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경기도 안산 SJM공장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정문앞에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난 남편의 촌스런 초록색 작업복과 투쟁 조끼가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늘 공장에서 도망치고 싶어했다. "지긋지긋한 공장에서 또 몇십 년을 일해야 하나, 당신이 돈 좀 벌어서 나 좀 먹여 살려주면 안 될까? 아픈 데도 너무 많고, 밤에 일하는 것도 너무 싫다"고 종종 푸념을 늘어놓았다.
특히 야간에 일하는 건 10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주간 연속 2교대를 합의하고, 그 지긋지긋한 야간 근무가 없어진 첫날. 남편은 밤에 집에서 잘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노사관계는 협력적이고 평화적일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어온 사람, 바로 내 남편. 위에 언급한 글은 그 사람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살아오면서 노래하는 것과 글쓰기에 지독한 콤플렉스가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짧은 글이 나를 울리고 조합원들을 울렸다.
아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멀쩡히 작업복 입고 출근한 남편이 피투성이가 되어 공장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순진한 눈을 가진 아내들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