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정문정 기자
고함20
- 요즘 언론사 시험, 소위 '언론고시'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기자가 되기까지는 상당히 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데"언론고시반에 들어가서 1년간 준비하기도 했고, 학생리포터, 언론사 인턴, 경북대 출판부 등 다양한 활동도 많이 했다. 신문 기자도 꿈꾸었는데, 그때는 많이 진보적이었으므로 돈에 영혼을 팔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보수매체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보매체에 들어가면 급여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나는 단순히 '기자'라는 명함만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매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때 당시에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참 배부르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주변에는 어디 들어가든 상관없이, 기자 타이틀만 따고 싶은 친구들도 상당히 많았다. 또 기자라는 직업이 사양직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을 때라, 왜 꼭 기자를 해야 할까 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다."
- 대학교 다닐 때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다"집이 가난했다. 학교 다니면서 항상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두 개 이상했다. 그리고 대외활동.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바쁘고 취미가 없는 학생이었다. 내 대학생 시절도 그랬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취미가 없어 보인다. 취미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여유가 받쳐줘야 가질 수 있는데, 애들이 워낙 알바와 학교 공부에 시달리다 보니까 취미가 없다. 다운받은 영화 보기, 웹툰 보기 같이 돈 안 드는 일이 유일한 그들의 취미가 됐다. 락 페스티벌이나 뮤지컬감상 같은 문화생활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즐길 수가 없다. 알바하면 알겠지만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는데,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가 가치 없는 인간으로 느껴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에 돈 쓰기가 아깝고 '엥겔지수'만 높아진다.
고3 때는 대학에 가면 뭔가 달라질 거라는 그런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 들어와서 오히려 그런 희망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잠시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했을 때는 고시원에 살았었는데, 고시원에만 있으니까 나 자신이 벌레같이 느껴졌다.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느낀 점은 환경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데, 환경에 상관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사회가 정말 무책임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붙잡아놓고 의지로 극복하라,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반감이 든다. 지금 20대에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이제 기자로서 대학생들을 만난다.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아까도 말했지만,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어서 대학생이 어떻다고 규정짓기 힘들다. 만나본 사람 중에는 구글러 김태원 같은 사람도 있고, 정말 말도 안 나올 정도로 힘들게 사는 학생들도 있다. 이젠 그 격차가 너무 심하니까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면 서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소통이 불가능하다. 중간에서 어떤 매개를 찾아야 할까, 그 과정에서 <대학내일>과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을 해본다.
대학생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지 않은 것이 요즘 대학생이다. 점점 파편화되고 개별화된다. '대학생이 어떻습니까' 라고 물으면 의미가 없다. 지방대 학생은 어떤가, 서울 상위 10개 대학은 어떤가, 이렇게 물어보면 그나마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05학번으로서 11,12학번들을 볼 때 예전하고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나?"실제로 11,12학번 학생리포트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그들을 보면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삶은 더 팍팍하지만, 희망을 갖고 연대를 잘하는 것 같다. 지속력은 떨어지는데, 수평적으로 잘 모인다. 카이스트 총장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만 봐도 피켓을 드는 게 아니라 '총장스타일'을 만들고 록 공연을 연다. 구태의연하게 가는 게 아니라, 최대치의 창의력을 끌어낸다. 예전에는 심각한 상황을 심각하게만 풀어가게만 했다만, 지금 애들은 유머코드를 섞는다. 그들의 '잉여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플래시몹 같은 느낌이다. '이거 해볼래' 물어보면 '어 재미있겠다' 답하며 일을 벌인다. 이런 플래시몹 같은 일들은 시도만으로 끝나더라도 의미가 있다. 여기서 화르르, 저기서도 화르르 계속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운동권 학생회에서 주도하는 방식으로 내려왔다면, 지금은 그런 운동권과 전혀 관계가 없어도 이런저런 행사가 벌어진다.
예전에는 대학 사회에서도 경직성이 너무 심했고, 심지어 사회의 권위를 비판하는 학생들이 실제로는 가장 권위적이기도 했다. 요즘엔 그렇게 권위적, 계몽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애들이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