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지원 없었으면 5년 전 쫓겨났을 것"

[인터뷰 전문②] '계약해지안' 상정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등록 2012.07.18 13:55수정 2012.07.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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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서남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퇴진을 놓고 갈등이 확산된 원인에 대해 "갈등 없는 사회가 어디 있나"며 "한국 사회가 발전을 하려면, 서로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몇 사람이 모여 가지고 데모하고 모함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서남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퇴진을 놓고 갈등이 확산된 원인에 대해 "갈등 없는 사회가 어디 있나"며 "한국 사회가 발전을 하려면, 서로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몇 사람이 모여 가지고 데모하고 모함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 퇴진 요구가 정치권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은 학생사회와 시민사회까지 확장된 상태다.
"제가 얘기하는 게 학생들 마음에 안드는 게 많다. 카이스트는 보통 대학이 아니다. 국민이 돈 내서 수업료도 안 받고 기숙사 방 공짜로 주고 밥까지 먹여 준다. 그런 학교에 오는 사람들은 국민에게 그 대가를 해야 한다. 그 대가가 딴 게 아니다.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맞춰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별안간에 영어 강의한 게 아니다. 입학신청서에 다 써 있다. 고등학교 땐 1등을 했는데, 카이스트에서 1등이 어렵다. 왜냐하면 똑똑한 애들을 잔뜩 모아다 놓으니까 또 경쟁이 생긴다. 그런 게 불편한 학생들이 있다. 그건 어느 학교나 있다. 카이스트만 있는 게 아니다. 어느 학교나 경쟁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 있다.

우리 졸업생 한 사람이 만 명씩만 먹여살릴 수 있으면 카이스트의 역할을 하는 거다.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잘 살려면 카이스트가 잘 되어야 한다. 좋은 학교에 들어와서 밥 먹여주고 다 하는데 그거 싫으면 딴 학교 가면 되지 않냐?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학생들이 들고일어난다. 그런데 카이스트 총장이 이런 얘기를 안 하면 누가 하나? 제가 욕을 먹더라도 이런 얘기 한다." 

- 서 총장 퇴진을 두고 갈등이 확산된 원인이 뭔가?
"갈등 없는 사회가 어디 있나? 갈등을 용납하기 때문에 커지는 거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서로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몇 사람이 모여 가지고 데모하고 모함하면 안된다."

- 서 총장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다. 
"미국에도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그렇게 안 한다."

-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쪽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리고 왜 찬성하는 목소리는 작은가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에서 언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미국보다도 더 중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영향을 받는다. 저를 나쁘게 쓰는 언론이 많이 있다. 우리 대전에도 몇 개가 있다.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맞지 않다. 그 사람들은 저한테 나쁜 걸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 봉사하러 왔으니까는 욕은 먹더라도 봉사하고 가겠다."

- 언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서 총장 개혁을 가장 지원사격해온 곳이 한국 여론시장의 70%를 지배하고 있는 조중동 아닌가?
"그렇다."

- 조중동의 지원사격으로 인해 여론시장에서는 서 총장의 개혁을 지지하는 언론보도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런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여기 앉아있는 거다. 그렇지 않았으면 5년 전에 쫓겨 나갔을 거다. 제가 길을 다니면 조그만 음식점에 가도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까 다 서남표 욕만 하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에 서남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제가 여기 쭉 앉아있는 거다. 그렇지 않았으면 5년 전에 쫓겨났을 거다."


- 농담처럼 조중동이 아니었으면 5년 전에 쫓겨났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도 조중동은 여전히 서 총장을 지원하고 있지 않나? 
학교 관계자 "<중앙일보> 사설 못 봤나? 거기 보면 서 총장에게 나가라고 했다. 중앙이 갑자기 '반서'가 됐다."

- 자신이 지금 쫓겨난다고 생각하나?
"제가 해임을 당하게 됐다. 모든 사람이 해임당하는 것은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해임을 당해야지 카이스트가 앞으로 변화할 거라 생각한다. 총장을 해임한다고 간단히 끝니 아는 게 아니라 카이스트 역사에 계속해서 남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물어볼 거다. '서남표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해임당했냐'고.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 '카이스트에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걸 만들어놔야 한다."


"나중에 자기들이 총장하면 100% 따라올 것 같나?"

