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분유에 방사성물질이 들었다니

신생아 분유에서 검출된 인공 방사성물질 세슘... 미량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등록 2012.08.04 14:01수정 2012.08.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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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동후디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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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회사 산양분유, 방사성 세슘137(0.391 Bq/kg) 검출'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8일 환경운동연합 한 주부 회원이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5개 분유 회사의 제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출 검사를 의뢰하였다. 그 결과 한 제품에서 인공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0.391 Bq/kg(베크렐)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제품은 '일동후디스 산양분유 프리미엄 1단계(800g 캔)'로 6개월 미만의 신생아용 분유다. 이 분유는 뉴질랜드 산 청정지역 산양유를 원료로 사용하여 완제품 상태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으며, 성장이 느린 아기나 소화흡수력이 떨어지는 아기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제품이다.

분유 방사능 검출 결과표 인기가 좋은 5개의 분유의 방사능 검출 조사를 의뢰한 결과
분유 방사능 검출 결과표인기가 좋은 5개의 분유의 방사능 검출 조사를 의뢰한 결과환경운동연합


이제 갓 돌을 넘긴 아기 엄마인 필자도 무척 놀랐다. 작년에 우리 아기에게도 바로 이 산양분유 1단계를 먹였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젖이 부족하고 몸무게가 너무 빠져 분유를 같이 먹였는데, 아이가 소화를 못 시키고 계속 토했다. 그래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는 산양분유를 먹였다. 산양분유는 분유 캔의 양이 다른 것보다 작고 가격은 더 비싼 고급분유다.

비록 분유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기준치인 킬로그램 당 370베크렐보다 적은 수치이지만 신생아는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세포분열이 활발해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해가 클 수 있다.

게다가 2시간마다 젖이나 분유를 먹고 다른 것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 아기에게 인공방사성 물질인 세슘 137이 들어있는 분유를, 그것도 좋은 것이라고 비싼 값에 사서 먹인 것을 생각하니 아기에게 미안하고 너무 속이 상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대처하는 일동후디스의 태도를 보니 분노가 인다. 핵산업계와 정부에서 얘기하는 '기준치 이하라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분유 검사를 맡은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책임 교수인 김숭평 교수의 말을 빌려서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갓난아기의 음식을 제조하는 회사로서의 자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김숭평 교수는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그동안 핵발전소 안전성 문제제기 등에 대해서도 줄곧 핵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인물이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선에 의한 생물학적 영향 미국 과학아카데미 보고서의 내용 중의 하나로 방사선에는 안전한 기준치가 없다는 내용의 그래프: 저선량과 고선량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암발생률 위험은 비례하여 증가한다. x축 Dose는 방사선에 노출된 양이고, y축은 방사선과 관련된 암 발생율이다.
방사선에 의한 생물학적 영향미국 과학아카데미 보고서의 내용 중의 하나로 방사선에는 안전한 기준치가 없다는 내용의 그래프: 저선량과 고선량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암발생률 위험은 비례하여 증가한다. x축 Dose는 방사선에 노출된 양이고, y축은 방사선과 관련된 암 발생율이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의학계에서는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도 암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의학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위 그래프에 미국 과학아카데미 보고서 내용처럼, 고선량의 방사선노출(오른쪽 그림 맨 위 실선)이든, 저선량의 방사선 노출(오른쪽 그림 위에서 두번째 선)이든 안전한 기준치(threshold)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결국, 방사선 노출량과 암 발생률은 기준치와 관계없이 비례한다.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어느 부모가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는 분유를 갓난아이에게 먹이겠는가.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털끝 하나라도 다칠까봐 조심조심 또 조심하고, 목욕시키는 물도 입히는 옷도 조심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하물며 하루종일 먹이는 분유에 대한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는 분유회사가 취할 행동은 인공방사성 물질 검출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오염 경로를 밝히며 동시에 현재 시판 중인 다른 분유 캔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산양분유는 소화흡수가 잘 안 되는 아기에게 먹이기 때문에 다른 분유로 바꾸기도 어렵다. 그런데, 보도자료와 추가보도자료에서 보인 일동후디스의 태도는 궤변을 넘어서 사실왜곡이다.

일동후디스의 말도 안 되는 궤변

2일, 일동후디스는 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세슘137 검출과 관련해 갓난아기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극소량이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방사성 물질 검출에 쓰인 8만 초 검사방법은 "계측 시간 오류로 인한 오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식품검사에서는 8만 초의 검사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 "세슘 137이 불검출되었다고 정정보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식품방사능 검사의 기준을 1만초로 정하고 있는 것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식약청은 일본산 수입식품의 방사능 검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만 초 검사시간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기계의 효율성에 따라 1만 초만 측정해도 세슘 137의 검출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다 정밀하게 인공방사성 물질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8만 초의 검사시간을 두기도 하며, 이 방법은 조선대학교 검사기관이 조사의뢰자에게 직접 제안한 방법이다.

의뢰자는 기준치가 아닌 인공방사성 물질의 존재 유무를 조사의뢰했고 조선대학교는 그렇다면 정밀한 방법인 8만 초 검사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1만 초 검사에서도 수치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에서만 높은 에너지가 검출되어 인공방사성 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준치는 상관 없다, 방사성 물질 존재가 '문제'

나아가서 식약청이 그동안 '불검출'이라고 기록하고 공개한 일본산 식품들이 정말 불검출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어느 기계든 측정 방법이든 한계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그 한계를 표시하지 않았다.

'불검출'이 인공 방사성 물질이 없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인한 한계로 '검출할 수 없었던'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이번 분유 검사는 기준치와 상관없이 인공방사성 물질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시행하는 것보다 정밀한 방법인 8만초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는 미량이지만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검출된 것을 검출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을 넘어선 사실왜곡이다. 일동후디스 산양분유 1단계와 같이 검사를 진행한 다른 분유들의 경우, 8만 초의 검사시간에서도 방사성 물질로 의심될 만한 것은 검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일동후디스의 위기관리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경영학에서 '위기 관리(Risk Mnagement)'는 매우 중요한 경영적 요소다. 위기 시기에 잘못 대처했다가는 회사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분유 검사를 의뢰한 환경운동연합 회원은 몇 차례 일동후디스에 전화를 걸어 인공방사성 물질 검출에 대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콜센터에서 담당자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후, 담당자가 출장을 갔다는 둥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얼마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동후디스는 분유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경영학 교과서부터 다시 펼쳐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방사능 분유 #일동 후디스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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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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