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 '벌초 축제' 이야기

가족 납골묘 벌초하던 날 표정

등록 2012.09.11 15:52수정 2012.09.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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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초 작업을 완료한 우리집안 가족 납골묘 48기용
벌초 작업을 완료한 우리집안 가족 납골묘 48기용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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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벌초 하는 날 22명의 대가족이 우리가족 납고묘 벌초를 한 후 단란한 가족 대화 시간을 가지며 벌초 뒷풀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 윤도균


10여 일 전 군포에 사는 막내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빠 올해는 벌초 며칟날 하세요?"
"응 올해는 9월 23일(일) 하려 했더니 사촌 동생들이 그땐 일정이 바쁘다고 앞당겨 9월 8일(토) 하자네 그래서 아무래도 사촌 동생들이 예초기 작업 박사이니 그날 (2012.9.8.) 하려고 결정했어."
"참 그런데 동생네 시집은 벌초했는감?"
"네 지난주에 했어요."
"동생 일전에 한 수술 결과는 좀 어때?"
"네 오빠 다행히 그만 해요."
"다행이네 무리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해"
"오빠 이번 벌초 때 조상님 제사 올리는 제물은 제가 해갈게요"
"아니 왜 그래? 몸도 성치 않은데 그러지 말고 혹시 시간 되면 매제와 얼굴이나 보게 엄마 아부지 묘소에나 와."

내 말에도 여동생은 한사코 "오빠 이번에 내가 제물 해갈게요" 한다. 동생과 전화를 끊고 동생의 친정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 없다. 보통 내 주위 아는 사람들은 '딸은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부모님 안 계신 친정과 다소 소원하게 지낸다는데 우리 여동생은 다르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동생이 저렇게 부모님 안 계신 친정을 위해 관심 두는 것도 모두 부부 일심동체 라고 매제가 처가와 돌아가신 장인 장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초지일관 변치않기 때문이라 생각 하며 거듭 동생 내외에게 감사한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집 벌초 일정을 사촌 동생들과 조카 (큰형님과 동생 아들) 그리고 우리 두 아들에게 '오는 9월 8일은 우리 집 안 벌초 날이니 전원 예외 없이 꼭 참석할 것' 하고 문자를 보내니 문자를 받은 즉시 금세 '네 알았습니다' 하고 답변이 온다.

 벌초 작업 하기전 우리가족 납골묘 모습
벌초 작업 하기전 우리가족 납골묘 모습 윤도균

 위 12분 조상님 납골묘 벌초를 마치고 바로 아래 삼촌과 숙모님 묘소 벌초 작을 하고 있다.
위 12분 조상님 납골묘 벌초를 마치고 바로 아래 삼촌과 숙모님 묘소 벌초 작을 하고 있다. 윤도균

집안 애경지사 문제 30~40대 아이들에게 이양해 가르쳐 나가

우리 집은 오래전 부모님과 두 형님이 타계하시고 그동안 줄곧 나와 동생이 협의하여 주관해오던 우리 집안 크고 작은 애경지사 (제사, 벌초, 시제, 추석, 명절)등 문제를 지난번 (6월) 어머님 기일 때 조카 2명과 우리 아들 2명에게 이제 너희도 (30~40대) 나이가 되었으니 언제까지 어른들이 집안 행사를 챙길 수 없으니 앞으론 너희가 책임지고 의논하여 챙기라고 당부하며 그동안 이어오던 우리 집 안 종사 문제를 아이들에게 넘겼다. 물론 동생과 나는 뒤에서 건사를 해주기로 하고 말이다.


그리고 즉석에서 우리 집 안 친목회를 만들어 매월 회비를 모으도록 하고 아예 동생 아들 조카에게 총무를 시켜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 집 안에 이어 내려오던 자산과 애경지사 관리와 책임을 넘겨 주었다. 그리고 이번 벌초부터 아이들이 벌초에 따르는 모든 책임(예산 및 준비)을 시켰다.

