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리트 석주 주변의 인간군상
이상기
그런데 모두 벌거벗은 채 서로 끌어안고 있는 폼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과 절망에 싸여 절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절규가 들리지 않는다. 시인 유치환의 표현을 빌면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일부의 평자는 이 조각이 인간의 부활과 구원을 염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빗속에서 보아 그런 걸까? 내겐 부활과 구원이 아닌, 소리 없는 절규다.
모노리트 석주 주변에는 36개의 인간 군상 조소가 세워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부, 가족, 연인, 친구, 아이들, 노인이다. 이들의 모습이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태어나서 늙어죽을 때까지 겪게 되는 일들을 묘사한 것 같다. 그것은 처음에 태어난 아이들의 무리를 표현하고, 마지막에 죽은 자를 들어 올리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땅에 대고 거꾸로 선 두 여인 사이로, 두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가 기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역시 인생의 수레바퀴를 표현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