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동안 못 이룬 꿈, 10·4 선언이면 가능하다

[2013 남한에 바란다 ③] 대륙·해양의 중심에 우뚝 설 통일조국

등록 2012.10.19 14:32수정 2012.10.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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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국의 분단·전쟁·대결에 깊이 관여해 온 미국에서 40여 년을 산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1992년 처음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 차 북을 방문한 데 이어 조국의 남북을 드나들며 서로 아파하며 통일을 열망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의료계에 계속 종사하는 한편,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분단 체제와 분단의 해소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3자적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기자말

1998년 1월, 저는 재미동포통일연구회 'Korea-2000' 대표로 '남북 지도자에 드리는 통일정책건의서'를 서울과 평양에서 전했습니다(<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북한 방문기). 또한 2007년 10·4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연합공화국 합의'를 촉구하는 제언도 전했습니다(<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2011년 6월에는 평양의대병원에서 북녘 의사들과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서울에 들러 '조국의 남북에 드리는 말씀'이라는 강연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분단 66년에 남북이 할 짓 못할 짓 다 해본 마당에 이제 무슨 짓을 더 해야 하겠습니까! 통일 짓 말고는. 이 한심한 분단 노릇 끝냅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남에도 북에도 쓴소리를 퍼부었습니다.

오늘은 남녘에 묻습니다. 남이 북의 숙적 미국과 한패가 돼 어떻게 북과 통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북과 미국 중 누가 '우리'고 누가 '남'입니까? 한때 미국이 남을 도왔다고 해도 북은 '우리'고 미국은 어디까지나 '남'입니다. 북을 껴안아야 합니다.

북녘에도 묻습니다. 외세배격·민족자주를 주장하는 북입니다. 앞으로도 북미평화만 추구하렵니까. 당·정·군민이 일심동체라는 북이 먼저 남에게 평화하자고는 못합니까. 중국이 북을 돕는다는데도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은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며 인민을 격려했습니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의 시작은 남녘 경제민주화에도 자극이 될 것입니다. 남북은 서로 닮아가야 합니다. 서로 껴안는 맛을 봐야 합니다.

오바마에게 남북평화 건의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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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이 북을 침공하면 이길 것 같아서 계속 한미합동전쟁연습을 합니까. 돌아봅시다. 미국 따라 함께한 베트남·이라크·아프간 전쟁의 말로가 어떤지. 사진은 지난 2009년 3월 10일 오후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당시 ⓒ 권우성


굳은 신뢰로 남북연합방부터 이뤄내면 남북평화체제가 성립되는 것인데 남측은 왜 미군에게 계속 있어 달라고 애원해야 합니까. 미군이 돌아가면 그 막대한 주둔 비용을 연합방공동체 운영에 더 쓸 수 있습니다. 미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데, 남은 북의 남침이 두려워 미군을 붙들고 있으니 북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16조 달러의 빚에 시달리는 미국이 마침 남에게 미군 주둔비 분담을 더 늘려 달라고 합니다. 그 요구를 더 크게 받아들여 그들을 돌아가게 함으로써 은혜에 보답해야 합니다. 이제 북이 남을 칠 수 있겠습니까, 남이 북을 칠 수 있겠습니까. 미국도 북을 제압할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남·미·북 3각 관계입니다.


그래서 한미연합군이 북을 침공하면 이길 것 같아서 계속 한미합동전쟁연습을 합니까. 돌아봅시다. 미국 따라 함께한 베트남·이라크·아프간 전쟁의 말로가 어떤지. 남·북·미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선제공격을 하면 조국 강산은 초토화됩니다. 미국은 태평양 건너에 있는 딴 나라일 뿐입니다.

북은 남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말끔히 치워 줌으로써 남을 도와 함께 이 일을 해내야 합니다. 남은 북 GDP의 80배, 1인당 소득 40배, 군사비 10배를 쓰면서도 자신이 없어 계속 무기 사주며 미군에 기대렵니까? '굶어 죽는 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적화통일된다고 미국에 매달리니 봉으로 써먹기 딱 좋을 뿐입니다. 남은 군사 작전통제권을 어서 환수하고 북과 평화해야 합니다. 남북평화가 북미평화이고, 남미관계 정상화입니다. 남-영·남-중·남-불·남-러·남-독 관계처럼 말입니다.

