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등록금으로 기업 유지는 허위, 고소할 것"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하대병원 커피점 임대차계약 자료부터 공개하라"

등록 2012.09.03 20:00수정 2012.09.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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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한진그룹과 정석기업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이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앞으로 발송한 '내용증명통지서'. 한진은 31일까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가 해명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한진그룹과 정석기업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이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앞으로 발송한 '내용증명통지서'. 한진은 31일까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가 해명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김갑봉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금으로 기업 유지' 논란(관련기사 : <"재벌이 세금감면 혜택받으며 등록금 장사?">)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모양새다.

한진그룹 측(법무대리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8월 29일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가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 위계의 방법으로 정석기업과 한진그룹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해명과 시정을 촉구하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 조치(=명예훼손혐의 고소)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 통지서를 시민단체 앞으로 보냈다. 정석기업(주)은 한진그룹의 지주기업이다.

한진그룹은 "(시민단체가) '인하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한진그룹이 부동산 임대수익을 챙겨왔다. 대학을 운영하는 재벌이 학교에 투자는 못할망정 그룹 소유 빌딩에서 수십억 원씩 임대료를 걷어간 것은 등록금으로 장사를 해온 것'이라는 등의 사실을 언론에 유포함으로써 정석기업과 한진그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정석기업과 한진그룹이 인하대병원으로부터 매년 임대료를 받아온 사실만을 확대 해석해 마치 정석기업과 한진그룹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걷어가 장사를 해온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석기업이 인하대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연간 5억7000만 원 정도이지만, 한진그룹이 인하대에 기부하는 금액은 연간 146억 원에 이른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위 임대료 수익 전액을 인하대에 환원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임대료를 받게 된 배경에 대해 한진그룹은 "인하대 의대는 의대 특성상 병원 옆에 있어야 하나 신축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정석빌딩을 임차하게 된 것이며, 인하대와 정석기업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므로 건물을 무상 또는 낮은 임대료로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한진그룹의 지주기업인 정석기업 누리집 갈무리. 정석기업 누리집을 방문하면 한진그룹 사업영역과 계열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정석기업은 주로 그룹 소유의 빌딩을 관리하는 업체며 조에밀리리(조양호 회장 차녀)가 이사로 등재 돼 있다. 인하대는 학교법인 인하학원 대학으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이다.
한진그룹한진그룹의 지주기업인 정석기업 누리집 갈무리. 정석기업 누리집을 방문하면 한진그룹 사업영역과 계열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정석기업은 주로 그룹 소유의 빌딩을 관리하는 업체며 조에밀리리(조양호 회장 차녀)가 이사로 등재 돼 있다. 인하대는 학교법인 인하학원 대학으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이다.김갑봉

이에 대해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재계 12위라는 굴지의 재벌이 시민단체가 제기한 정당한 비판에 대해 투명하게 해명하기는커녕 법무법인을 통해 협박성 내용증명이나 보낸다는 게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이는 돈과 힘이면 시민단체의 입도 막을 수 있다는 재벌다운 발상"이라고 받아쳤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인하대가 공개한 자료에는 '5년간 70억 원이 넘는 돈이 임대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정석기업에 납부됐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다"고 한 뒤 "인하대에 기부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홈페이지 캡쳐 화면을 참고하라고 하지 말고 항목별 금원과 기부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의 재단전입금은 통상 법정부담전입금과 경상비전입금, 자산전입금 세 가지로 구분된다. 법정부담전입금은 교직원들의 4대 보험에 해당하며, 경상비부담금은 장학금과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비로 쓰인다. 자산전입금이, 전체 학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재단전입금이다.


신규철 사무처장은 "2011년 기준 인하대의 재단전입금을 보면, 법정부담전입금이 약 35억 원, 경상비전입금은 약 42억 원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성명을 통해 "한진그룹의 협박성 내용증명 통지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일이지만, 재벌의 치사하고 오만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뒤 "한진그룹은 시민단체를 협박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봐야한다. 형제 간 재산 다툼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는 것부터,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에밀리리(한국명 조현민)가 인하대병원(조양호 이사장)에서 커피판매점을 운영하다가 지탄의 대상이 된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신규철 사무처장은 "재계 12위 재벌이 시민단체와 활동가에게 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도 이례적이고 우습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흔들림 없이 한진그룹과 인하학원 간 부당거래에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한 뒤 "인하대병원에서 조에밀리리 대한항공 상무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숍의 임대차계약서와 임대료 증빙서 공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진그룹 #정석기업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하대 #재단전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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