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 물고기 떼죽음, '쉬쉬'로 일관

[주장] 환경부 대응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12.10.26 18:05수정 2012.10.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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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에 생선 비린내가 진동한다.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현장을 채우고 있다. 팔뚝만 한 숭어와 누치부터 작은 각시붕어와 동자개까지 물고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확인한 22~25일 백제보 하류 백제대교의 현장이다.

물속에서 겨울을 준비해야 할 물고기들이 봉변을 당한 지 벌써 1주일이 다 되어간다. 겨울을 준비하다 비명횡사한 물고기들은 이제 부여군 폐기물 매립장에서 사체처리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비단 금강이 아닌 24일 구미의 낙동강에서도 확인이 되었다. 사상 최악의 물고기 떼죽음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강변에 떠있는 물고기 폐사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변을 따라 사체들이 널부러져 있다.
강변에 떠있는 물고기 폐사체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변을 따라 사체들이 널부러져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금강에는 쏘가리, 누치, 눈볼개, 메기, 떡붕어, 각시붕어, 동자개, 모래무지, 참마자 등 강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종의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있다. 이쯤되면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그동안 이렇게 장기간 많은 물고기들이 폐사한 생물사고는 없었다.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강의 환경을 심각하게 변화시킨 금강정비사업의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해볼 수 있다.

내장을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들 백제대교 아래 내장을 드러낸 채 죽어 있는 물고기떼
내장을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들백제대교 아래 내장을 드러낸 채 죽어 있는 물고기떼대전환경운동연합

아무튼 이번 생물사고는 어류종별로 폐사한 시기가 다르다. 최초 20일경에 집단 폐사하기 시작한 것은 누치와 모래무지였다. 이후 21일 숭어와 동자개 등이 폐사하고, 이후 쏘가리와 각시붕어 등이 폐사했다. 23일에 눈불개가 집단으로 폐사하고 24일 메기와 떡붕어 등이 일부 폐사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리고 25일 본격적으로 메기가 집단폐사하여 강물 위로 떠오른 상황이 되었다.

아마 환경변화(산소결핍 등)에 민감한 종부터 순서대로 폐사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더불어 하천 수직층의 구분에 따라서 폐사한 순서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제 잉어와 토종붕어 정도가 금강에서 살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직도 폐사는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붕어와 잉어도 언제 죽어 떠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남아 있는 붕어와 잉어만이라도 살리려면 빠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입을 벌린채 죽어있는 누치 누치가 입을 벌린채 죽어있고, 멀리 금강변 마을이 보인다.
입을 벌린채 죽어있는 누치누치가 입을 벌린채 죽어있고, 멀리 금강변 마을이 보인다.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부는 폐사한 어류의 수를 성어 기준으로 약 1만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는 더 많은 양이 죽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장에서 수거하고 있는 포대 수를 역산하면 쉽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금강을지키는사람들'에서 25일 현장에서 수거 포대를 관찰한 것만으로도 약 500포대에 이른다. 100마리씩만 들어간다 하더라도 약 5만 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22일 57mm의 비로 폐사의 규모가 줄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실제 10만 이상의 개체가 죽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고기를 수거한 포대와 물고기 1개의 포대를 꺼내 물고기 개체수를 세어보았다. 큰물고기들이 많은 포대는 약 100마리, 작은고기만 있는 포대는 약 200마리의 물고기가 들어 있었다.
물고기를 수거한 포대와 물고기1개의 포대를 꺼내 물고기 개체수를 세어보았다. 큰물고기들이 많은 포대는 약 100마리, 작은고기만 있는 포대는 약 200마리의 물고기가 들어 있었다.대전환경운동연합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경부에서 실제 개체수를 합산하여 정확한 피해규모를 집계하지 않는 데 있다. 실제로 몇 톤에 달하는지 계근만 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계근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거하면서 포대에 개체수를 적어 수거한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해규모를 성어를 기준으로 한다'는 식의 피해규모 줄이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런 절차 없이 수거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에 민간과 공공기관의 피해 개체수 수치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자초한 일이다. 


