망과 언어를 통하여 점조직으로 무역을 했습니다. 소그드인의 선조는 유목민족으로 말을 키우는 일이나 독특한 미적 안목과 세련된 기술로 염주문 등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4. 시리아 문자 알파벳 표

   시리아 문자 알파벳 표
  시리아 문자 알파벳 표박현국

투루판에는 아스토리우스파 기독교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근에 있는 브라이크 마을 수도원 집터에서는 여러 문서가 대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한가지입니다. 기독교 교도 서기의 학습용 문자표로 보입니다. 년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9, 10세기 것으로 보입니다.

5. 소그드 문자 중세 페르시아어 찬가

   소그드 문자 중세 페르시아어 찬가
  소그드 문자 중세 페르시아어 찬가박현국

투루판에서 발견된 10세기 무렵 문서입니다. 서위구르왕국(9세기 후반 - 13세기 말)에서는 11세기 초반까지 마니교가 국교였습니다. 왕의 제관식에서도 마니교의 의식이나 찬가가 불렸습니다. 이 유물은 마니교에서 사용되는 중세 페르시아어 찬가를 소그드 문자로 쓴 것입니다. 부르기 쉽게 작은 두루마리로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영광과 평안, 새로운 기쁨이 예수, 빛의 처녀, 와후만(Vahman) 신으로부터 나와 왕인 당신 위에 머무시도록

6. 위구르어 행정명령문서

   위구르어 행정명령문서
  위구르어 행정명령문서박현국

14세기 후반 몽고 제국이 지배하던 투루판에서 발행된 행정 명령 문서입니다. 당시의 세금제도나 요역(徭役) 제도의 실태를 나타내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몽고 제국 안에서 이동하는 공무원이 사용하는 공물을 임시 세금으로 내는 대신 요역 노동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의 행정명령 문서입니다.

문서에 사용된 관인 가운데 셋은 티베트, 파그파 문자('Phags pa, 八思巴字, Bāsībā zì)로 쓰여 있습니다. 파그파문자는 1269년 몽고 제국이 티베트 문자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글자입니다. 이 관인과 똑같은 관인이 찍힌 문서는 베를린, 베이징, 이스탄불 등에 있습니다. 이 자료를 비교하여 이 문서에 쓰인 무년(戊年)은 서기 1358년, 무술(戊戌)로 보입니다. 

7. 티베트 문자 산스크리트 법신게(法身偈)

   티베트 문자 산스크리트 법신게(法身偈)
  티베트 문자 산스크리트 법신게(法身偈)박현국

이교토였던 사리불(舍利佛)이 처음 들었던 석가모니의 가르침으로 연기법송이라고도 합니다. 인도 이후 이 게를 작은 불상이나 탑 안에 넣는 습속이 있습니다. 법신게는 사체(四諦) 가운데 고(苦), 집(集), 멸(滅)의 삼체를 말하는 게송으로 한역의 제법인연생(諸法因緣生), 시법설인연(是法說因緣), 시법인연멸(是法因緣滅), 대사여시언(大師如是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8. 보살참회문

   보살참회문
  보살참회문박현국

6세기 무렵 투루판에서 발견된 불교 사본 조각입니다. 마지막에 보이는 구절로 참회문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원래 이 문서는 계율이나 의례에 관한 문헌으로 보입니다. 대장경 속에는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당시 이 문서가 만들어진 지역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는 양상이나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한번 사라진 말이나 글은 다시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언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슬픈 일입니다. 이렇게 사라져 버린 말이나 글을 되찾고,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은 지금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류코쿠 뮤지엄 화장실 통로입니다. 천정과 바닥은 흰색이고, 벽은 까맣습니다.
  류코쿠 뮤지엄 화장실 통로입니다. 천정과 바닥은 흰색이고, 벽은 까맣습니다. 박현국

덧붙이는 글 | * 참고자료>류코쿠뮤지엄 누리집, http://museum.ryukoku.ac.jp/ 2012.7.15
류코쿠뮤지엄 도록, 불교가 온 길 - 실크로드 탐험의 여정, 2012.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류코쿠뮤지엄 누리집, http://museum.ryukoku.ac.jp/ 2012.7.15
류코쿠뮤지엄 도록, 불교가 온 길 - 실크로드 탐험의 여정, 2012.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실크로드 #산스크리트어 #소그드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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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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