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겉그림
넥서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말하는 의·식·주. 그중에서 먹는 문제만큼 인류의 숙제가 또 있을까 싶다. 입이 즐겁지 않고 배가 든든하지 않고서는 그야말로 뭘 해도 시원스런 답이 나오기 힘들다. 배가 허전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머리는 하얗게 되면서... 뭔들 제대로 풀리겠는가.
그런데, 먹는 문제 이상의 중요한 것이 있다.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항문과 친해지기이다. 항문이 제대로 일(!)을 못하는 날에는 잘 먹은 것도 소용이 없다. 한 마디로, 먹어야 할 때 잘 먹고 싸야 할 때 잘 싸야 인생이... 앞뒤로(!) 확 핀다.
"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겹다. 음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해서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위나 소장이 온 힘을 다하는 것도 그렇고, 남아 있던 수분마저 대장에게 다 내주고 미련 없이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똥의 희생 또한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대장암이나 궤양성·대장염 등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를 남김없이 인간에게 전해 주고 사라지는 것이니 이보다 더한 사랑과 헌신을 또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 중 36쪽)'똥은 기똥차다'는 걸 사람들이 얼마나 잘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으나 '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제목이란 게 참 중요하긴 한가보다. <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이라는 이름을 새로 달고 나왔다는 이 책, 조금은 궁금해진다.
소장이 음식물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나면 그 남은 것이 대장으로 넘어오고 대장을 거치는 동안 수분도 처리되면서 이제는 정말 줄 거 다 주고 '진짜 나머지 것'만 진짜 출구(!)를 향해 굽이굽이 길을 간다. 이렇게 대장을 지나면서 형성된 '진짜 나머지 것', 그러니까 똥은 대장의 끝자락일 수 있는 직장에서부터 비로소 일반인에게 당장 중요한 배변의 과정을 시작한다. 이 배변의 과정에 문제가 생길 때 우린 비로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이 배변의 과정을 지은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단, 똥이 직장에 모이면서 직장이 팽창한다. 직장에 똥이 차는 것을 느낀다. 똥과 가스가 차면서 압력이 높아지는데, 더 많은 똥이 차도록 하기 위해 가스만 먼저 뺀다. 어느덧 배변할 준비가 됐다. 화장실로 가서 똥 눌 준비를 한다. 직장과 복압이 상승한다. 그리고 똥을 싼다. 헌데! 직장이 압력을 받고 배가 힘을 받아 똥이 잘 빠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이 배변의 과정을 포함해 대장의 상태가 의심받게 된다. 심하면 대장암까지 의심하게 되는 문제의 발단, 배변에서 이상을 느낄 때다.
맹장·상행결장·횡행결장·하행결장·에스결장·직장 등 대장의 부분 부분을 아는 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항문에 문제가 없고 똥 싸는 데 문제가 없는 한 아무도 이런 거 기억해두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나저제나 중요한 것은 역시 똥 싸는 데 문제가 생겼을 때다.
삶이 편하려면 장이 편해야, 장이 편하려면 마음이 편해야
사람의 몸이 대략 270종, 6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데, 이 많은 세포를 통합하 조절하는 것이 신경과 호르몬이다. 다시, 신경은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눈다. "말초 신경에는 근육과 이어지는 운동 신경, 내장과 연결돼 있는 자율 신경·감각 신경과 이어지는 지각 신경 등이 있다."(본문 51쪽) 그런데, 자율 신경은 사람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다시 말해, 대장 보고 손가락 발가락 움직이듯이 아무 때나 이렇게 움직여라 저렇게 움직여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율 신경의 영향을 받는 소장·대장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일까.
자율 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이다. 그러니까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 등의 감정이 장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내가 기쁘면 장도 기쁘고 내가 슬프면 장도 슬프다는 게 귀에 쏙 들어오는 지은이의 말이다. 그래, 바로 이거다! 설사하는 사람, 변비 있는 사람, 피 섞인 똥을 싸는 사람 등등 똥 싸는 데 애로 사항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바로 똥을 소중하게 여기며 맘을 다스리는 일이란 말씀.
심장병이 특정한 병명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심장에 생긴 병을 얘기하듯 치질이라는 것도 특정한 병명이라기보다 항문 그러니까 항문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치질을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우리가 흔히 치질이라고 말하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의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사이에 있는 항문 샘에 염증이 생겨 항문 밖으로 구멍이 나는 항문병'인 치루가 있다.
변비에 관한 많은 이들의 궁금증도 생활 속 습관을 살펴보는 데서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수분 섭취를 적절히 해 똥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것, 적절한 운동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 지나칠 정도로 똥을 참지 않는 것, 몸매 관리한답시고 너무하다 싶을 만큼 먹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등 똥 싸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똥 잘 싸는 지름길이요 인생을 피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에 담겨 있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똥 싸고 어떻게 똥 처리했는지에 관한 몇몇 이야기들'은 가볍게 읽자. '똥 잘 싸는 일에 애로 사항이 많아 변기 의자를 달고 살던 태양왕 루이 14세가 프랑스 외과 탄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얘기'도 가볍고 즐겁게 읽자. '나폴레옹이 무너지는 데 치질이 큰 역할을 했을 거라는 얘기'도 가볍게 읽자. 하지만, 색깔·굵기·똥 누는 방식 등 똥이 전하는 몸의 이상 신호를 알 수 있는 것들은 좀 눈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기분과 장의 관계를 생각해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말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자, 이렇게 똥 제대로 잘 누는 삶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면 항문 박사가 알려주는 각종 전문 지식, 사진들을 좀 더 잘 살펴보자. 그림은 덤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똥을 똥으로 보며 은근히 무시하고 외면해 인생을 힘들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은이가 전하는 프랑스 심리치료사 기 코르노의 말을 남긴다. 항문에 문제가 생기든 어디에 문제가 생기든 크게 보면 다 몸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일들이니까.
"우리의 몸은 그 나름대로 지혜를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를 보낸다. 질병은 우리로부터 배신당한 육체가 우리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똥으로 보는 나의 장 건강 - 똥이 우리 몸에 던지는 장 건강 메시지
남호탁 지음,
넥서스BOOK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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