- 서 총장은 "해임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얘기했는데, 주변에서는 해임의 원인으로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을 많이 꼽는다.
"저도 많이 듣는 얘기다. 그런데 불통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자기하고 의견이 같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하는 것 같다. 저를 반대하는 교수 한 분이 저한테 나가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래서 그분한테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 분이 테뉴어 시스템을 제일 나쁘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학과장 중심제를 반대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왜 그러는지 봤더니 그 분이 카이스트 1회 졸업생이다. 여태까지 30년 동안 자기들이 제일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 지배하고, 학과장 등에게는 잡일이나 시켰다. 교수를 채용하는 것도 자기가 추천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별안간 학과장 중심 시스템이 되면서 학과장이 다 결정하게 됐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파워가 약해졌다. 그래서 학과장 중심제를 없애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딴 것은 들어주겠는데 그것은 못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럼 나는 당신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사람이 밖에 나가서는 소통이 안 된다고 했다. 학과장 중심제만 없애주면 소통이 되는데, 제가 그걸 못해준다니까 소통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럼 도대체 소통이란 게 뭐냐?"

- 총장이라는 자리는 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하거나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제가 그걸 못해서 훌륭한 부총장들을 많이 모셔왔다. 지도자가 대중적인 것(popular)에 집착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도자는 목적을 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도자가 기관의 목적을 정해야 그 기관이 그 길로 가는 거다. 목적 없이 이 사람이 와서 이거 하자고 하면 이거 하고 저 사람 저사람 하고 그러면 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다.

제가 카이스트에 와서 테뉴어 제도를 실시해 좋은 분은 대우를 특히 잘해주는 등 차등을 두었다. 이것은 카이스트를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돈이 무한정 있으면 누구한테나 다 줬으면 좋겠지만 한정된 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소통을 안한다고 하면 저는 방법이 없다.

그 전에는 누구나 비슷하게 받았다. 그러니까는 그때는 불만이 없었다. 그러면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 안나온다. 비위만 다 맞추다가는 카이스트를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만들 수 없다."

- 목적은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설득해서 가야 하지 않나?
"제대로 설득한다. 그러니까 많은 교수들이 저를 지지한다. 안 그러면 왜 그 사람들이 저를 지지하겠나? 많은 분들이 저를 반대하는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저는 반대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같은 의견이 100% 다 나오면 방향이 안 선다. 방향이 서고, 어려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면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몇 퍼센트가 반대를 해야지 제일 적당한 거냐고 물어본다. 설계이론을 전공한 제가 보기에는 반반 같다. 반이 찬성하고 반이 반대할 때 제일 좋다. 좋은 결정을 하려면 이렇게 찬반이 있어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식인답게 반대하면 좋은데. 막 데모하고 이메일을 막 뿌리면 근본적인 대화가 안 된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욕하고, 그냥 막 인터넷에 올리면 참 어렵다. 나중에 자기들이 총장을 하면 100% 따라올 것 같나? 기관장이 대중적인 것(popular)인 것을 시도하면 일을 못 한다."

"욕 얻어먹는 게 두렵지 않다"

- 서 총장이 소통을 안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닮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하고 공식석상 옆에 앉아서 얘기도 했지만 일대일로 얘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

- 지나치게 목표 위주로 밀고 간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닮았다고 한 거다.
"그건 모르겠다. 전 그렇게 큰 인물이 아니고 조그만 학교 하나 움직이는 사람이다. 제가 보기에는 저의 미션은 카이스트를 잘 운영하는 거다. 제가 와서 카이스트가 좀 더 좋은 사람을 배출할 수 있다면 전 성공했다고 본다. 그 외 딴 것은 없다. 욕 좀 먹으면 어떤가? 저는 욕 먹는 거 두렵지 않다.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면역이 생긴 것 같다.(웃음) 매일 예방 주사를 맞는 것 같다."

- 학생, 교수 등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저하고 얘기하는 사람은 다 저를 좋아한다. 2학년 학생이 저하고 꼭 얘기를 하겠다고 해서 2시간 얘기했다. 그 학생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잘 해줬다'고 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1인시위를 하더라. 저는 그게 이해 안 된다. 그렇게 두 시간 저하고 잘 얘기했는데 왜 다음날 아침에 시위를 하나? 제가 보기에는 다른 학생들이 자기를 혹시 총장편이라고 할까 봐 일부러 시위에 나선 것 같다."

