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공무원노조는 왜 국감 기자회견 저지했나

울산시 국감서 이상규 의원의 폐기물 의혹 증거물 반입도 저지

등록 2012.10.21 16:58수정 2012.10.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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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2일 오전 11시 47분]

 10월 19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폐기물 의혹 시료 반입에 반대해 피켓시위를 하는 울산시청 공무원노조. 이 의원과 노조 간부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10월 19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폐기물 의혹 시료 반입에 반대해 피켓시위를 하는 울산시청 공무원노조. 이 의원과 노조 간부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울산시 공무원노조

울산시청 공무원노조(위원장 박상조)가 지자체의 비리의혹을 파헤치려는 의원의 국감 활동을 물리적으로 반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020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총회'에서 "폐쇄적이고 경직된 공직 사회 내부의 자정운동과 국민의 입장에 서서 공직 사회개혁과 지방의회 감시활동을 하겠다"는 공무원노동자 선언을 한 것과는 판이한 것이다.

울산시청 공무원노조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산업단지 폐기물 의혹을 추궁하려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에게 "자치단체를 분탕만 한다"고 항의하며 이 의원이 반입하려던 증거물 유입과 기자회견을 저지했다.

또한 피켓을 들고 이 의원을 비난하는 시위도 벌였고 실랑이도 벌였다. 공무원노조는 왜 그랬을까?

공무원노조가 야당 의원 기자회견 증거물 반입 저지

울산시청 공무원노조는 당초 전국공무원노조 소속으로 출범했으나 지난 2007년 온건 합리를 표방하며 단독노조로 나섰고, 이후 전국공무원노조와는 노선을 달리해 왔다.


사태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일어났다. 통합진보당 소속 이상규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울산시의 폐기물 은폐및 특정업체 특혜의혹, 문수산 개발비리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상규 의원은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같은 비리의혹 국감에 앞서 오전 9시 울산시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 의원은 폐기물 은폐 의혹이 있는 울주군 청량면 울산신일반산업단지의 시료 흙을 트럭에 싣고 울산시청 마당에 정차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울산시에서 이를 거부해 청내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이어 피켓을 든 울산시청 공무원노조원 20여 명은 '지방자치 침해하는 감사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켓에는 '자치단체 분탕만 지기는 통진당은 각성하라' '국가사무 지방사무도 분간 못하는 이상규 의원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혔다. 이들 공무원들은 기자회견을 하려는 이 의원에게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상규 의원이 파헤치려는 울주군 신일반산업단지 조성부지 폐기물 의혹은 앞서 울산시의회 김진영 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수 차례 제기한 것으로, 이 의원이 이를 올해 국감에서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울산시청 마당에서 열기로 한 증거물 반입과 기자회견은 일단 시청 공무원노조에 의해 저지됐다.

2라운드는 국감장에서 벌여졌다. 이상규 의원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박맹우 울산시장이 언성을 높이며 험악한 분위기가 국감장에 퍼졌던 것.

이 의원은 박맹우 울산시장을 향해 "울산시 산하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난 8월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구리, 니켈, 납, 카드뮴 등은 공장부지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으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소와 결합할 경우 불산이 될 수 있는 불소의 경우 1170mg/kg이 검출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울산시가 폐기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이며 이 폐기물을 처리한 특정업체에 대한 울산시의 특혜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박맹우 울산시장은 언성을 높이며 "그런 검사 결과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종이 한 장 들고 없는 의혹을 제기한다"며 반발했다.

이 같은 박맹우 울산시장의 고압적인 국감 답변은 앞서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문수산 개발비리의혹 추궁에서도 나온 것이라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 대한 모독"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관련기사 국감 의원들 질타에 '버럭'한 울산시장>)

이날 낮 12시쯤 오전 국감이 끝난 후 임수경 의원, 이상규 의원 등은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여야 의원들은 "국회 차원에서 울산 문수산 비리의혹 등을 감사원에 감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청 공무원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광역시 국정감사에 따라 시노조 간부 및 대의원 20명이 시청 및 남문 앞에서 국정감사 반대집회를 가졌다"며 "특히 통합진보당 이상규 국회의원과 노조 박상조 위원장, 허시종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면담해 신일반산업단지 폐기물 처리문제는 지자체 고유사업으로 국감 대상이 아님을 강력히 항의했다"고 공식 공지했다.

공무원노조와 지자체 노사화합, 득인가 실인가

지난 19일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역 정가는 "놀랍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맹우 울산시장이 국감장에서 보여준 보여준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3선을 한 박맹우 울산시장의 제왕적 행정 추진에 대한 평가가 지역에서는 엇갈린다. '최고 부자도시 울산의 무상급식 전국 꼴찌' '10년만의 석유업체 고황유 가동 허용' 등 야권과 시민사회의 항의를 받은 행정이 즐비하지만 같은당 새누리당 시의원 등의 협조와 지지가 이어져 왔다.

여기다 박맹우 울산시장이 3선을 하는 동안 줄곧 60%대 중반대의 높은 득표율을 얻어 당선됨으로써 지역에서는 그를 견제할 자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동안 공무원노조도 박맹우 시장의 업무추진에 큰 힘을 보탰다.

울산시는 지난 2010년도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 및 행안부장관상을 수상했고, 올해 8월에도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에 필요한 노사화합 시책 등을 행안부에 제출해 올해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을 추진중이다.

울산시는 그 배경에 대해 "노사문제에 대한 박맹우 울산시장의 관심과 지원으로 공무원 노조와 상생파트너로 가고 있다"며 "노사화합 어울림한마당 행사 개최, 노사화합 합동 워크숍 개최, 모범노조원 해외연수 실시 등의 선진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시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사 화합이 공무원노조가 선언한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들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한 예로 울산시청 공무원노조가 지난 2009년 2월 시청 간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 공무원 임금의 3%~20%를 자진 반납해 저소득층 일자리 마련 등에 쓰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은 일이다. 당시 울산시청노조 게시판에는 "노조 집행부가 임금반납 결정을 평소 관행인 노조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해 발표했다"며 항의하는 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울산시 공무원노조 임금 반납 추진 논란>)

또한 민주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적 임금삭감을 철폐하고 차라리 불필요한 업무추진비를 삭감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라"며 "울산시청 노조 외에도 각 구군에는 공무원 노조가 활동하고 있고, 임금과 각종 수당은 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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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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