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등록금 인하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광장으로 달려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대회가 열렸다.
김지수
2011년 가을 미국에서 금융위기에 맞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월가에 텐트를 치고 점령을 하는 시위가 있었다. 한국에서 또한 2011년 연말부터 시작해서 2012년 상반기까지 점령하라(Occupy) 여의도·서울 시청 운동을 했다.
2월까지 소수의 사람들이 서울시청 점령 운동을 진행하다가 3월 30일에 맞추어 전국 대학생들이 모이는 '무한 점령 캠프'를 꾸리기로 했다. 3월 30일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청년실업, 주거, 아르바이트 등의 문제를 놓고 서울시청에서 1박2일 텐트를 치고 떠들어 보자고 약속했다.
일정은 이랬다. 3월 30일 서울 시청에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문화제와 집회를 마친 후 서울 각지로 행진을 한 후 다시 시청에 돌아와 텐트를 치고 점령하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3월 말이었지만 하루 텐트에서 잘 생각으로 두꺼운 겨울옷과 담요를 챙겨갔다. 그러다보니 가방이 두툼해서 이동할 때 아주 불편했다.그러나 서울 참가자들의 복장과 가방은 근처 나들이 나온 것처럼 가벼웠다. 옷도 춥지 않을 정도로 봄에 맞는 정당한 것이었고, 가방 또한 책 한 권 들어 있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다. 처음에는 '서울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많이 하니 하루 밤 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텐트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행사를 기획했던 기획팀을 제외한 수도권 사람들은 모두 집에 간 상태였다. 이 때 정말 서럽고 난감했다. 함께 올라온 후배들에게 뭐라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획팀 책임자에게 항의를 하니 "30일 하루에 일정을 다 해버려 다음날 일정을 취소했다. 그래서 다들 집에 가기로 사전에 합의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행사가 밤 11-12시에 끝나면서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고, 서울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귀가했던 것이다.
기획단 책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에게 미안한지 재미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2011년 희망버스가 잘 된 이유가 뭔지 알아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 조합원들이 열심히 싸운 덕이겠죠. 하지만 희망버스가 부산 끝자락 영도의 한진중공업에서 진행되다보니 서울 참가자들이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니 1박2일 동안 한진중공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산 이곳저곳에서 시끄럽게 하고 밤새도록 노래하고 집회했던 겁니다. 희망버스의 일등 공신은 서울 사람들이 집에 가지 못하게 부산 영도에서 집회가 열린 것입니다. (일동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