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징역 이틀에 처해진 사람입니다

이젠 정말 담배를 끊어야겠습니다

등록 2012.09.18 13:46수정 2012.09.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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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집사람으로부터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집에서 전화가 오거나 메시지가 오면 불안감이 먼저 듭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거나 집안의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집사람은 내게 문자를 잘 보내지 않습니다. 폰을 펼쳐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  어느날 집사람으로부터 사형이나 다름없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어느날 집사람으로부터 사형이나 다름없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 신광태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전화를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당신 한글 몰라? 쓰여 진 대로 당신 영창을 보내겠다구. 아이들과 의결한 사항이야."
"그러니까 요는 아파트 밖에 나가서 피우는 건 허용한다는 거잖아?"

아니 무슨 나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무슨 의결을 합니까! 이건 민주주의 원칙에 크게 위배된 가정입니다. 그래서 따져 물었더니 '흡연은 전 국민의 악이기 때문'에 당사자 참석은 불필요하답니다.

당연히 '그런 경우가 어느 법에 명시되어 있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가정의 불문법이랍니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집에 와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면 영창을 보내겠고 또 몰래 피우다 들켜도 안 되는 것은 물론 흔적을 남겨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들킬 경우 영창을 보내겠답니다.


영창의 의미는 감금인데, 이틀간 집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협박, 순간적으로 내가 이틀 정도 밖에서 생활하면 홀가분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겉옷과 속옷은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치밀하고 야비하게 계산된 집사람의 속셈입니다.

이미 징역을 살아온 사람들...


그날 이후 난 담배를 가지고 아파트 현관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갈 때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마랍니다. 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당신 담배 피우러 나가는 횟수를 계산해서 관리실에 통보를 하겠다.' 즉 공동으로 부담하는 전기요금을 내가 담배 피우러 나간 횟수를 따져 아파트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겠다는 겁니다.

"진짜 더러워서 담배 끊는다"고 생각하며 8층에서부터 터덜터덜 걸어서 아파트 앞 현관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옆 그 작은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지나면서 몇 번 본 사람들이기에 간단하게 목례를 했습니다.

'그렇구나! 이 사람들은 이미 벌써부터 이틀 징역을 아니더라도 가족들로부터 형벌을 받고 있었구나!'

식구들이 내 건강을 위한 금연 요구였구나

옛날에는 사무실에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배를 피웠습니다. 또 버스에서도 '나 담배 피우는 사람이야'라고 선전이라고 하듯이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담배를 피우고 걸어가면 옆을 지나는 사람들이 인상을 씁니다. 내 옆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걸어가면 되지, 왜 하필...이란 불만.

요즘 담배피우는 사람이 무슨 큰 죄를 지은 양 흡연구역이 좁혀져 가고 있습니다. 건물 옥상 내지는 공항 한구석 또는 길거리 부스... '차리리 끊자...' 그렇게 하려면 가족들 앞에서 선언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몰래 담배 피우는 게 아이들에게 들키는 날이면 난 가장으로서의 지위마저 위태롭게 됩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흡연을 하면 이틀 영창... '그것은 내 건강을 위한 아내와 이이들의 배려였음을...'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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