저는 미국 시민으로 6·15위원들과 국무부, 상·하원 외교위원회를 방문해 남북 평화 문제를 면담·논의했습니다. 또, 대통령에게 'New Korea 정책 건의서'도 전달한 바 있습니다. 미국시민단체와 더불어 북미평화 협정체결을 여러 방법으로 촉구했습니다. 클린턴과 오바마의 답신도 받아봤지만, 정책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미국은 한반도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지역이 여럿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에 이익 없으면 정책을 바꾸지 않습니다. 한편, 미국에 이익이 있어 한반도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남북에 도움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남북 문제를 두고 미국에 해결책을 찾아달라며 선처를 비는 우리 자신이 초라하고 씁쓸해집니다.

6·15-10·4, 남북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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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문 발표후 손 맞잡은 두 정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6·15 선언은 남북 지도자가 겨레의 이익을 위해 나서서 해낸 것이지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 빌지도,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에 빌어서 한 것도 아닙니다. 남북이 의기투합해 6·15 선언을 만들었고, 이는 10·4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북이 함께한다는 일은 미국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에서 미·중·러·일 4국이 남북에 무엇을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까. 1994년 북미기본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과 10·3 합의의 파행을 뼈저리게 겪은 북입니다. 남북통일을 원하는 주변 4국은 없다고 모두들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들이 누구 좋으라고 남북통일을 원하겠습니까.

때문에 남북이 연합방을 구성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러면 해낼 수 있습니다. 북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던 오바마도 이명박의 미국 '퍼주기' 맛에 못했습니다. 그동안 남은 '미·한·일 MD'와 '한일군사협정 추진' '최대무기구입사업' '한미FTA 합의' '8년 전 국방예산의 두 배에 달하는 돈 지출' 등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돈 낭비였지만, 이게 남의 실력입니다. 남녘 한반도평화포럼을 대표해 임동원·백낙청 공동이사장은 일찍이 '경제공동체·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연합'을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했습니다. 경제강국 남과 핵기술강국 북은 이제 외세에 힘없이 흔들리던 100년 전의 조국이 아닙니다.

이러한 남북의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우선 남북만의 이야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진솔하게 대화하며 겨레의 앞날을 담판짓자고 다시 결의하십시오. 주변국보다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의 처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남북이 연합방을 이룬 뒤 한목소리로 주변국을 관리하자고 해야 합니다. 조국의 문제는 국제관계상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잘못 설정해 생겨난 것입니다. 국제관계라니요. 한미동맹에 매달린 것 말고 분단종식을 위해 어느 나라와 무엇을 했습니까. 남북관계부터 잘한 뒤 국제관계를 걱정해야 합니다. 남북연합방의 힘으로 북은 미국과, 또 일본과 수교를 매듭지어야 합니다. 북은 군사작전통제권을 남이 환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남북이 손잡고 연합방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 멍청한 분단 짓을 계속할 것입니까.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도 남은 실리적으로 부유해졌고, 북은 주권의식으로 강해졌습니다. 다행입니다. 우리 겨레의 슬기입니다. 남북의 통합은 가난·억압·불평등·사대에 짓눌려온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도 염원한 풍요·자유·평등·자주국의 내일을 보장합니다.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7·4 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와 6·15 선언의 정신을 따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뤄낼 절호의 기회입니다.

평화 번영의 10·4 합의에 따라 민족경제 부흥을 위해 공리공영·유무상통의 원칙에서 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10·4 선언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남북연합방이 바로 평화체제입니다. 그리하여 남북연합방 선언으로 제도적인 'Corea 연합방 경제공동체' 운영을 시작해 대륙과 해양의 중심에 우뚝 설 통일조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 겨레의 새 역사를 여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겨레에게는 67년 동안 이루지 못한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 생각해 보십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오인동씨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 코리아>(2008) 등이 있습니다.
#통일 #연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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