- 그런 상황조차 이해할 수 있는 게 소통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유가 뭐냐고? 저는 앞뒤가 없다. 그래서 다루기가 쉽다."

학교 관계자 "총장님이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표현이 살갑지 못한 게 있다. 그래서 오해를 많이 한다. 속마음은 안그래도 겉으로는 살갑게 대하고 친절하게 하면 속이 편할 텐데, 총장님은 직선적인 화법에다 호불호가 분명하다. 나쁜 게 있으면 나쁘다고 얘기한다. 보통 한국적인 사고라면 조용히 에둘러서 표현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서적인 차이,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 카이스트에 와서 미국식 사고방식과 한국식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서로 충돌한다는 느낌은 안받았나?
"미국서도 사람들이 제가 너무 직선적이라고 한다. 그 대신에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좋아한다. 왜냐하면 제가 얘기하는 거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지내기가 편하다. 두 시간 얘기할 것도 저랑은 5분이면 끝난다. 직선적으로 얘기하니까. 그래서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좀 둥그렇게 얘기하지 왜 그러느냐고 하기도 한다. 우리 집사람은 '좀 더 사교적으로 대답하지 왜 그러냐'고 야단친다. 사교적으로 대답하면 좋을 텐데 제가 그렇게 못 한다."

- 서 총장은 미국식 교육체제가 상당히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그렇지도 않다. 미국도 엉터리 대학들이 많다. 상위 20 대학이 미국 대학의 방향을 정한다. 미국에 대학이 3000개가 있다. 3000개 중에서 공과계통은 300개나 된다. 그 중에 10% 안에 들어가야지 좋은 학교다. 사회에는 필요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다. 과학기술자라고 해서 다 아인슈타인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은 과학기술 공부를 하고 나서 공장에서 기계를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이 필요한 거다.

저도 공장에서 일을 많이 해 봤는데 공장에서 일할 땐 기계를 움직이는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그 기계를 잘 움직여서 생산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은 소용없다. 아인슈타인이 그 공장에 와서 기계 돌리는 거나 알 것 같나? 아무 것도 못한다."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유성호
- 러플린 전 총장은 카이스트의 사립화를 주장했다. 서 총장도 201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독립해서 카이스트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제가 얘기하지 않았는데 기사가 잘못 나갔다. 민영화를 하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민영화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왜 민영화를 해야 하느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학교 운영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이다. 그러면 민영화라는 말을 하자 마자 누가 돈을 대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립대에서는 수업료를 낸다. 하지만 수업료로는 일류대학을 할 수 없다.

미국의 일류 대학 중에서 수업료를 받아가지고는 10~15%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나머지 85~90%는 딴 데서 와야 하거나 큰 재단이 있어야 한다. 재단도 웬만큼 크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비가 많이 있어야 하니까. 덮어놓고 민영화라고 하면 그것은 뜻이 없는 거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걸 생각해야 한다. 민영화한다고 무슨 해결책이 나오나?"

- 그동안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 100% 영어강의 도입, 차등적 인센티브제 등을 추진해왔다. 이런 방향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하나?
"학생들의 몇 퍼센트가 전액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나? 2%도 안된다. 그런 적은 수의 학생만이 후퇴했다. 학부생이 3500~3800명 정도 되는 같다. 굉장히 많다. 왜 이렇게 많냐고 보니까 졸업을 안 한다. 정부에서 학교를 지어주기는 3000명분으로 지어줬는데, 학생이 3800명이니 어떡하나? 두 학생이 들어갈 방에 셋을 집어넣고, 음식 나쁘다고 불만이 많다.

왜 졸업 안 하는지 들여다보면 좋은 성적 받을 때까지 같은 코스를 몇 번씩 한다. 필수과목을 일부러 하나 안 듣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이 세금 내서 교육시키는 학교인데, 카이스트 근처도 못 오는 사람들이 돈을 내서 교육시키는 학교인데, 왜 학생들이 같은 코스에서 A가 나올 때까지 계속 듣나? A가 나올 때까지 공부를 더하면 같은 코스를 심화하는 장점은 있겠지만, 이게 분명히 문제가 있다."

