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2011년 한 해만 8000억 원 이상을 보험 판매 수수료로 챙겼다.
저축보험 정말 소비자에게 이득일까 은행이 열심히 판매하는 상품이 소비자에게도 실제로 이득이 된다면 가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저축보험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저축보험 가입을 결정하는 이유는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금리보다 높고 복리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금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축보험이 적금상품보다 수익이 많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저축보험이 연복리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불입 금액 전액이 복리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축보험은 보험상품의 특성상 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이 적립되는데 사업비는 보통 7~10% 정도다. 그래서 복리 이자율을 적용하더라도 원금이 되기까지 4~5년 이상 걸린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상품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번째, 복리 상품이 보험사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요즘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중에서도 월복리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물론, 보험사처럼 10년은 아니고 보통 3년짜리 상품이지만 만기가 짧은 것이 상품의 단점이 될 순 없다.
그리고 굳이 복리상품이 아니더라도 복리 운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복리란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와는 달리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을 말한다. 굳이 다른 복리상품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만기된 예·적금의 원금과 이자를 합해서 그대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적금을 불입하고 만기 후에 원리금을 그대로 정기예금으로 가입하는 것을 반복하면 연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다. 1년에 1번만 은행에 가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저축보험의 10년 만기 수익률이 보통 115~120%정도인데 이 정도 수익은 앞서 언급한 방법대로 운영한다면 이자소득세(15.4%)를 떼는 은행의 예·적금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가능하다. 새마을금고나 신협, 단위농협 등의 조합원예탁금을 활용한다면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농어촌특별세(1.4%)만 낼 수도 있다.
두번째,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보험 가입자 중 절반 가량인 45% 정도가 3년 안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한다. 또한 보험연구원의 '생명보험 상품별 해지율 추정 및 예측 모형(2010)'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연동형 상품의 9년차(108개월) 유지율이 23.8%에 불과하다.
10년을 유지하는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론 속의 복리효과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계 저축률이 2%대에 불과하고 고용이 불안정해 10년 이상 한 직장에 머무르기도 쉽지 않으며 소득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자녀의 진학으로 지출이 급격히 늘어가는 상황에서 장기저축을 꾸준히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기상품 가입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은행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할 때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행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서 알아서 최적의 상품을 제안했을 것이라 여기게 된다. 같은 상품을 제안해도 다른 금융회사가 제안했을 때보다 은행이 제안했을 때 더 신뢰를 보인다. 일종의 '은행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보니 금융소비자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은행 입장에서 고수익이 될 만한 상품판매에 열을 올린다.
결과적으로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카드사까지도 보험을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보험판매에 더 자주 노출되는 셈이다.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전제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야 좋은 기회이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에 가입한다면 문제가 된다.
앞서 언급한 B씨의 경우처럼 저축을 적금이 아닌 보험으로 가입하면 재무관리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장기상품은 충분한 단기자금이 확보된 상태에서 현재의 저축여력이 아닌 미래의 저축여력까지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단기 예·적금을 가입하러 온 사람들까지 장기상품 가입으로 유도하면서 가정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현재 재무상태와 미래의 재무사건을 충분히 전제하지 않고 은행의 수익성에만 집중된 탐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CD금리 담합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은행은 결코 소비자 편이 아니다. 은행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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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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