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진정성 보여줘야

[주장] 재벌 총수 집유 제한 등 관련 법안들 국회 통과시켜야

등록 2012.10.16 15:34수정 2012.10.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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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의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됐다고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공약위원회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친재벌세력인 이한구 원내대표를 한발 뒤로 물러나게는 했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비서진들이 경제민주화 법안을 좌초시킬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16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서실에 정책브레인인 안종범, 강석훈 의원이 참여함으로써 김종인 위원장 입장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는 재벌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 제한, 일감몰아주기 제한, 신규순환출자 제한,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강화 등 몇 가지 법안을 이미 발의한 바 있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에서 이를 통과할 의지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법률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의원들에게 발의된 법안이라도 함께 통과시키자고 제안하였더니, 당론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 한마디면 바로 이번 회기에서 입법이 될 수 있음을 후보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친재벌' 새누리당, 왜 경제민주화 내세울까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이명박정부와 함께 친재벌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대한민국 경제가 어떤 상태이기에 새누리당마저도 재벌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국민들이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성장은 재벌의 계열사 숫자와 재벌의 경제력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고, 실제 살아가는 국민 다수의 형편은 전혀 '성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매출과 순이익에서 기록적인 수치를 자랑하지만, 중소기업의 채산성은 떨어지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나고, 고용은 점점 불안해 지고 있다. 치킨집이나 식당 등 자영업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고 있다. 노동자들의 주머니가 비니, 임금노동자들의 소비에 의지하는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국민 절대 다수의 경제생활은 위기 바로 그 자체의 상태에 있다.

재벌과 일부 부자들의 재산은 늘어났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실업 상태이거나 워킹푸어에 렌트푸어, 좀 더 나은 사람은 하우스푸어다. 중병이라도 들면 가정은 파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명박정부를 거치는 15년 넘는 기간 동안의 친재벌, 친대기업 정책은 재벌에 발을 담그지 못한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청년 등 국민 다수의 삶을 정체시키고 피폐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국민의 경제생활이 궁핍화된 이면에는 재벌로의 부의 일방적 이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이마트피자'처럼 재벌의 중소기업·중소상인 영역으로의 무차별한 확장이 그것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일감몰아주기로 상징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그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화가 그것이다.

고용불안정이 낳은 자영업자의 증가가 그것이다. 전반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 감소, 즉 일하는 사람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재벌로 집중된 경제현실의 폐해를 국민들이 실제 자신의 삶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대선국면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까지도 경제민주화를 대선이슈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유통재벌 신세계에서 생긴 일이다. 신세계 회장 딸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빵과 피자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있다. '이마트피자'로 유명한 그 회사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이 회사에 대해서만 입점수수료를 다른 업체에 비해 깎아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지원행위이다. 또한 편법상속의 통로로 문제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다. 그냥 그룹 내부에서 총수 딸을 밀어 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 백 개의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고, 중소피자업체 매출은 34%가 급감했다. 동네 빵집과 피자집들이 줄줄이 망해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것이다. 집안이 망하면 부부는 따로 날품을 팔아야 하고, 아들 딸은 할머니집에 맡겨진다. 정치가 살아 있다면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헌법은 국가에게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막으라고 명한다. 국회의원은 재벌 대변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는 재벌의 지나친 탐욕 때문에 수많은 국민들의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막으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선공약이 당선 뒤 뒤집어지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다. 더구나, 재벌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친재벌 동맹의 목소리는 강고하다. 재벌 계열 싱크탱크와 이를 받아 적는 몇몇 언론은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이라며 국민 다수와 정치권 전체와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형세이다. 대선 전에도 이 정도이니, 대선 이후는 더할 것이다. 재벌들은 구체적인 입법 없이 대선만 지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재벌의 힘과 로비력, 그리고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현실에 비추어 대선 이후에는 정치권이 재벌개혁을 쉽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은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과 의지를 믿지 못한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다. 박근혜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양쪽에 끼고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은 이것을 경제민주화를 원하는 국민 다수와 기존 지지기반인 기득권층을 모두를 껴안고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세력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진정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있다면 또 집권의 의지가 있다면, 새누리당이 이미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만이라도 대선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한 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다. 스스로 발의한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만이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길이고, 국민의 선택에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친재벌 전직 관료들이 만든 포럼에서 한 친재벌 인사가 '부자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영국 신자유주의 정치인 대처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복지확충에 대한 반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도록 한다고 해서, 부자가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갔다. 재벌에 좋은 것이 국민에게도 좋은 것이었던 시절도 갔다. 국민경제는 한 사람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모자라지만, 국민 모두의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데는 남는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탐욕의 방치에 따른 불평등이다. 그 불평등은 곧 생존의 위기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변호사이며,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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