- 학생들은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외국말은 어렸을 때 더 잘한다. 우리 아버님은 40대에 미국에 가서 컬럼비아대에서 박사를 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하는 영어는 한국식 영어이고, 제 동생들이 하는 영어는 미국식 영어다. 나이가 중요하다. 저는 우리 학생들 걱정 안 한다. '꼭 영어로 가르쳐야 하나? 한국 사람이 왜 영어를 해야 하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도 경제에도 국경이 없다. 과학기술에서 공통어는 영어이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공통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영어를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왜 영어를 하나? 그리고 젊은 학생들은 금방 배운다. 어렵지 않다.

다만 우리가 보강해야 하는 부분은 1학년에 들어 왔을 때 수학이나 영어를 잘 못하는 애들이 있는데 걔들은 특별교육을 시켜야 하는 거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빨리 보통 학생들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여태까지 그것을 잘 못했다. 이제 그것을 강화하려고 한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면 과학기술밖에 없다. 과학기술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기술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한국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무대는 세계다. 어떻게 보면 우주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조건은 영어를 해야 한다. 말이란 나이가 들면 굉장히 어렵다."

- 징벌적 수업료라는 게 마치 과태료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게 돈을 받으려고 한 게 아니다. 징벌적 수업료도 언론에서 붙인 거다.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한다. 카이스트의 어떤 과는 박사 학위 과정을 10년째 하는 애들이 있다. 학교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거 없다. 빨리 나가서 뭘 해야지 학교에 붙어서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은 자기가 얻어야 한다. 그런데 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애들을 보니 학생 책임만은 아니더라. 교수들이 학생들을 오래 데리고 있다. (업무를) 훤히 잘 아니까 구태여 졸업시킬 필요가 없는 거다. 교수들한테 학생들 빨리 졸업시키라고 한다. 10년씩 붙들고 있지 말고. 돈 내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더라. 돈으로 하니까 제일 간단하더라."

"자살 원인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뒤집어썼다"

- 학점이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지 않나?
"졸업을 빨리 하라는 거다. 학점을 안 받으면 졸업을 못하지 않나? 벌을 주자는 게 아니고 빨리 졸업하라는 거다. 그게 학교 수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걸 자꾸 벌을 주니 뭐니 하는데 사회에 빨리 진출하라는 거다."

- 2011년에 학생 4명, 교수 1명, 2011년 5월 현재까지 학생 1명이 자살했다. 이런 자살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슬프고 놀라웠다. 제가 처음 자살한 학생은 잘 알았다. 1학년 학생인데, 제가 그 학생이 나온 부산에서 강연했다. 그 학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둘이 갔다. 아주 활발한 학생이었다. 부모도 만났다. 그런데 제가 어디 여행 가 있는데 자살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굉장히 잘생기고 집안에 돈도 많은 학생이다. 그런데 둘이 죽고 셋이 죽고 넷이 죽고 하니깐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몇 사람이 더 죽을까였다. 온통 정신이 거기에 가 있었다."

- 학생들이 자살하는 원인을 파악해봤나?
"다 다르다. 입학처에서도 파악했는데 다 달랐다. 학생과 부모,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원인을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생처장도 저한테 얘기하지 않아서 제가 물었을 정도다. 그래서 언론에서 수업료와 영어교육 가지고 몰매를 맞았다. 뒤집어쓴 거다."

학교 관계자 "자살이 학교 시스템 때문이 아닌데 우리가 말을 못한 거다."

- 구체적인 원인이 뭐였나?
"다 다르다. 한 학생은 여자친구 문제도 있었고, 학교성적 문제도 있었다. 그 학생은 성격도 활달했는데…."

- 밖에서 보는 것처럼 징벌적 수업료나 100% 영어 강의 때문은 아니라는 건가?
"모든 대학에 있는 문제다. 서울대도 MIT대에도 매년 이 문제가 있다."

- 자살한 한 학생의 친구가 전한 얘기에 따르면, 그 친구는 "등록금만은 내면 안 되는데 부모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증언을 보면 징벌적 수업료가 자살의 한 원인일 수 있지 않나?
"카이스트에서 자살이 생기니까 언론에서 간단한 이유를 찾은 거다. 카이스트가 영어로 수업하는 등 개혁을 많이 해서 자살이 생긴 거라고 말이다."

