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깜짝쇼 단일화는 이제 그만
문재인-안철수 '정치연합'부터 선언하라"

[인터뷰] 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등록 2012.10.17 15:39수정 2012.10.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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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양 캠프가 정치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치연합 선언은 내부 캠프 논리를 극복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자,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외연이 커졌나 작아졌나? 그가 정당정치를 훼손했나? 그런 적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껍질을 깨는 혁신이다. 50년 민주당보다 더 많은 지지율을 보이는 정당 밖의 다른 세력이 있으면 그걸 인정하는 게 진짜 혁신이다. 작은 민주당 주의에 천착해 이번에 정권교체 못하면 그건 문재인과 친노의 책임이다."

2007년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들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기억할 것이다. 문 후보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은 당시 캠프의 전략가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이었다. 그는 당시 제3후보를 내세워 정당불신론을 키웠다며 소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었다.

그리고 5년 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저 멀리 경기도 가평에서 홀로 흙과 더불어 살며 일주일에 두어 차례 은행일 등을 보기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한다. 가끔 주변에 가평 유기농 사과를 선물하는 게 그의 낙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하자고 하며 으레 손사래를 치고 별로 할 말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그에게 최근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긴장이 높아져 의견을 구하자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가 흔쾌히 응락했다. 한편으론 적이 놀랐고, 다른 한편으론 답답한 지점이 있는 모양이라는 예견이 들었다.

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났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이에 두고 앉은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두 사람의 경쟁, 대선에 하나도 도움 안돼"

그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정치연합' 구축이다. 정치연합을 통해 성공한 '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는 '작은 민주당 주의'를 버리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측에는 반드시 누구와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하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양 캠프가 정치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치연합 선언은 내부 캠프 논리를 극복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측은 민주당이 정치연합의 대상이라는 걸 분명히 선언해줘야 한다"며 "무소속 대통령도 잘할 수 있다, 이런 건 안 되며, 누가 안철수의 제휴세력인지 정확하게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자꾸 안철수 입당론을 내세워 작은 틀을 안 버리면 정치연합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그야말로 정당정치를 와해시키는 안아무인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전략가의 눈으로 "두 사람의 경쟁은 대선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며 "차라리 준비된 집권세력, 정치세력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게 훨씬 선거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지는 결과가 있다"며 "뺄셈 단일화는 안 되고 덧셈 단일화로 가야 하며 패자가 있는 단일화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연합 틀 내에서 대표 후보를 뽑는, 뺄셈이 없는 단일화 과정을 통해 정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며 " 정치연합을 선언하고, 정책단일화를 해나가는 과정, 그 다음에 후보단일화를 해내는 게 이번 대선의 최대 승리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내놓은 정책을 완화시키는 '라이트 버전'으로 연명해온 정당"이라며 "재벌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 배를 불리듯 민주당은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에 이번 정치연합 과정에 반드시 진보정치세력도 참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는 궁극적으로는 '민-진-안 연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헌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야권이 집권할 수 있는 흐름인데...대체세력은 글쎄"

- 대선이 두 달여 남았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 주요 선거 때마다 전략가로 활동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엔 별달리 '소속'이 없다. 제3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선 어떤 흐름인가?
"시대의 방향은 분명 진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복지정책은 5년 전 민노당이 주장했던 거다. 엄청난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또, 산업화 대 민주화 프레임이 전환기에 이른 것도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민주화 세력, 현 지배세력을 대체할 저항세력이 분명하게 만들어졌나, 그 세력의 구심점인 정치세력이 확실한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핵심 같다."

