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1일 오전 KBS 이사회가 열리기로 한 강남 노보텔 앞에 사복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KBS 이사회는 당초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과 KBS 노조의 반발로 장소를 갑자기 변경했다.
권우성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에 열렸던 KBS 임시 이사회. 나의 해임제청을 결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날 이사회는 시작부터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남윤인순 이사가 "사복경찰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KBS 이사회는 치욕"이라며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사회를 진행하지 말고 다음으로 연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에 맞춰 '정연주 제거'를 단행하기로 한 정권적 차원의 계획을 4명의 야권 추천 이사들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한나라당 추천의 6인 이사들(유재천·권혁부·방석호·이춘호·박만·강성철)은 전날 밤 호텔에 합숙하면서 해임제청 결의 전략을 최종 점검했고, 다음 날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곳으로 함께 이동하는 등 '1박 2일의 작전'까지 실행 중인 터였다.
'부당해임' 신태섭 이사 대신 들어온 강성철 이사남윤인순 이사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사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하자, 강성철 이사가 나섰다. 부산대 교수인 강성철 이사는 신태섭 부산 동의대 교수가 2008년 7월 초, KBS 이사직에서 해임되자 바로 그 자리를 채운 보궐 이사였다.
그가 한나라당 추천으로 KBS 이사로 오면서 KBS 이사회 구성은 한나라당 세력이 우세한 판도로 바뀌게 되었다. 신태섭 이사를 온갖 무리한 수단으로 쫓아 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KBS 이사회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정연주의 증언' 56·57·58회에서 자세하게 증언하였다).
그런데 신태섭 교수를 KBS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무효이고, 이 무효를 근거로 한 강성철 교수의 KBS 이사 임명도 위법하다는 판결이 그 뒤 법원에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09년 6월, 신태섭 교수가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명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 판결에서 "신태섭 교수의 동의대 교수직 해임과 KBS 이사직 박탈이 무효"라고 판시하고 "해임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강성철 교수의 임명도 위법"하다고 밝혔던 것이다.
사건의 사슬은 이렇게 되어 있다. 신태섭 교수는 KBS 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 동의대에서 해직되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신태섭 이사가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으니, KBS 이사 자격이 없다며 그를 KBS 이사직에서 해임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강성철 교수를 임명했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와 사건의 전개였다.
어쨌거나 그런 과정으로 KBS 이사가 된 강성철 교수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남윤인순 이사가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사회를 할 수 없다며 "이사회를 안 하면 되죠. 다음으로 연기하면 되죠"라고 말하자, 강성철 이사가 말했다.
강성철 : "이사장님. 제가 의사진행발언을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 이사님. 좀 진정하시고 말씀하시죠."남윤인순 :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강성철 : "진정하시고 말씀하시죠. 사복경찰의 보호를 통해서 남 이사님도 오셨죠?"남윤인순 : "아닙니다. 사복경찰이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강성철 : "저희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남 이사님도 안전하게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저희가 의논을 했습니다. 했는데, 지금 여기는 이사회장입니다. 개인적인 어떤 문제로 추궁은 하지 말고 진정해서 말씀하시고.""'이쪽'만 보호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