- 학생들 자살이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는 전혀 아니라는 거죠?
"배경이 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일반고이고, 어떤 학생은 영재학교이고, 어떤 학생은 과학고이고 다 다르다."

학교 관계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 특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먼저 선행학습을 해서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어야 했는데 학교에서 그걸 못했다. 다만 학생들의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애들이다. 그런데 여기 와서 천재끼리 경쟁하다 보니 우열이 가려진다.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 학교에서 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 사건을 겪고 나서 그런 것들을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서 총장이 추진한 정책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갔다고 했는데,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지금 외국으로 유학가는 우리 학생들이 미국의 좋은 학교에서 환영받는다. 전보다 독창적인 연구도 많이 한다. 우수한 교수들도 300명 더 뽑았다. 교수가 600명이 넘는다. 카이스트가 5년 뒤엔 굉장히 강해질 거다."

"부부가 카이스트를 위해 살았는데 왜 싫어하는지..."

- 서남표 체제 카이스트에서 학생 인권이 소홀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제가 카이스트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인권이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한국대학에는 차별하는 문화가 많다. 저는 그게 옳지 않다고 본다. 제가 안해본 일이 없다. 기숙사 청소도 하고, 병원에 가서 청소부로 아픈 애들 토한 것을 치우기도 했다. 이렇게 별일을 다 한 뒤 내린 결론은 사람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안 해본 사람들이 사람을 차별한다. 우리 학교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한다. 학생 인권도 존중해줘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좋은 학교가 되겠나?"

- 서 총장의 개혁조치를 두고 '교육을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이해할 수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게 장려하고 못하는 사람은 잘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자꾸 경쟁시킨다는 말을 쓴다. 교수 간에 경쟁시킨다? 교수가 딴 교수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학자는 역사와 경쟁하는 거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과 경쟁하는 거다. 교수 간에 무슨 경쟁을 하나? 학교란 사람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사람을 지식인으로 만드는 것인데 굉장히 복잡하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목적이 있다. 다양한 목적을 만드는 교육기관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잘못이다. 교육도 잘 시켜야 하지만 인간성과 창의성도 만들어야 하고, 남들을 존중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딱 하나만 잡아서 그것을 교육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나? 개개인이 다 다른데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 없다.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줘야 한다. 학교가 틀에 집어넣어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다. 빌 게이츠처럼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 가지고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이렇게 다양한 젊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어떻게 거기에 맞는 커스텀 교육을 하느냐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똑같은 틀에 집어넣고 똑같은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 등이 있어서 개개인을 취급해서 교육시킬 수 있다. 그것이 '카이스트 아이 포 에듀케이션'의 목적이다. 모든 개인에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교수들이 일을 더 해야 한다. 영어에 티칭(teaching)과 러닝(learning)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는 주로 티칭만 생각한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면 지식이란 티칭으로는 안된다. 본인이 배워야 한다(러닝). 본인이 그 지식을 자기 머리에 집어넣어야 한다. 교수의 강의만 열심히 듣고 학기말 시험에 교수가 쓰라는 것만 쓰면 다 잊어버린다. 그러면 산 지식 안들어간다. 스스로 집어넣은 지식이 평생을 간다."

-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계약해지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가는 거죠. 복잡할 게 뭐 있나? 법대로 한다는 거다. 연임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원칙이다."

- 트위터 이용자 중 한분이 "자신에게 학점을 매기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
"제가 어떻게 알겠나. 혼자 매기면 트리플 A를 주고 싶지만 이건 농담이다. 제가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밤낮으로 일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제가 1주일 중 거의 7일 동안 하루 14시간을 카이스트를 위해 썼다.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 집사람은 손님 치르느라 쿠키와 케이크를 몇만개 만들었다. 부부가 모두 카이스트를 위해서 일한 거다."

- 한국에 와서 보람은 있었나?
"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놀랍다. 싫어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독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지독히 싫어한다."

-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 있나?
"안 한다. 제가 MIT 다닐 때 4명이 함께 다녔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 가서 일하자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그 한 사람이 됐다. 한국에 공헌하겠다는 큰 뜻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잘되는 게 제 소원이다. 제가 한국에 온 것도 한국이 잘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이 잘되면 이런 것(퇴진 요구 등)을 감수할 수 있다."
#서남표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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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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