- 야권 지지자는 이 말에 상당히 수긍할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쉽게 말하면, 흐름은 분명 야권이 집권할 수 있는 흐름인데, 과연 대체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확실하게 받고 있나? 의문이 든다. 인물구도에서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양자대결에서도 다자대결에서도 자력으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분명히 민주당이 자력으로 이겨야 하는데 못 이긴다. 결국 정통 민주진보세력이 자력으로는 이번 대선의 정권교체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그래서 그 어떤 대선캠프에도 결합하지 않은 건가? 패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난해 민주당의 통합과정을 실무적으로 책임진 뒤 많이 힘들었고, 또,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후보캠프에서 활동하면서 파생됐던 문제들을 되돌아보면서 뭐랄까 이제는 나 스스로 여론조사분석이나 전략의 전문가가 아니라 실천의 입장으로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선에서 아무 캠프에도 결합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철학을 공유했던 정치세력이나 인물이 함께하는 게 아니라면 별로 함께할 뜻이 없었다.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같이 숙성되고 함께 정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하게 무슨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결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정치컨설턴트로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캠프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텐데.
"도지사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라면 컨설턴트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웃음), 대선은 그런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미국의 데이비드 엑설로드(오바마 캠프 핵심 전략가)도 결국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참여했고, 부시행정부의 칼 로브(부시캠프 핵심 전략가)도 백악관 정치고문으로 함께했다. 전략가는 대선단위로 들어가면 전문가가 아니다. 그 시대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없이 캠프에 조인(join)할 필요는 없다."

- 말씀하신대로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후보를 도왔다. 5년 전에도 제3후보론이 들끓었고, 이번 대선에도 안철수 후보가 제3후보로 뛰고 있다. 문국현과 안철수를 비교한다면?
"제3후보론은 기본적으로 정당불신 현상이다. 정당불신의 초기현상이 문국현 현상이었다면, 안철수 현상은 정당불신과 정치불신이 전면화 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기본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제3후보는 국민의 민생과 경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정당엘리트들의 한계, 재벌 등 자본지배에 이미 무기력해진 정치엘리트들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국민적 바람에서 비롯된다. 오바마 열풍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올란드 총리가 후보로 지명됐을 때 처음 한 얘기가 '나의 보이지 않는 적은 국제금융자본이다' 이거였다. 자본엘리트가 정치엘리트의 주도권을 빼앗아간 상황에서 기존 정당세력이 경제민주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국민은 더 이상 제도정치권과 기존 정치엘리트를 못 믿는 거다. 이건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엄청난 노력으로 더 이상의 '제3후보'를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허용했다. 결국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거다."

"안철수, 민주당의 힘 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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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남소연


- 정당불신 초기 현상이었던 문국현 현상이 5년 만에 안철수 현상으로 전면화 됐다고 본다면, 올 대선에선 안철수 캠프에서 뛰어볼 생각은 안 했나.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역사와 궤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품고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인적 자원이 누적돼야 한다. 안철수씨는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얼마나 준비됐을까 저도 확신은 못 하겠다. 그래서 5년 준비해서 2017년에 도전하라고 했던 거다."

- 그럼 안철수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처럼 패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나는 안철수씨가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철수캠프의 준비 정도라면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본다.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에 안철수씨는 불충분하다. 안철수씨는 민주당의 힘을 빌려야 한다."

- 양자 간 결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김 교수는 5년 전 제3후보로 문국현캠프에서 뛰었고, 지난해엔 민주당 통합과정의 실무핵심을 맡았다. 양 진영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말씀하신대로 나는 양쪽의 본질적 긴장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실천적으로 양자가 통합을 만들어내는 일에 훨씬 더 기여할 바가 많다고 생각했다. 양자의 관점과 틀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부분이 충돌과 패배로 이어지지 않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게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특정 캠프의 전략가가 아니라 포괄적인 민주진보 진영의 전략가로 내 역할을 실천적으로 할 것이다. (웃음)"

