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증인채택불가? 질문도 못하는데 무슨 재벌개혁"

[국감-기재위] 기재위, 재벌 총수 증인채택 놓고 파행

등록 2012.10.08 15:18수정 2012.10.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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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 유성호


[2신 : 9일 오후 3시 2분]

재벌 총수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가 껄끄러웠을까. 8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오전에 출석했던 여당 측 간사가 오후 내내 자리를 비우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회의를 주관한 새누리당 출신 강길부 기재위원장 역시 거듭되는 의원들의 표결처리 요구에도 끝내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최태원 SK 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안원구 전 국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 여부는 9일로 미뤄졌다.

오후 2시에 위원회를 속개시킨 강길부 기재위원장은 오전에 논의했었던 증인 채택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바로 의원 질의를 진행했다. 국감 파행 가능성 때문에 증인 채택 문제 결정에 주목하고 있던 현장 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할 정도로 빠른 '일 처리'였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시작된 의원 질의는 두 명을 채 지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브레이크'는 오전에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던 안민석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재벌 총수 증인채택과 관련 "여야 간사 협의가 어떻게 되었는지 왜 보고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안 의원의 건너편에 앉았던 새누리당 측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오후부터 자리를 비운 상태. 민주통합당 측 간사인 김현미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내막은 이랬다. 오전에는 표결을 하자고 했던 나 의원이 점심을 먹고 오더니 "당내 의견이 표결을 안하는 것"이라면서 표결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현미 의원은 "나 의원은 실무를 총괄하는 사장단을 대상으로 증인 채택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여·야 간사들이 협의했지만 상황은 오전 그대로였다.

설명을 들은 안 의원은 "도대체 재벌 총수 하나 국정감사장에 못 부르는 이유가 뭐냐"면서 강 위원장에게 간사 협의 기간을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요구를 못 들은 척하며 다음 차례인 정두언 의원의 질의를 진행시켰다.


"굳이 재벌총수 국감장에 세워야하나?"

새누리당은 왜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에 반대했을까? 오후 5시께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이 다시 증인 채택 문제를 거론하자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자리에 없는 나성린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당내 여론 때문에 나성린 의원도 많이 힘드니 이해해 달라는 취지였다.


김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책들을 보면 당 내에서도 그걸 근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러나) 굳이 재벌 총수를 세워야 하나 하는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기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라기 보다는 일종의 '당 여론'이 그렇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나성린 간사는 이번에 기재위에서 강만수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건 가지고도 당내에서 질책을 많이 받았다"면서 "어디 뭐 확인하러 간 것 같은데 아마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자신의 질의 차례가 지나가도록 국정감사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는 조세분야에 대한 다양한 '히트작'들이 나왔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MB정부들어 대기업들이 할당 관세 품목을 수입해 큰 이익을 봤다는 점을, 김현미 의원은 재벌·대기업의 법인세 감면액이 전체 법인 평균의 182배 라는 점을 짚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기재위 국정감사의 '장수상품'은 재벌 총수 증인 채택문제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들과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 증인 채택에 무턱대고 계속 반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기재위 국정감사는 내일(9일) 한국은행에서 열린다.

[1신 : 8일 오후 3시 18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8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분야 국정감사는 이들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논란이 이어지며 파행을 거듭했다.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경제 민주화를 위해 꼭 필요한 증인 채택"이라며 압박에 나서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책 국정감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맞섰다.

재벌에게 질문도 못 하는데 무슨 재벌개혁?

이날 포문은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열었다. 안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최대 수혜자인 SK 최태원 회장과 삼성 이건희 회장,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했는데 여야 간사들이 협의한다고 해놓고 소식이 없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안원구 국장 관련해서는 도곡동 땅 관련 질의는 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는데 정당한 이유가 없이 증인 채택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적·논리적으로 문제없는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박근혜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 의지가 의심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벌에게 질문도 못 하는데 무슨 재벌개혁이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당초 민주당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따지기 위해 최태원 회장의 국감 증인채택을 추진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법정한도 이상으로 법인세 감면을 받은 의혹에 대해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최근 해외로 출국해 최지성 그룹미래전략실장을 대신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5일 새누리당의 합의 거부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안 의원과 함께 야당 의원들 대부분은 이들 재벌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말로는 경제민주화 한다고 해놓고 정작 SK와 삼성에 대한 증인 채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말만 하는 경제민주화"라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도 "일감 몰아주기 근절은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 문제를 따지는 과정조차 진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회가 경제민주화를 할 의지가 없다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인영 의원은 "자료제출이 안 되고 증인 채택이 불가능하다면 국정감사 포기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솔직한 자세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안민석 "재벌 총수 증인채택 과정서 로비 받았다"

이에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최태원 회장은 재판 중이기 때문에 국감 증언이 공정한 재판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증인채택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또한 "이 건은 기재위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피감기관으로 있는 정무위에서 담당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의견도 함께 밝혔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은 "간사 간 협의를 좀 더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안민석 의원은 "재벌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로비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안 의원은 "저는 여기 계신 기재위원들이 거의 다 로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저는 로비에 회유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증인 채택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의 '로비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의 강도 높은 성토가 이어지자 기재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나성린 의원은 "저희 당은 정책 국감을 하길 원한다"며 "이번에는 해당 기업들의 담당 임원들을 불러서 물어보자"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나 의원은 "안원구 전 국장의 증인 채택은 정책 국감과는 관련이 없으니 채택 안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자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고 하길래 저는 이게(증인 채택)이 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오전까지 해결이 안 된다면 증인 개개인을 놓고라도 표결을 하자"고 주장했다.

토론이 평행선을 달리자 야당 의원들은 강길부 새누리당 위원장에게 증인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강길부 기재위원장(새누리당)은 "간사들과 다시 얘기해보고 결정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기재위 국정감사는 오후 2시에 재개될 예정이다.
#안원구 #최태원 #기재위 #국정감사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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