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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지금 미국의 최대 종교와 신념체계는 '긍정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자기계발과 동기유발 시장, 미국 초대형교회가 앞세우는 번영신학 및 긍정신학, 미국의 자본가들이 자본의 더 많은 자유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극단적인 긍정적 태도, 여기에 빌붙어서 긍정적 사고를 찬양하는 학계의 '긍정심리학'까지를 종합하면, 이는 사회 각계의 자기 생존 전략을 넘어선 사회 전반의 신념, 종교적 체계로까지 발전하고 있어 이를 '긍정교'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적 모순, 정부의 과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생의 복잡한 단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금의 현실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가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감에도, 모든 문제를 개개인의 책임으로 둔갑시켜 버리는 신기한 종교가 바로 긍정교라 할 것입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긍정하고, 낙관하고, '끌어당김의 법칙(뭔가를 그려놓고 마음을 집중하면 그게 자기 것이 된 다네요!)'을 신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함으로써 개인의 불행과 고통이 있다는 사조로, 그것이 지나쳐서 거의 사이비 종교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죠. 그를 통해 보수적 지배계급과 자본가, 기업가형 종교인, 양심을 판 학자 등이 큰 이득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저자는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긍정'이나 '낙관'은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삶의 자세를 지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필자도 대표적으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 책을 보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사고'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망치고, 사회문제를 철저히 개인의 성정 문제로 변질시키며, 소비 자본주의를 부추기고,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고 함부로 해고하는 것을 어떻게 은폐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긍정교'는 '다운사이징'이라는 이름의 정리해고와 감원마저도 자기 자신을 탓하면서,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당한 개인이나 불안하게 남아 있는 개인이나 모두에게 경쟁과 해고를 무한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자본의 치밀한 전략이 발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세계의 무기가 바로 '긍정교'인 것입니다.
이 책은 미국 사회에 위험하고 음흉하게 확산되고 있는 긍정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잘 보면 한국 사회에서도 아주 익숙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사회적인 모순, 사회적인 정책과 맥락이 맞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해지고 있습니다.
이 살벌하고 반인간적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은 은폐되고 모든 문제가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펙을 제대로 쌓지 못했기에 벌어진 문제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개인을 압박하고 순치시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니까요. 예를 들면, 분명한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사회정책과 법제도 개혁을 통해 개선해야할 '비정규직 사태'마저도 경쟁과 스펙쌓기를 긍정하지 못한 개개인이 짊어져야할(그런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형벌인 것처럼 일각에서는 얘기되고 있는 것이죠.
무서운 일입니다.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런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중에 네가 성공해서 고치면 되잖아"라고 핀잔을 주는 어른들이나, "원래 현실은 그런 거야,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하나님 잘 믿고 천당가야지"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논리들이 좀 더 세련되게 발전해서 '모든 것이 네 잘못이야' '모든 문제가 네가 긍정적이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야'라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등록금 투쟁 현장에서도 그런 얘기를 접하게 됩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으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이 반값 등록금 대국민 사기 사건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접근하니, 네가 긍정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잖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물론 예전에도 그런 비틀린 지적이 있었지만, 긍정교가 한국에도 점점 퍼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가난, 비만, 실업이라는 현실 문제가 마음가짐만으로 극복 가능한 작은 장애물로 축소되는, 자본주의와 긍정주의의 공생관계를 밝힌다"라는 <퍼브리셔스 위클리>의 이 책에 대한 평가, "경기 침체와 재난의 징후에 눈 감게 만드는 '무분별한 긍정주의'의 폐해를 경고한다"는 <북리스트>의 이 책에 대한 평가에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잘 나와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낙관과 긍정은 역사의 진보를 믿는 좌파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긍정교의 신봉자와 확산자들 중 상당수가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극단적 우파들이 극단적인 긍정적 태도를 강요, 설복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과 경제적 기반을 더욱 확산시켜나가고 있고, 그것이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은 현실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와 긍정교의 관계를 분석한 마지막 장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강요당하다가, 결국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고야 만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 재벌 신화 같은 것이 있는데,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따라 부동산 투기나 재벌 체제를 무의식중에도 긍정하게 강요하고 있어 큰 문제입니다. '재벌이 망하면 대한민국도 망한다'는 극단적인 재벌에 대한 긍정이 최근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국면에서도 부정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긍정적 태도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긍정적인 태도와 낙관적 자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겠죠. 다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긍정교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람시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는 자세가 가장 올바른 삶의 태도가 아닐까요? 반드시 비판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때로는 부정적 태도로 비치더라도 비판하고 개선해야 하고, 사람과 세계의 변화가능성에 늘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낙관적 자세는 언제라도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자기계발서 '시크릿'은 한국에선 200만부, 전 세계적으로는 1억부 이상 팔렸는데요, <시크릿>을 읽었거나 들어 본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경제위기, 총기사고,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온갖 모순에 시달리는 '미국은 희망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목소리 높이는 워런 버핏도 있고, 전 재산을 대부분 기부하고 있는 빌 게이츠도 있고, 또 오늘 서평의 주인공인 '바버라 에런라이크' 같은 훌륭한 휴머니스트들이 있기에 그래도 미국이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그만큼 바버라의 저작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준) 실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재벌들의 온갖 모순과 불법-탐욕 행위에도 불구하고 재벌 체제를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어서 이 책을 더욱 주목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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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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