- 포괄적인 진영의 전략가로 일하려고 캠프에 결합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최근 민주당과 안철수 캠프의 공방은 살짝 위험해보인다. 어떻게 보고 있나. 위험수위는 아닌가?
"역대 단일화는 늘 인적 단일화였다. 항상 중국집에서 후보들이 손잡고 나와서 나는 이걸 '중국집 단일화'라 부른다. 늘 별안간 깜짝쇼를 했다. 국민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인끼리 밀실 단일화... 실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묻지마 단일화'였다. 원칙 없는 단일화였다. DJP도 마찬가지다. 민주진영이 집권할 때 제3세력과 연합으로 단일화 한 일이 없다. 이번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 구 정치적 단일화로는 안 된다는 말인데, 어떤 방법이 있겠나.
"국민들이 명확하게 참여하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치연합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정부론을 내세우며 인적 단일화만 주장하는 것은 결국 권력을 공적으로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권력을 공적으로 공유한다는 정치연합부터 선언해야 한다. 또 가치 단일화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 사이에 경제와 민생의 관심은 예전과 다른 수준이다. 지난해 희망버스, 쌍용차 문제 등의 노동에 대한 관심, 파업문제, 복지,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양측은 가치와 정책연대를 소중히 해야 한다."

"언제든지 당을 깬 민주당이 이제 와서 정당주의 내건다?"

- 인적 단일화 협상을 서두를 게 아니라 가치단일화, 정책연대를 서두르라는 것인가?
"그렇다. 민주당이 작년에 통합과정을 거쳤지만 그들이 주장한 '혁신과 통합'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당시 시민사회+친노의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 등이 함께 세력적 규합을 이뤘지만 총선에서 패배했다. 완전한 통합을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또, 민주당이 이제 와서 정당주의를 말하는 게 매우 궁색하다. 민주당이 언제 정당주의를 소중하게 여긴 적이 있었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당을 깼다. 노무현 대통령도 소속 정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지 않았나. 아마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많은 이름으로 바뀌었던 민주당의 이름을 다 외우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당주의를 내건다는 건...

또, 지난해 민주당의 통합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도 입당 안 했다. 정치혁신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앞세워 입당을 거부했었다. 그때 민주당 기득권은 반발했다. 민주당의 정당정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유혈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그래도 입당 안 했다."

- 왜 당시 문재인은 입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안철수 입장과 같다. 입당으로 섞여버리면 결과적으로는 구세력이 새로운 세력의 이미지를 가져가게 돼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이해찬 대표는 입당이 아닌 세력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페이퍼 정당을 만들었고, 당 대 당 통합과정의 형식을 띠었다. 그런데 올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갑자기 안철수씨에게 입당을 얘기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 기본적으로 정당불신을 만든 건 안철수가 아니다. 안철수현상을 만들고 허용한 건 민주당이다. 정당불신이 안철수 책임이 아니지 않나."

- 정당불신을 키운 건 민주당인데 입당을 단일화 조건으로 거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 안철수씨한테 입당을 전제조건으로 걸면 연합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책무를 중요하게 여기면 정당주의나 민주당 외연의 틀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한때의 민주당'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안철수 쪽도 연대연합을 부정하면 안된다. 무소속 대통령도 잘할 수 있다? 이런 건 말이 안 된다.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안철수씨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세력을 부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또, 문재인씨도 작년 통합과정에서 '작은 민주당 주의'를 고집하지 않았다. '큰 민주당 주의'를 내걸었기 때문에 그 정당성으로 당 대 당 통합을 이뤘고 민주당의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당시 민주당이 '작은 민주당 주의'를 계속 고집했다면, 문재인씨는 지금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손학규 지도부가 '작은 민주당 주의'를 깨고 '큰 민주당 주의'에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입당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작은 민주당 주의'를 고집한다? 그래선 안 된다."

"민주당보다 더 지지받는 세력 인정하는 게 진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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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남소연


- 공동선대위원장단 10명, 상명하복이 아닌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 등등이 민주당의 혁명적 변화라고 우상호 공보단장은 주장한다. 최근 민주당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걸 혁명적 변화라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나? 작은 노력은 하는 거다. 작게 보면 스스로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껍질을 깨는 혁신이다. 그건 아직 멀었다. 거시적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3자대결에서도 잘 드러나듯 50년 민주당보다 더 많은 지지율을 보이는 정당 밖의 다른 세력이 있다. 그럼 그 세력을 인정하는 게 진짜 혁신이다.

