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유성호
- 러플린 전 총장은 카이스트의 사립화를 주장했다. 서 총장도 201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독립해서 카이스트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제가 얘기하지 않았는데 기사가 잘못 나갔다. 민영화를 하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민영화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왜 민영화를 해야 하느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학교 운영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이다. 그러면 민영화라는 말을 하자 마자 누가 돈을 대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립대에서는 수업료를 낸다. 하지만 수업료로는 일류대학을 할 수 없다.
미국의 일류 대학 중에서 수업료를 받아가지고는 10~15%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나머지 85~90%는 딴 데서 와야 하거나 큰 재단이 있어야 한다. 재단도 웬만큼 크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비가 많이 있어야 하니까. 덮어놓고 민영화라고 하면 그것은 뜻이 없는 거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걸 생각해야 한다. 민영화한다고 무슨 해결책이 나오나?"
- 그동안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 100% 영어강의 도입, 차등적 인센티브제 등을 추진해왔다. 이런 방향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하나? "학생들의 몇 퍼센트가 전액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나? 2%도 안된다. 그런 적은 수의 학생만이 후퇴했다. 학부생이 3500~3800명 정도 되는 같다. 굉장히 많다. 왜 이렇게 많냐고 보니까 졸업을 안 한다. 정부에서 학교를 지어주기는 3000명분으로 지어줬는데, 학생이 3800명이니 어떡하나? 두 학생이 들어갈 방에 셋을 집어넣고, 음식 나쁘다고 불만이 많다.
왜 졸업 안 하는지 들여다보면 좋은 성적 받을 때까지 같은 코스를 몇 번씩 한다. 필수과목을 일부러 하나 안 듣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이 세금 내서 교육시키는 학교인데, 카이스트 근처도 못 오는 사람들이 돈을 내서 교육시키는 학교인데, 왜 학생들이 같은 코스에서 A가 나올 때까지 계속 듣나? A가 나올 때까지 공부를 더하면 같은 코스를 심화하는 장점은 있겠지만, 이게 분명히 문제가 있다."
- 학생들은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외국말은 어렸을 때 더 잘한다. 우리 아버님은 40대에 미국에 가서 컬럼비아대에서 박사를 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하는 영어는 한국식 영어이고, 제 동생들이 하는 영어는 미국식 영어다. 나이가 중요하다. 저는 우리 학생들 걱정 안 한다. '꼭 영어로 가르쳐야 하나? 한국 사람이 왜 영어를 해야 하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도 경제에도 국경이 없다. 과학기술에서 공통어는 영어이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공통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영어를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왜 영어를 하나? 그리고 젊은 학생들은 금방 배운다. 어렵지 않다.
다만 우리가 보강해야 하는 부분은 1학년에 들어 왔을 때 수학이나 영어를 잘 못하는 애들이 있는데 걔들은 특별교육을 시켜야 하는 거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빨리 보통 학생들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여태까지 그것을 잘 못했다. 이제 그것을 강화하려고 한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면 과학기술밖에 없다. 과학기술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기술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한국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무대는 세계다. 어떻게 보면 우주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조건은 영어를 해야 한다. 말이란 나이가 들면 굉장히 어렵다."
- 징벌적 수업료라는 게 마치 과태료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게 돈을 받으려고 한 게 아니다. 징벌적 수업료도 언론에서 붙인 거다.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한다. 카이스트의 어떤 과는 박사 학위 과정을 10년째 하는 애들이 있다. 학교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거 없다. 빨리 나가서 뭘 해야지 학교에 붙어서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은 자기가 얻어야 한다. 그런데 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애들을 보니 학생 책임만은 아니더라. 교수들이 학생들을 오래 데리고 있다. (업무를) 훤히 잘 아니까 구태여 졸업시킬 필요가 없는 거다. 교수들한테 학생들 빨리 졸업시키라고 한다. 10년씩 붙들고 있지 말고. 돈 내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더라. 돈으로 하니까 제일 간단하더라."
"자살 원인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뒤집어썼다"- 학점이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지 않나? "졸업을 빨리 하라는 거다. 학점을 안 받으면 졸업을 못하지 않나? 벌을 주자는 게 아니고 빨리 졸업하라는 거다. 그게 학교 수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걸 자꾸 벌을 주니 뭐니 하는데 사회에 빨리 진출하라는 거다."
- 2011년에 학생 4명, 교수 1명, 2011년 5월 현재까지 학생 1명이 자살했다. 이런 자살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슬프고 놀라웠다. 제가 처음 자살한 학생은 잘 알았다. 1학년 학생인데, 제가 그 학생이 나온 부산에서 강연했다. 그 학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둘이 갔다. 아주 활발한 학생이었다. 부모도 만났다. 그런데 제가 어디 여행 가 있는데 자살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굉장히 잘생기고 집안에 돈도 많은 학생이다. 그런데 둘이 죽고 셋이 죽고 넷이 죽고 하니깐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몇 사람이 더 죽을까였다. 온통 정신이 거기에 가 있었다."
- 학생들이 자살하는 원인을 파악해봤나? "다 다르다. 입학처에서도 파악했는데 다 달랐다. 학생과 부모,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원인을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생처장도 저한테 얘기하지 않아서 제가 물었을 정도다. 그래서 언론에서 수업료와 영어교육 가지고 몰매를 맞았다. 뒤집어쓴 거다."