 벌초를 모두 마치고 12분 조상님께 벌초제를 모시는 가족들 모습이다. 신앙에 따라 절을 하는 사람 묵도를 올리는 사랑등 절충형 제를 모신다.
벌초를 모두 마치고 12분 조상님께 벌초제를 모시는 가족들 모습이다. 신앙에 따라 절을 하는 사람 묵도를 올리는 사랑등 절충형 제를 모신다. 윤도균

 시집간 누이와 매제가 조상님게 올리는 제물을 준비해와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동생들 고마워
시집간 누이와 매제가 조상님게 올리는 제물을 준비해와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동생들 고마워 윤도균

납골묘 조성, 조상님께 불효 아니야


우리 집은 이미 14~15년 전에 고향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1리) 선향 종 중산 사방팔방 여러 곳에 분포되어 대대손손 모셔오던 12분 조상님의 매장 묘 관리 (벌초, 묘역 사초) 가 나이 들면서 차차 힘이 들어 자칫 우리 어른들이 손 놓게 되는 날 어쩌면 우리 조상님에 매장 묘는 자칫 후손 없는 묘처럼 관리되지 않아 고청으로 전락해 버릴 것을 염려했다. 유교문화와 지하에 계신 조상님들 처지에서 볼 땐 멀쩡하게 길게는 수백 년도 무리 없이 대대손손 관리하기 위해 매장 묘에 잠들어 계신 12분 조상님들의 묘를 개장 조상님 묘를 열어 그 유골을 화장을 모신 후 우리 가족 납골묘(48기용)를 조성하고 12분 조상님의 유해를 우리 가족 48기용 납골묘 한곳에 안장했다.

이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조상님께 큰 죄를 짓는 불효 같지만, 이 다음 훗날 여러 곳에 산재해 매장 묘에 계신 조상님 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무연고 묘나 마찬가지로 전락하여 관리가 안 되는 것보다는 12곳에 모신 조상님 묘를 한곳에 모셔 관리를 하게 되니 당장에 아버지 어머님 뵈러 묘소에 들렸다. 선대 조상님을 알현하게 되니 이는 불효가 아니라 오히려 충효 전가의 전통을 이어받는 정도라 생각케 되었다.

우리 세댄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후세 아이들 경우 당장 두 형님께서 타계해 이곳 우리 가족 납골묘(48기용)에 안장돼 계시니 두 형님의 자녀들이 수시로 아버지 묘소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아버지에게만 잔을 올리진 못하게 되니 자연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 할머니 그 윗대 조 조상님들께도 공손히 12잔의 술을 따라 올리게 되니 이 어찌 불효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12분 조상님에 대한 벌초제를 모시고 잔을 조상님 묘비위에 헌주하고 있는 가족들 모습이다.
12분 조상님에 대한 벌초제를 모시고 잔을 조상님 묘비위에 헌주하고 있는 가족들 모습이다. 윤도균

 식사를 마치고 작별 하기전 이날 벌초에 참석한 22명 온 가족이 납골묘 앞에서 오랫만에 가족 사진을 찍었다.
식사를 마치고 작별 하기전 이날 벌초에 참석한 22명 온 가족이 납골묘 앞에서 오랫만에 가족 사진을 찍었다. 윤도균

12분 조상님 납골묘 한 곳에 모시니 절로 '가족 재회의 날'