자신의 틀을 깨는 게 진짜 혁신이다. 민주당 밖에서 국민의 1/3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세력을 진정으로 껴안아야 혁신이다. 헌신적으로 통합의 과정을 인정하는 게 큰 틀의 혁신이다. 민주당은 더 큰 민주당으로 가는 게 맞다. '더 큰 민주당'이 시대정신이다."

- 민주당 내에서는 경기지사, 서울시장에 이어 이번에 대선후보도 못 내면 진짜 당이 망하는 것이라고 걱정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작은 민주당 주의'에 천작하다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그때는 진짜 민주당이 망하는 거다. 돌이킬 수 없는 패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안철수와 정치연합을 구성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이겠지만 대선에서 이기면 파트너로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다 거기에 남게 돼 있다. 민주당은 어차피 민주세력의 중심정당이기 때문에 절대 안 망한다. 새누리당으로도 못 간다.

자,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 뒤에 민주당 외연이 커졌나 작아졌나? 정당정치를 훼손했나? 그런 적 없다. 대선은 역사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한다. 2002년 노-정 단일화 때 노무현 후보는 당 전체를 걸고 배팅했다. 그런 노무현은 뭐냐?

만약 민주당이 정말 정당정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무소속 안철수가 뭘 하든 그냥 놔두고 스스로 갈 길을 가야 한다. 왜 자꾸 단일화 하자고 옆구리 찌르나. 2000년 미국에서 소비자운동을 하던 랄프 네이더가 제3후보로 나섰다. 당시 플로리다에서 재검표를 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당시 아무도 랄프 네이더에게 뭐란 사람이 없다."

- 껍질을 깨라는 건 결국 지금의 민주당을 깨라는 얘기 아닌가?
"정치연합을 구축하라는 주장이다. 양측이 정치연합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안철수 측도 반드시 누구와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건지 말해야 한다. 그런 정치연합이 있은 뒤라야 대선 이후에 새로운 정계개편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정치연합이 결국 더 큰 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그것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말했던 빅텐트론과 일맥상통한다. 대선 앞두고 과정적으로 정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을 포기하라는 건 더 큰 민주당을 만들라는 얘기와 같다."

"내부캠프 논리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치연합 선언해야"

- 정치연합의 과정은 어떻게 구성돼야 하나.
"문재인 캠프가 민주당의 틀을 헌신하는 수준의 정치연합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양 캠프가 정치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정치연합 선언은 내부 캠프 논리를 극복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돼야 한다. 또 안철수 측도 민주당이 정치연합의 대상이라는 걸 분명히 선언해줘야 한다. 무소속 대통령도 잘할 수 있다, 이런 건 안 된다. 누가 안철수의 제휴세력인지 정확하게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이 자꾸 입당론을 내세워 작은 틀을 안 버리면 정치연합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야말로 정당정치를 와해시키는 안아무인적 발상이다. 우선 양측이 정치연합의 의지를 밝히면 나머지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들만 남는다. 포괄적인 정치연합을 선언하고, 그 다음에는 정치연합 틀 내에서 가치단일화와 정책단일화를 해야 한다."

- 가치와 정책 단일화도 쉬운 것은 아닌데.
"선거용으로는 쉽다. (웃음) 그러나, 국정운영에선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지난 선거연합 과정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이 정책단일화를 했는데 사실 한미FTA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노둥과 북한인권 등등에서 늘 문제가 터졌다. 따라서 정책이슈가 대선 이전에도 문제가 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선거용 정책단일화는 어렵지 않지만, 성공하는 정부의 정책단일화는 결코 쉽지 않다. 매우 진지하게, 또 책임감을 갖고 정책단일화를 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이 되면 후보단일화 과정으로 나갈 수 있다. 인적 단일화는 못할 게 아니다."

