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하게 망가진 낙동강...목숨 걸고 가봤더니

[낙동강 현장보고서] 4대강 사업 탓에 더 위험해진 강

등록 2012.09.25 16:27수정 2012.11.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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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교량 구미시 고아읍 옛 '고아습지'를 걷어내고 급조한 '강정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용 작은 교량이 역시 역행침식현상으로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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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교량 경북 구미시 지산동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봉곡천의 덕산교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역시 역행침식 현상으로 땅에 묻혔던 교각 상판의 일부가 드러났고, 교량과 만나는 도로의 제방과 도로 상판의 일부가 맥없이 무너졌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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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된 구미보 우안 둔치 구미보 우안의 둔치가 엄청난 규모로 침식됐다. 높이는 10미터 이상이고, 그 규모는 수천평에 이른다. ⓒ 정수근


홍수 피해가 없다고요?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줄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4대강 유역의 홍수 피해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고 국토부는 18일 설명했습니다. 하천준설로 평균 홍수위(여름철 하천 최고 수위)가 과거보다 평균 3m가량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25일 "낙동강 하류 진동 지점에서는 태풍 내습 시 홍수경보가 발령돼 수위가 9.4m까지 상승했던 만큼,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제방의 안전이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태풍 산바가 지나간 후 '생명의강연구단' 일행과 함께 돌아본 낙동강은 홍수피해로 그 상처가 심각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돌망태 사석을 깔았음에도 강변 둔치가 크게 침식됐습니다. 또 보와 둔치에는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또한 지난여름 장마 후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역행침식 현상은 더 크고 심각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그 심각한 침식현상은 지천의 교량으로 이어져 하루에도 수천대의 차량이 오가는 교량 안전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전거도로와 그곳에 축조한 교량은 휘어지고 균열이 일어나 아찔한 모습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왜 국토부는 "홍수 피해가 줄었다"고 홍보한 걸까요? 국민을 상대로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국토부가 외면하고 왜곡한 현실을 여기에 하나 하나 공개합니다. 홍수피해 현장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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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구미보 둔치 막대한 면적의 강변 둔치가 침식으로 사라졌다. ⓒ 정수근


구미보 우안 둔치의 무서운 침식


우선 낙동강 구미보 우안 수천 평의 강변 둔치가 침식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그만큼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흘러간 셈이니 '헛준설'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또 그 침식은 둔치에 급조한 생태공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장에서 보니 침식은 생태공원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좀 더 많은 비가 내렸다면 침식은 공원을 덮쳐 그 모습을 완전히 바꿔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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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돌망태 보호공 구미보 양측면 옹벽 아래 둔치에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석을 채운 돌망태를 깔았지만, 철망은 뜯겨나갔고 사석들은 나뒹굴고 있다. 심지어 물받이공으로 보이는 콘크리트덩이까지 나뒹굴고 있다. ⓒ 정수근


보 옹벽 바로 아래에 침식을 막기 위해 돌망태 사석을 깔았지만 그것 또한 하단부터 뜯겨나갔습니다. 사석들은 곳곳에 나뒹굴고, 철망은 종잇장처럼 휘어졌습니다. 게다가 콘크리트 물받이공의 일부도 이미 뜯겼는지 가장자리로 밀려나와 나뒹굴었습니다. 

강물의 위력은 이처럼 4대강 사업 추진본부 측 '학자'들의 상상력을 초월합니다.

구미보 아래에서는 김천에서 흘러온 감천이 낙동강과 합류합니다. 이 감천은 원래 표고가 낙동강보다 많이 높습니다. 여기에 낙동강 대규모 준설로 그 수위차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감천, 역행침식으로 제방 일부 붕괴

이 탓에 감천의 물은 거세게 흘러 낙동강과 만나고 강바닥과 양쪽 제방을 사정없이 침식했습니다. 그 침식은 낙동강 합류지점 양 끝단부터 감천의 상류로 거슬러 진행되기에 역행침식이라 부릅니다. 이 심각한 침식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에선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대부분의 지천에 하상유지공(다른 말로 강바닥보호공으로, 철망으로 둘러친 돌망태를 시공하는 것) 설치공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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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유지공 설치 완료된 감천 역행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감천의 하상유지공 공사가 완료한 모습. 지난 4월 25일의 모습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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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제방 태풍 산바가 지난 후 낙동강과 감천의 합수부쪽에서부터 일어난 역행침식 현상으로 감천의 우안 제방 일부가 처참히 무너졌다. ⓒ 정수근


그런데 태풍 산바 후 그 모든 작업들이 헛수고가 됐습니다. 하상유지공은 말할 것도 없고, 4대강 사업 추진본부 측의 생태적 배려(?)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어도까지 두 동강 나 모래더미에 처박혔습니다. 예산 탕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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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동강 난 어도 무서운 강물의 힘은 저 육중한 콘트리트 덩이도 두동강냈다. 어도가 두동강 나 뒹굴고 있고, 그 앞에 죽은 물고기 한마리가 이 콘크리트덩이의 용도를 짐작하게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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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되기 전 어도 모습. 성난 강물의 위력은 강력했다. ⓒ 정수근


