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이겼지만, 상처만 가득한 박근혜

[분석] 뇌물공천으로 개혁이미지에 타격... 본선에도 약영향

등록 2012.08.20 18:56수정 2012.08.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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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후보는 이번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구호로 개혁·쇄신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경선 중 터진 뇌물공천 사건 등에 대한 박 후보의 대응을 보면 '과연 바꿀까'라는 의문만 남는다. 

이런 의구심을 자아내는 가장 큰 사건은 뇌물공천 의혹사건이다. 박 후보의 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비례대표 공천을 줬다는 의혹이 터졌고, 박 후보는 이에 대응하면서 개혁과 쇄신은커녕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사건이 터지고 정치적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현기환 전 의원 연루 시 황우여 대표가 사퇴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위원으로 임명한 현기환 전 의원의 비리에 대해, 당시엔 아무 상관도 없는 황 대표가 책임지는 이상한 합의가 이뤄진 것. 사건 당시 당의 최고책임자였던 박 후보는 "나는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로 비박 후보들의 공세를 비껴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할 새누리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지지부진한 모습도 박 후보의 개혁·쇄신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진상조사위는 제대로 된 조사도 한 번 못하고 끝날 위기다. 임태희 후보측 조사위원은 사퇴해 버렸고, 경선이 끝난 뒤 각 후보 측 조사위원들이 계속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된 건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두 사람의 제명을 서둘러 처리해 버렸고 이 두 사람은 이제 당원이 아니다.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자고 각 후보 측 위원을 포함한 진상조사위를 꾸려놓고, 조사대상자를 제명해 조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당 내 비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혁보다는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한나라당식 구태'가 재연된 것이다.

'시스템 공천' 실패 자인... "국민만 보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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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당시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지난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뇌물공천 사건은 단순히 현영희 의원 공천과정뿐 아니라 4·11 총선 새누리당 공천 전반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이 쇄신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7개월 뒤 뇌물공천 사건과 관련해 "다시는 우리 정치에서 공천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더욱 철저하게 시스템화해서 개혁해 나가겠다"고 한번 더 약속했다. 4·11 총선 때 '시스템 공천'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박근혜표 시스템공천'은 총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총선 뒤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공천해 당선된 문대성 의원은 논문표절로, 김형태 의원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국회의원 사퇴 압박을 받다가 탈당했다.


여기에 현영희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도 시스템에 의한 게 아니라 '돈과 사람에 의한' 공천이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시스템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박 후보가 신임하는 측근이 공천의 중심을 잡고, 이 측근에 준 뇌물로 결정된 공천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 전반에 대해 확산되고 있는 것.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비박 후보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공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의 책임을 거론했다. 지난 14일 MBC <100분토론>에서 이 같은 공세를 당한 박 후보는 "(당신은)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냐" "당원으로서 금도를 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반격했다.

4·11 총선 때부터 경선 내내 "저 박근혜,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고 각종 연설을 마무리했던 박 후보가 자신의 책임 문제에 대해선 민심의 잣대가 아닌 '애당심'과 당 내 논리로 대응한 것이다. 비리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수세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역시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5·16 옹호로 버티다가 역사관에 의구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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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역에서 열린 고 육영수씨 38주기 추도식에 동생 지만씨와 함께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 유성호


대선 전에 당 내 후보끼리 겨루는 대선후보 경선은 본선에 오를 후보에 대한 각종 문제가 미리 제기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전초전이기도 하다. 이 전초전에서 제기된 의혹과 비판에 대해 잘 대응하면 본선에선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안 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한 박 후보의 평가다. 박 후보는 경선 초기 "5·16은 아버지로선 불가피했던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박 후보는 "(5·16에 부정적인 이들과) 역사인식을 달리하는 50% 넘는 국민들도 잘못됐으니 버리자는 얘기인가"라고 버티다가 "그게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끝내 전향적인 평가를 내놓는 것엔 주저하면서 이후 대선 본선에서 상대 후보가 공세를 펼 여지를 남겼다.

이뿐 아니라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새롭게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재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도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 문제에 대한 상대 후보의 파상공세를 예고한다.
#박근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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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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