학교 관계자 "자살이 학교 시스템 때문이 아닌데 우리가 말을 못한 거다."
- 구체적인 원인이 뭐였나? "다 다르다. 한 학생은 여자친구 문제도 있었고, 학교성적 문제도 있었다. 그 학생은 성격도 활달했는데…."
- 밖에서 보는 것처럼 징벌적 수업료나 100% 영어 강의 때문은 아니라는 건가? "모든 대학에 있는 문제다. 서울대도 MIT대에도 매년 이 문제가 있다."
- 자살한 한 학생의 친구가 전한 얘기에 따르면, 그 친구는 "등록금만은 내면 안 되는데 부모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증언을 보면 징벌적 수업료가 자살의 한 원인일 수 있지 않나? "카이스트에서 자살이 생기니까 언론에서 간단한 이유를 찾은 거다. 카이스트가 영어로 수업하는 등 개혁을 많이 해서 자살이 생긴 거라고 말이다."
- 학생들 자살이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는 전혀 아니라는 거죠? "배경이 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일반고이고, 어떤 학생은 영재학교이고, 어떤 학생은 과학고이고 다 다르다."
학교 관계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 특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먼저 선행학습을 해서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어야 했는데 학교에서 그걸 못했다. 다만 학생들의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애들이다. 그런데 여기 와서 천재끼리 경쟁하다 보니 우열이 가려진다.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 학교에서 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 사건을 겪고 나서 그런 것들을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서 총장이 추진한 정책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갔다고 했는데,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지금 외국으로 유학가는 우리 학생들이 미국의 좋은 학교에서 환영받는다. 전보다 독창적인 연구도 많이 한다. 우수한 교수들도 300명 더 뽑았다. 교수가 600명이 넘는다. 카이스트가 5년 뒤엔 굉장히 강해질 거다."
"부부가 카이스트를 위해 살았는데 왜 싫어하는지..."- 서남표 체제 카이스트에서 학생 인권이 소홀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제가 카이스트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인권이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한국대학에는 차별하는 문화가 많다. 저는 그게 옳지 않다고 본다. 제가 안해본 일이 없다. 기숙사 청소도 하고, 병원에 가서 청소부로 아픈 애들 토한 것을 치우기도 했다. 이렇게 별일을 다 한 뒤 내린 결론은 사람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안 해본 사람들이 사람을 차별한다. 우리 학교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한다. 학생 인권도 존중해줘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좋은 학교가 되겠나?"
- 서 총장의 개혁조치를 두고 '교육을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이해할 수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게 장려하고 못하는 사람은 잘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자꾸 경쟁시킨다는 말을 쓴다. 교수 간에 경쟁시킨다? 교수가 딴 교수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학자는 역사와 경쟁하는 거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과 경쟁하는 거다. 교수 간에 무슨 경쟁을 하나? 학교란 사람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사람을 지식인으로 만드는 것인데 굉장히 복잡하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목적이 있다. 다양한 목적을 만드는 교육기관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잘못이다. 교육도 잘 시켜야 하지만 인간성과 창의성도 만들어야 하고, 남들을 존중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딱 하나만 잡아서 그것을 교육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나? 개개인이 다 다른데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 없다.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줘야 한다. 학교가 틀에 집어넣어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다. 빌 게이츠처럼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 가지고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이렇게 다양한 젊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어떻게 거기에 맞는 커스텀 교육을 하느냐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똑같은 틀에 집어넣고 똑같은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 등이 있어서 개개인을 취급해서 교육시킬 수 있다. 그것이 '카이스트 아이 포 에듀케이션'의 목적이다. 모든 개인에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교수들이 일을 더 해야 한다. 영어에 티칭(teaching)과 러닝(learning)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는 주로 티칭만 생각한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면 지식이란 티칭으로는 안된다. 본인이 배워야 한다(러닝). 본인이 그 지식을 자기 머리에 집어넣어야 한다. 교수의 강의만 열심히 듣고 학기말 시험에 교수가 쓰라는 것만 쓰면 다 잊어버린다. 그러면 산 지식 안들어간다. 스스로 집어넣은 지식이 평생을 간다."
-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계약해지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가는 거죠. 복잡할 게 뭐 있나? 법대로 한다는 거다. 연임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원칙이다."
- 트위터 이용자 중 한분이 "자신에게 학점을 매기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 "제가 어떻게 알겠나. 혼자 매기면 트리플 A를 주고 싶지만 이건 농담이다. 제가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밤낮으로 일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제가 1주일 중 거의 7일 동안 하루 14시간을 카이스트를 위해 썼다.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 집사람은 손님 치르느라 쿠키와 케이크를 몇만개 만들었다. 부부가 모두 카이스트를 위해서 일한 거다."
- 한국에 와서 보람은 있었나? "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놀랍다. 싫어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독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지독히 싫어한다."
-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 있나?"안 한다. 제가 MIT 다닐 때 4명이 함께 다녔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 가서 일하자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그 한 사람이 됐다. 한국에 공헌하겠다는 큰 뜻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잘되는 게 제 소원이다. 제가 한국에 온 것도 한국이 잘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이 잘되면 이런 것(퇴진 요구 등)을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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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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