그러다 보니 매년 이맘때 벌초 때만 되면 과거 같았으면 집집이 '우리 아이는 공부 때문에, 학교 때문에, 직장 일이 바빠서' 벌초에 못 데리고 왔다며 매년 어쩔 수 없이 나이 든 나와 동생 그리고 사촌 동생이 그 많은 12곳 묘소 벌초를 하다 보면 젊을 때와 달리 힘도 많이 들고 수목과 넝쿨이 우거져 조상님 묘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처럼 우리 가족 48기용 납골묘 조성을 하게 되었는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납골묘 조성을 한 그 다음해부터 우리 집안은 매년 이 맘 때 벌초 날만 되면 과거에는 요리조리 핑계 대며 벌초에 참여하지 않던 가족들이 오히려 언제 벌초 날이냐고 물어올 정도로 바뀌어 인원이 많을 땐 30여 명 가까운 대가족이 모여 이젠 우리 집 벌초 날은 우리 가족 '벌초 축제 문화'의 날로 탈바꿈 한 지 오래다.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12곳에 분산된 묘 조상님 묘 찾아다니며 벌초를 하다 보면 온종일 걸리기 일쑤가 되어 때로는 죄 없는 조상님 묘 탓하며 녹초가 되다 시 피해 귀가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 12분 조상님들을 우리 가족 48기용 납골묘 한 곳에 모시고 나니 말이 벌초지 사실상 벌초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 돼 끝이 난다.

 모든 제례를 마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벌초 뒷풀이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모든 제례를 마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벌초 뒷풀이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윤도균

핵가족 시대 바람직한 조상님 묘역 관리 대안 아닐까 

이렇게 대가족이 벌초를 마치고 참석한 가족들이 조상님께 제를 올리는데 그것도 신앙이 다른 사람은 신앙 따리 예배와 기도를 하고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절을 올리는 절충형 벌초제를 모신다. 그러다 보니 이제 우리 집 벌초 날은 많은 가족이 모일 것을 예상해 먹을거리도 푸짐하게 장만한다.

그리고 남자들은 납골묘역 공터에 비가 오거나 해가 뜨거운 날은 가림막을 할 수 있는 천막을 치고 여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시누, 올케, 사촌, 오촌들이 '하하 호호' 수다를 떨며 음식도 푸짐하게 마련해 '오빠 이건 아무개가 오빠 생각하며 해왔어.' 또 이건 누가 해오고 등 자랑도 하며 핵가족 시대를 살며 거의 단절되다 시 피했던 친족 지간 우애의 가족 상봉의 시간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우리 가족 벌초 문화를 돌아보신 고향 어르신들이 나를 보고 정말 너의 형제와 가족들 단란한 모습 너무 보기 좋고 배울 점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럴 때면 난 어깨가 으쓱해져 형님 그것이 모두 다 우리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한 푼의 재산도 물려 주지 않으시고 사랑을 물려주신 덕택이라 말씀을 드리면 아니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반문을 하신다.

그렇잖아요. 형님 요즘 파주 지역이 개발이다 뭐다해서 땅값 오르고 지역적 발전을 거듭하다 보니 부모님 시절엔 고작 농사나 짓던 값싼 땅들이 어느 날 갑자기 큰돈이 되다 보니 그 부모님 유산 상속에 눈이 먼 형제·자매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재산싸움으로 다투다가 심지어 대화도 단절하고 그 울화병으로 늙으신 부모님들 돌아가시고 나니 부모님 슬하 오순도순 자라던 형제·자매들이 오가지도 않는 마당인데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겨주지 않으시고 가족 지간 사랑과 우애를 남겨 주셨으니 당연히 우리 형제들은 그 부모님과 조상님 모시는 일을 끔찍하게 생각하며 형제 남매지간 나이 들어 더욱 우애 있게 돈독하게 지내니 오늘도 출가외인 시집간 누이들이 부모님 안 계신 친정집 오라비 올케들 끔찍하게 생각하며 찾는 것 아니냐? 말씀을 드리니 요즘 세상에 니네 처럼 그렇게 부모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신기해하신다.

 손자 아이들이 오나가나 께임에 몰두하는 모습 이놈들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럼 안좋아 하신단다.
손자 아이들이 오나가나 께임에 몰두하는 모습 이놈들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럼 안좋아 하신단다. 윤도균

#벌초 #가족납골묘 #벌초축제 #애경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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