수거한 팀이 지나간자리 수거팀이 지나간자리에 남아 있는 물고기들! 풀숲과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물고기들의 수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거한 팀이 지나간자리수거팀이 지나간자리에 남아 있는 물고기들! 풀숲과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물고기들의 수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부는 수질측정결과 이상 없다는 결론을 발표하고, 국립과학수산연구권의 사체 부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기다리는 사이에도 금강에는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내놓으며 떠오르고 있다. 수질에 이상이 없다면 추론할 수 있는 폐사 원인은 바이러스나 독극물이지만, 실제로 바이러스와 독극물이 원인이라면 현재의 환경부 대응체계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는 바이러스나 독극물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처럼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사체들이 하류로 확산되지 않도록 펜스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아울러 일반 쓰레기 매립장에 매립하는 현재의 수거이후 조치도 적절하지 않다. 발생원에서 매립처리하거나 소각하는 게 더 적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적인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또한, 수거하는 사람들의 방호조치도 필요하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한 방호복이나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작업 중인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이런 조치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안정장비하나 없이 맨몸으로 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 방호복이나 마스크등동 없이 현장에서는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안정장비하나 없이 맨몸으로 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방호복이나 마스크등동 없이 현장에서는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독극물이라고 추정할 경우 처음 사고가 시작된 지점을 찾고, 자동차의 이동이나 CCTV 확인등의의 적절한 초동수사가 필요함에도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는 국립과학수산연구소에 의뢰한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수거된 물고기들은 일반 위생매립장에 매립되었다. 특수폐기물처리시설도 아닌 일반폐기물매립장에 매립한 것은 환경부 스스로도 독극물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니라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매립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물고기가 매립된 부여군 위생매립장 일반매립장에 바이러스와 독극물이 의심되는 물고기를 매립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고기가 매립된 부여군 위생매립장일반매립장에 바이러스와 독극물이 의심되는 물고기를 매립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대전환경운동연합

실제 정황상 바이러스나 독극물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바이러스의 경우라면 모든 종이 동시에 죽어나가야 정상일 것이다. 독극물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독극물의 경우에는 폐사한 개체를 먹이로 하는 수달이나 백로, 고양이 등의 상위포식자들이 함께 폐사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동물의 사체를 찾을 수 없다.

실제로 현장에는 폐사한 이후에 백로나 수달이 다녀간 발자국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독극물의 경우는 이렇게 장기간 폐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매일 하천에 이런 독극물을 붓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고기들의 상태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입을 크게 벌린 채 죽어 있고, 아가미에 선홍색의 혈흔이 존재하고 아가미의 훼손도 종종 있다. 이런 상태는 산소결핍으로 죽었을 때의 형태와 유사하다고 한다.

아직 확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환경단체의 산소결핍에 의한 폐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장에서 3개의 보 건설과 준설로 인한 깊은 수심 유지, 느려진 유속에 의한 긴 체류시간 탓에 강우 시 유입된 유기물질과 녹조류 사체의 침강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다.

서울대 이현정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침전물이 호소 바닥에 쌓이면서 하부층이 혐기성 상태의 오니가 되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고 한다. 가을 들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표층수의 수온이 낮아지면서 하부층과 상부층의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런 현상 때문에 물고기가 집단 폐사할 수 있다고 한다. 즉 4대강 보 때문에 느려진 유속과 이로 인한 퇴적물이 바닥층에 쌓이면서 발생한 생물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폐사한 물고기옆에 선명하게 찍힌 수달 발자욱 독극물이라면 이런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동물들의 2차 피해가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것으로 봐서 독극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폐사한 물고기옆에 선명하게 찍힌 수달 발자욱독극물이라면 이런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동물들의 2차 피해가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것으로 봐서 독극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대전환경운동연합

아무튼 이런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상 최대의 생물사고에 대한 현장대응이 매우 미온적이고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하지만, 현재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확산방지를 위한 펜스 설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차단막이나 안내판 설치, 현장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집계 등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적극적인 초기대응이 있었다면, 발생원인 지역을 협소하게 할 수도 있었고, 정황을 파악하여 대략의 원인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수거에만 열을 올리며 사실은 축소하여 발표하고, 4대강 때문이 아니라는 항변만을 계속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재 최소한의 조치가 수문 개방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수문을 열고 상류의 상황을 검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녹조발생 등의 계속되는 환경오염과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보의 수문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워 금강을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

거기에 장기적인 4대강 사업의 영향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환경부의 생물사고 대응에 관해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예방하는 조치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입니다.
#금강정비사업 #백제보 #물고기집단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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