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균 화백이 마무리 작업 중인 <현대사(아스텔, 80F, 2012)>. 두개골이 함몰당한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과 일본군 소위 복장을 한 박정희 대통령이 각각 80호가 넘는 그림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주빈
한국의 대표적인 수채화가인 강연균 화백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장준하 선생을 그리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일본군 소위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창씨개명)와 고 장준하 선생의 함몰된 두개골을 그리고 있다. 강 화백이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오후 광주 동구 소태동 무등산 자락에 있는 작업실에서 강 화백은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림을 찾는 이들이 제법 있는" 한국의 유명한 수채화가다. 또 그는 2회 광주비엔날레를 총관리운영 했고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중견 화가다.
"지난 8월 중순쯤이었을 거야. 신문에 장준하 선생의 함몰된 두개골이 실렸더라고. 충격적인 사진이었지. 사진을 보자마자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장준하 선생을 그리려면 박정희, 그러니까 다카키 마사오도 함께 그려야 구도가 선명해져. 한 사람은 독립군 장교를 했고 한 사람은 일본군 장교를 했으니까. 그래서 함께 그리게 된 거야." 강 화백이 그리고 있는 작품의 이름은 <현대사(아스텔, 80F, 2012)>. 그는 자신을 "사회의식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역사의식이 투철한 이도 아닌 그림을 팔아 먹고사는 환쟁이일 뿐"이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통해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난 보수가 무엇이고 진보가 무엇인지 몰라. 또 좌익인지 우익인지보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옳은가 그른가만 봐. 장준하가 옳은 사람이야, 박정희가 옳은 사람이야? 뻔한 사실이잖아, 독립군 장준하와 일본군 박정희!"광주에서 나고 자란 강 화백은 여전히 광주와 함께 산다. 4·19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강 화백은 그때 잠시나마 사회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 이후로 박정희에 의해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또 그가 유신선포를 통해 종신집권으로 갈 때도 '그런가 보다' 하며 그림만 열심히 그렸다고 한다.
"독립군 장준하와 일본군 박정희... '옳지 않은 것'을 잊지 말자"