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퍼포먼스에 2030세대 빠진 까닭

대학생 인턴기자가 본 김두관 후보의 북뮤지컬... '많이 아쉽네'

등록 2012.07.22 15:00수정 2012.07.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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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뮤지컬 <시스터액트>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배우들 현역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뮤지컬 <시스터액트>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배우들 현역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이규정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도전하고 있는 "그동안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정치"는 성공하고 있나.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통령 예비후보(이하 김 후보)는 지난 21일 오후 3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북뮤지컬'을 열었다. 김 후보는 저서 <아래에서부터>의 내용을 뮤지컬 형식으로 선보였다. 1500여 명의 시민이 객석을 채웠다.

현역 뮤지컬 배우들은 유명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시스터액트> 등의 주제곡을 부르며 춤을 췄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대조명과 대형 스크린은 좌중을 압도했다. 이 파격적인 행사는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젊은 유권자의 참여는 미진했다.

김두관의 뮤지컬 데뷔기

a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김두관 후보 '오페라의 유령'으로 분한 김두관 후보가 출연 직전 무대 아래에서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김두관 후보 '오페라의 유령'으로 분한 김두관 후보가 출연 직전 무대 아래에서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규정


기자는 무대 뒤에서 김 후보의 '깜짝출연'을 밀착 취재했다. 무대 뒤에서 김 후보는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스태프에게 "천천히 걸으면 되나?"라고 묻기도 했다. 뮤지컬 여가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 '나를 생각해줘요'를 부르고 있었다.

"그 어떤 순간이 와도 결코 그대를 잊지 않아요."

노래의 마지막 소절이 끝난 직후 스태프의 '큐' 사인이 떨어졌다. 모든 조명이 순간 확 꺼졌다. 한 스태프는 즉각 김 후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그러자 김 후보는 무대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 여가수를 안았다.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고 김 후보는 청중에게 인사로 답례했다.


하지만 '대선주자의 변신'은 짧게 끝났다. 그는 등장한 지 5분도 못되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래도 대선주자의 '깜짝 변신'은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두관은 뮤지컬로 소통 한다


배우들이 노래한 뮤지컬 노래 가사에는 김 후보의 메시지가 담겼다. "미래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6명의 배우는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들은 춤을 추며 다음과 같은 후렴구를 반복했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원하는 건 너야~. 내가 필요한 건 너야~."

사회를 맡은 전현희 김두관 후보 대변인(이하 전 대변인)은 "김두관 후보가 국민이 원하는 것을 약속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 명의 배우가 빨강, 노랑,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은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시스터액트> 등 유명 뮤지컬의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 사이에는 주요 인사 소개가 있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원혜영·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요 인사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전 대변인은 이를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김 후보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래에서부터"는 되는데 "어려서부터"는?

그런데 객석에는 20~30대가 거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북콘서트'의 주요 관객은 20~30대다. 그들은 정치인의 새로운 소통방식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다.  김 후보의 아내 채정자씨는 "공연을 한 것도 젊은이들이 많이 오길 바라서였는데"라며 "아쉽다"고 말했다.

a 김두관 후보 '북뮤지컬'의 관객들 중·장년층이 눈에 띈다.

김두관 후보 '북뮤지컬'의 관객들 중·장년층이 눈에 띈다. ⓒ 이규정


북뮤지컬이 열린 잠실 실내 체육관은 1만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대중가수들의 콘서트도 자주 열린다. 김 후보를 보러온 사람들 1500여 명은 1층의 객석을 채웠다. 기자는 공연 시작 전 20여분 동안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관객들을 만났다.

20~30대 유권자들은 지난 19일 출간해 24시간 만에 1만부 판매를 넘긴 <안철수의 생각>이라도 읽고 있는 걸까? 젊다 싶어서 말을 걸어보면 대부분 10대였다.

a 부모님을 따라온 황채연양(7세) 황채연 양은 “(시스터액트) 춤이 재밌었다”며 까르르 웃었다.

부모님을 따라온 황채연양(7세) 황채연 양은 “(시스터액트) 춤이 재밌었다”며 까르르 웃었다. ⓒ 이규정

황윤성(18세)씨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아버지가 청와대 경호원으로 있었다"며 "그 영향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는) 꾸밈없는 사람 같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자주 갔는데 (김 후보에게)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공연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이런 행사에) 앞으로도 오고 싶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기타를 매고 있던 고태경(15세)씨는 "아버지를 따라왔다"며 "(김 후보가)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정치 관련 행사는 처음"이라는 그는 공연이 "재밌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두관의 발견'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던 황채연(6세)양는 "(시스터액트) 춤이 재밌었다"며 까르르 웃었다. "김두관 아저씨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부모를 따라온 10대였다. 기자는 '자발적인' 2030세대를 만나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억울할 법도 한 '2030'의 부재, 하지만 이유 있다



사실 김 후보에게는 2030세대의 호감을 살만한 점이 많다. 이날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김 후보의 가장 큰 업적은 2007년 6.2지방선거에서 (야권)통합후보가 되어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당선했다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는 큰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a 김 후보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 후보는 "평등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청년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 후보는 "평등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청년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 이규정

2007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주민투표법'을 만들었다. 4년 뒤인 2011년 이 법은 박원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는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까지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는 시민에게 권력을 주는 방향으로 공직생활을 해왔다. 게다가 개인적인 실천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는 김 후보의 연설이었다.

그는 10여 분간 "정당정치를 바로 세워야한다"고 주장하며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2030세대'는 빠져 있었다. 젊은층의 주요 관심사인 '청춘' '등록금' '취업' 등은 그의 연설문에 없었다.

젊은층을 겨냥해 북뮤지컬을 선보인 김 후보. 새로운 형식이었고, 충분히 눈길을 끌 만했다.

하지만 현장에 젊은 유권자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김 후보에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벤트'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확 잡아당기는 '매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벤트보다 강하고 오래 가는 건 진정성 있는 모습과 신뢰다.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2030세대 역시 그런 모습에 끌린다. 김 후보가 이 점을 되새겨봤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김혜란, 이규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혜란, 이규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김두관 #북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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