- 양측은 서로 경쟁하면서 상호상승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동의하나.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의 경쟁은 하나도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 준비된 집권세력, 정치세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선거전에 도움이 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지는 결과가 있다. 뺄셈 단일화는 안 된다. 덧셈 단일화로 가야 한다. 패자가 있는 단일화도 안 된다. 정치연합 틀 내에서 대표 후보를 뽑는, 뺄셈이 없는 단일화 과정을 통해 정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일 것이다. 정치연합을 선언하고, 정책단일화를 해나가는 과정, 그런 후보단일화가 최대의 승리전략일 것이다."

- 조국 서울대 교수가 공동 정치혁신위원회를 제안했으나 안철수 후보 측이 거절했다. 정치연합의 초기모델이 될 수 있었는데, 안철수 캠프는 그런 여지가 없는 게 아닌가?
"조국 교수가 제3지대 정치혁신위원회를 제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것이 정치연합의 사전 단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혁신위원회가 마치 입당의 전제조건처럼 됐다.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나머지를 구성하자는 것은 저쪽이 도무지 받을 수 없는 카드다. 성급했다. 결국 이것은 안철수의 입당을 포기하지 않는 '단일화 프레임'에 건 거다. 그런 상태에서 정치혁신위를 하자고 하면 안철수는 받을 수 없다."

"정당혁신의 실체도 얘기 못하면서... 안철수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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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남소연


-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정치혁신을 주문했지만 정작 정당혁신과 선거,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정당혁신의 실체도 얘기 못 하면서 말만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안철수씨는 민주당이 '작은 민주당 주의'를 버리면, 정치연합에 매우 긍정적이고 수용적으로 나오는 게 방법이다. 새누리당도 함께 정치혁신을 하자는 둥 하면서 모든 문제를 민주당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다."

- 이제 대선이 63일 남았는데 정치연합의 깃발은 누가 드나?
"NLL 파동과 정수장학회 등등 또 대선구도가 산업화 대 민주화 프레임으로 회귀하고 있다. 박근혜 대 노무현 프레임으로 간다. 새로운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분명히 가져야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복권,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명예회복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참여정부 핵심세력 입장에서 봤을 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독자 캠페인 구도로 가다가는 결국 안철수는 안철수대로 정당부족과 경험의 부족을 드러내고 민주당은 다시 참여정부 프레임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게 될지 모른다. 그럴 바에는 양자간의 화학적 결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훨씬 좋다."

- 시기는 언제가 좋겠나.
"늦어도 10월말에는 정치연합 선언이 나와야 한다. 인적 단일화는 예고돼 있기 때문에 극적 효과도 없다. 정치연합을 구축하는 게 훨씬 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 안철수 캠프의 김성식 본부장이 제안한 연대연합론을 민주당이 받으라는 얘기인가?
"민주당이 확실한 안철수의 파트너라는 선언적 의미가 있나? 그런 내용적 선언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작은 민주당 지키려다 정권교체 실패하면 문재인과 친노 책임"

- 그런데, 과연 민주당이, 현재 지도부의 핵심인 친노가 '작은 민주당 주의'와 기득권을 포기할까? 그럴 수 있다고 보나.
"무소속으로 당선돼 성공한 대통령이 못되면 그것은 안철수 책임이다. 또, '작은 민주당 주의'에 천착해서 정권교체를 못하면 그건 문재인 책임이다. 작은 민주당의 틀을 지키기 위해 교조적인 정당정치에 함몰돼 결국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작은 민주당 주의'에 입각해서 대선을 지게 만든 문재인과 친노의 책임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내놓은 정책을 완화시키는 '라이트 버전'으로 연명해온 정당이다. 재벌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 배를 불리듯 민주당은 그렇게 일해왔다. 따라서 이번 정치연합 과정에 반드시 진보정치세력도 참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친노와 민주당 중심이 되면 북한문제, 참여정부의 공과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는 궁극적으로는 '민-진-안 연합정부'가 돼야 한다."

- 통합진보당을 말하나, 진보정의당을 말하나.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통합진보당은 뺄지라도 새롭게 구성되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은 함께 '문안심' 구도를 통해 연합정부를 구축해야 한다. 진보정치도 연합정부의 한 축이 되는 게 순리다."
#김헌태 #문재인 #안철수 #민주당 #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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