"하천 수력학(Fluvial Hydraulics)에는 브람스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 강물의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 물이 운반할 수 있는 물체의 질량은 2의 6승만큼, 즉 예순네 배 늘어난다" - <모래강의 신비>   

즉, 강물 유속이 두 배 빨라지면 강물의 힘은 두배가 아니라, 예순네 배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엄청난 힘으로 강바닥과 제방이 침식됩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감천에서 확인했습니다. 날짜별 변화를 살펴보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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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하상유지공 공사가 완료된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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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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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산바가 물러간 후의 모습. 9월 21일 촬영한 현장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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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타난 'MB야가라폭포' 지난해 여름 역행침식 현상으로 이곳에 나타난 'MB야가라폭포'가 태풍 산바 후 다시 나타났다. 이곳은 제방 아래 침식된 사면의 모습이다. ⓒ 정수근


4대강 사업 이후 강은 달라졌습니다. 그 형태에서부터 성질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하나 하나 확인하는 과정은 아프고 두려운 일입니다.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 이뤄진 삼각주의 오른쪽은 넓은 백사장으로,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가장자리 일부에서 농민들이 채소를 경작했습니다. 그 고아습지가 지금은 '강정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콘크리트 길과 다리가 놓이고, 수백 그루의 조경수가 심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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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한 나무 이처럼 생태공원에 심겨진 대다수의 나무들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 정수근


자전거도로와 위태로운 교량 그리고 '사막공원'

그런데 태풍 산바 후 이곳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작은 수로는 역행침식으로 소하천으로 바뀌었고, 자전거길을 잇기 위해 그 수로에 놓인 작은 교량은 뿌리가 뽑혀 붕괴직전의 상태입니다.

수로의 바닥이 패이고, 둔치는 침식돼 한 쪽은 들리고 한 쪽은 주저앉으면서 교량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전거길마저 균열을 일으켜 쩍 갈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은 통제되지 않았고, 가을을 맞아 강으로 낚시하러 온 강태공들이 자전거와 차로 이 위험한 교량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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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직전의 교량 강정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 위에 놓인 미니 교량이 곧 붕괴 위험에 처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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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역행침식으로 다리자체가 완전히 흘러내릴 듯하다. ⓒ 정수근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강변 생태공원의 관리주체는 해당 지자체인데, 구미시의 빠른 조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생태 돈세탁'(건설, 조경 업자들이 무의미한 일인 줄 알면서도 진행하고 돈만 받아 챙기는 일)의 흔적들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강정생태공원은 이미 '망초공원'이 되었고, 그 잡초공원에 드문 드문 심어진 조경수들은 하나 같이 말라죽어 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물푸레나무나 메타세쿼이아 같은 나무들이 강변에서 고사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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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공원'에서 죽어가는 나무 생태는 고사하고 식물조차 살 수 없는 사막공원에서 나무 한 그루가 고사한 채 쓰러져 있다. ⓒ 정수근


그곳에 '생태'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세금 썩는 냄새만 진동할 뿐입니다. 생태는 고사하고, 고사한 나무와 잡초도 살 수 없는 사막처럼 변한 땅만 보였습니다. 그 평화로운 공존의 공간이던 고아습지가 '망초공원' 혹은 '사막공원'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는 건 무척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런 풍경은 낙동강을 따라 가는 내내 보였습니다. 고아습지 아래 해평습지를 지나면서 낙동강은 구미시를 관통합니다. 

역행침식으로 덕산교 붕괴 위험

구미 정수장을 지나 낙동강 둑방으로 올라서면 너른 강변 둔치가 나옵니다. 구미시 지산동의 그 둔치에는 지금 축구장과 야구장, 운동장 같은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농사를 짓던 푸른 초지와 금빛 백사장의 둔치는 사라지고 그곳에 인공의 시설물들이 자리잡았습니다.

공존의 공간이던 이 광활한 대지는 인간만을 위한 인공의 공간으로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이 인공의 현장에도 강의 무서운 힘이 입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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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교량 붕괴된 제방을 보수하는 공사현장을 한 학생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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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자전거도로 봉곡천 옆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일부가 붕괴되고, 철체 펜스는 완전히 휘어졌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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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상판과 콘크리트 옹벽 제방이 맥없이 무너졌다. ⓒ 정수근


경북 구미시 지산동 옆에서 흘러나와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봉곡천의 작은 교량인 덕산교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역시 역행침식 탓에 땅에 묻혔던 교각 상판의 일부가 드러났고, 교량과 만나는 도로의 제방과 상판의 일부가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이곳은 하루에도 수천 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곳으로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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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험한 다리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아찔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정수근


교량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의 상판은 완전히 붕괴돼 널브러졌고, 콘크리트 블록으로 마감한 제방 또한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낙동강의 변화는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래도 홍수 피해가 없는 걸까요? 이렇게 낙동강을 위험한 강으로 만들고, 어떻게 홍수피해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정수근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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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홍수피해 #낙동강 #역행침식 #교량붕괴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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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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