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 현재를 열어준 문

[서평]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되어라

등록 2012.08.18 21:17수정 2012.08.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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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다. '현재의 시간만이 인간의 것임을 알라'고 한 영국의 시인 새뮤얼 존슨부터 시작하여 역사 속의 수많은 위인들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 현재야 말로 주체의 의지가 작용하고 표현될 수 있는 유일한 때이니, 누구보다 삶을 뜻 깊게 보낸 이들로서 현재의 가치는 너무나 귀중한 가치였을 것임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강조된다면 역설적으로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지나가거나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감정에 휩싸여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러한 현상은 감성이 가장 왕성한 때인 청소년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과거나 미래의 시간에 대한 번뇌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현재라는 중요한 때를 낭비하고 있는 것.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기자 역시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들려주는 노랫말을 듣기 전까지는 누구나에게 그렇듯이 번뇌의 나팔소리가 나의 귀에도 들려왔다. 하지만 그, 차라투스트라와의 만남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당시 소년이 읽게 된 한 권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새로운 삶의 길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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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르히 니체 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 조우인


차라투스트라는 소년이 그동안 지니지 않고 있던 세번째 눈을 선물해 주었다, '철학' 이라는. 그간 삶이나 선악, 혹은 죽음이나 정의 등에 대해 한창 감수성 예민한 나이의 소년으로서 의문점들이 많았으나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질문에 대한 답이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생각하면 할수록 괴로워지기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가 철학이라는 마법의 눈을 선물해 준 이후로는 그러한 '철학적 의문점' 들을 스스로 구체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스스로 노력하기도 하고 다른 이나 책의 도움도 받으며 나름의 해답을 찾고 생각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세상을 보는 소년의 눈이 회의에서 긍정과 합리의 빛으로 바뀌게 된 놀라운 계기였다.

뿐만 아니라 책을 여러 차례 읽으면 읽을수록 니체의 사상 그 자체가 어린소년의 삶을 바꿀 수많은 교훈들을 선사했다. '신은 죽었다'라는 파격적 명제로 시작하는 제언은 독자를 순식간에 매료시키며 주변에 대한 의존을 극복하는 의지의 힘을 주었다. 선악이나 종교 등에 대한 고찰은 책을 읽는 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낡은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세상을 향한 다수의 틀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의 길로 삶과 사회를 향해 걷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

또한 영원 회귀에 대한 사상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웃음에 대한 논의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중요성에 대하여, 위버멘쉬(초인)에 대한 담론은 늘 발전하는 인간상의 매력과 힘을 깨닫게 했다. 소년에게 이 모든 교훈들은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는' 것에 엄청난 힘이 되는 것들이었다. 자립성, 긍정적 사고, 도전정신, 그리고 비판적 시각에 이르기 까지. 이들이야 말로 현실을 중시하며 살아가기 위한 사고의 근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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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독일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선구자. 대표작 <도덕계보학> <선악의 저편> 등 ⓒ 조우인


차라투스트라가 그렇게 소년에게 열어주었던 현재를 살아가는 문은 소년이 나아가야할 길 역시 보여주었다. 책을 통해 가지게 된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그에게 외교관이라는 꿈을 꾸는 제 1 이유가 된 것. 현실을 향한 문을 열어준 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넓은 세계로의 문을 열어 준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늘상 변하는 시간이다. 그 무미건조해 보이는 일상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가부는 주체의 의지에 달렸다. 자신을 속박하는 고정관념과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참자아를 향하 '끝없는 자아 극복' 을 향해 모든 인간이 나아가는 그 순간, 인류가 발딛고 있는 이 땅은 의지와 열정으로 충만한 진정한 '현재' 이자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빛을 꿈꾸었던 차라투스트라와 니체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태함, 권태, 무기력증, 의존증 등 모든 속박과 '데카당트 도덕' 이 종말을 맞이할 때까지, 그들의 노랫소리는 계속 될 것이고 인류의 삶에 꺼지지 않는 열정의 불꽃으로 남을 것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꺼지지 않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04


#북리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해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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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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