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오일허브' 공약에 안전성 우려 나와

울산, 원전·유화단지에다 석유저장소까지?... "시한폭탄 안는 격"

등록 2012.10.07 18:57수정 2012.12.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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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난 4일 울산에서 오일허브 조성을 약속하자 지역 언론 대부분이 이를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 지역신문 누리집 갈무리


지난 4일 열린 울산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울산지역 공약으로 내세운 오일허브 사업 추진을 두고 지역에서 안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울산 남구 달동 새누리당 울산시당 강당에서 열린 울산선대위 발대식에서 "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산업수도로 이제는 동북아 중심산업도시로 한걸음 더 도약해야 한다"며 "세계를 무대로 하는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일허브사업이란 울산항에 2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저장 시설을 구축해 저장한 후 이를 여러 나라에 판매하는 석유거래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여러기의 원전이 있는 울산에서도 시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공단에서는 수시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여기에 다시 석유저장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것.

특히 최근 구미의 불산가스 유출로 지역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오일허브 공약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후보, 왜 오일허브 공약했나?

박근혜 후보는 올해 4·11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월 25일 울산을 방문,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노동계의 큰 현안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라면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대선을 앞둔 지난 4일 다시 울산을 방문해 앞서의 비정규직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오일허브 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을 지난 4·11 총선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새누리당 남구 갑 후보인 이채익 의원과 남구 을 김기현 의원은 모두 오일허브 공약을 내세웠다. 남구에 있는 울산신항에 오일허브를 조성해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는 공약이었다. 총선에서 두 후보는 야당 후보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들 후보들은 당시 "울산신항을 동북아 오일허브로 구축하기 위해 기본 계획안을 추진하겠다"며 "국비 3조5000억 원을 들여 오일 허브를 건설하면 44조 가량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36만여 명의 고용효과를 거두고, 석유수급 안정화도 기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

대선을 앞둔 박 후보가 울산에서 역시 오일허브를 공약한 것은 총선 때 이들 두 후보가 내건 공약과 일치하는 것이다.

'오일허브' 안전성 논란, 울산시민들에게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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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6일 일본 대진진으로 원전사고가 나자 이틀 뒤인 28일 울산지역 환경, 시민사회단체 등이 울산시청 앞에서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선언을 하고 있다. 울산은 원전과 석유화학 공단이 있는데다 오일 허브까지 공약으로 나와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박석철


지난 2010년 울산해양항만청이 개최한 오일허브 안전진단보고회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위험 경고가 나왔다. 당시 연구팀은 "오일허브 조성시 유조선의 부두 입항 때 방파제 입구에서 좌측 쏠림 현상이 발생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

문제는 이런 경고에도 정치권은 오일허브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 주민들이 겪어야 할 위험 부담과 지역의 또 다른 대형시설과의 사고 연계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 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산업단지에서는 42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5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은 대부분이 안전관리 부주의였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동익 탈핵에너지 국장은 "울산에는 여러 기의 원전과 대규모 석유화학 공단이 있어 만일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와중에 오일허브를 다시 짓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구체적 연구가 없어 오일허브가 미치는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거론할 수 없지만, 때때로 울산 석유화학 공단에서 사고가 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4·11 총선에서 울산의 탈핵 공약을 내놓은 바 있는 송규봉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번 총선에서도 보듯 수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며 내거는 오일허브 공약은 울산지역 안전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지금 울산에 필요한 것은 산업시설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오일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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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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